무엇이 전문직업군인의 정체성인가?
기자 : 관리자 날짜 : 2022-01-03 (월) 15:23



전문직업군인(專門職業軍人)은 군사교육기관 에서 전문교육을 받은 후 임관하여 일정한 연령 에 달하여 전역할 때까지 군대에 장기적으로 복 무하는 군인을 말한다. 정체성 (正體性, identity) 은 한 개인이나 조직에 있어서 “존재의 본질(本質)을 깨닫게 하는 변하지 않는 성질”이다. 다 른 사람 또는 다른 조직과의 관계에서 내부적으 로 일관된 동일성을 유지하는 본질적인 특성 중 에서 지속적으로 공유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정체성은 나와 다른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근거 가 되고, 항상 비교의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나 의 정체성’이라고 할 때는 ‘나와 다른 사람을 구 분(區分)지어주는 특성’이 된다. 그러면 ‘전문직업군인의 정체성’은 어떤 의미 일까? “군인을 직업으로 선택한 사람들이 지속 적으로 일관되게 갖고 있는 본질적인 특성으로,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분명하게 구별되는 성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문직업군인으로서 자기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 다. 2006년 육군사관학교 생도대장으로 근무하 던 시절, 사관생도들에게 정체성 확립에 대해 역 설(力說)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나는 누구인 가?”라고 스스로 자문자답(自問自答) 해보는 사 색(思索)의 습관(習慣)을 실천하도록 강조한바가 있었다. 세월이 10여년 흘러 야전에서 영관장교가 되어있는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 던 적이 있다. 생도시절 직업군인의 정체성 확 립을 위해 교육받고, 실천했던 노력들이 군 생 활에서 ‘자신감과 용기를 발휘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고 그들 스스로 고백하는 것을 들었다. 40년을 군에서 장교로 근무한 필자에게 지금 누가 직업군인의 정체성이 무엇이냐고 질문한 다면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정체성을 논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후배들이 이 러한 전철(前轍)을 밟지 않도록 직업군인의 정 체성에 대해 쉽게 이해(知)하고, 말하고(言), 실 천(行)할 수 있도록 필자의 생각과 경험을 제시 해본다. 군사전문직업주의의 태동(胎動)과 완성(完成) 20세기를 풍미했던 세계적인 정치학자 헌팅턴 (1927-2008)은 그의 첫 번째 저서 「군인과 국가 (The Soldier and The State)」에서 서양의 군사직업 태동과정을 밝혔다. 본래 직업(profession) 이라는 개념 안에는 그것을 통해 생계를 해결하 고, 자아를 실현하며, 나아가 사회공동체에 기여 할 수 있다는 소명(high calling) 의식이 함축되 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직업이 직업으로서의 항속성(恒速性)과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거기에 일정하고도 독특한 전문성(expertise)이 내재(內在)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전쟁은 인류의 기원과 때를 같이하면서도, 전 쟁과 직접 연관된 군사전문직업이 정식으로 대 두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에 들어와서부터이 다. 로마군 병사들에게서 직업군인적 색채가 두 드러졌고, 중세 이후 유럽에 직업적 용병제도가 성행하기는 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군사전문 가인 장교의 전문직업화는 이상하리만큼 뒤늦 은 시기에 정착되었다. 18세기 말 프랑스 대혁 명(1789-1794)과 연이은 나폴레옹 전쟁(1797- 1815)을 겪고 나서야 장교가 신분의 상징이 아 니라 이제 하나의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태동(胎動)이 시작된 것이다. 고대로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전쟁은 대 체로 군주와 귀족들이 맡아서 했고, 전쟁에 참 여하는 것은 직업이 아니라 공동체에서 보다 더 큰 권리를 누렸던 고귀한 신분의 사람들에게 부 여된 도덕적 의무(noblesse oblige)였다. 그 도 덕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 그들은 죽음을 무 릅쓰고 전쟁터에 기꺼이 나갔다. 그리고 그 영 향으로 제1,2차 세계대전에서는 영국의 고위 층 자제가 다니던 이튼칼리지 출신 중 2,000여 명이 전사했고, 포클랜드전쟁 때는 영국 여왕 의 둘째아들 앤드루가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 하였다. 6·25전쟁 때에도 미군 장성의 아들이 142명이나 참전해 35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 을 입었다. 직업군인의 기원 시점을 명확히 한다면 1808 년 8월 6일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날 프러시 아 정부는 장교 임명에 관한 법령을 공포하였 다. “장교에 임명되는 유일한 기준은 평시에 있 어서는 교육과 전문적 지식이며, 전시에 있어서 는 탁월한 용기와 이해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러한 자질을 가진 모든 개인은 평등하게 군인으 로서 최고지위에 오를 자격이 있다. 군대 내에 지금까지 존재해오던 계급적 차별은 모두 폐지 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출신 성분 여하를 불 문하고 평등한 의무와 평등한 권리를 갖는다.” 라고 규정하였다. 이론(異論)의 여지없이 확고한 직업주의(professionalism)의 기준이 제정된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현대 군사전문직업주의는 20 세기 초 미국에서 완성되었다. 미국인들은 신대 륙에 정착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각자가 무장을 갖추고 자위(自衛)의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개인 의 재산권을 스스로 보호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 인 권리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일견 호전적이라 고까지 비쳐지는 미국인들의 상무정신의 바탕 이며, 오늘날 개인의 총기 소유가 허용되는 이유 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 청교도 이주로 상징되는 개척민 이래의 뿌리 깊은 자유주의 사상은 군대 가 개인의 자유와 인권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 는 반군사적 사고(思考)로 이어졌다. 거기에 17 세기 중반 크롬웰의 군사독재에 호된 경험을 한 영국의 유산이 건국 초기 미국인들의 군에 대한 깊은 불신과 피해의식을 가중시켰다. 찰스 1세에 항거하여 영국의회가 구성한 크롬 웰의 의회군이 왕정타파 후 혹독한 무단정치(武斷政治)의 도구로 돌변하자, 영국민들은 고삐 풀 린 무력 즉 군(軍)의 위험성을 절감하였던 것이 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 대륙의 초기 이민자들 은 그러한 선대의 경험에 덧붙여 미 대륙에 주둔 했던 영국 정규군들의 폐해, 즉 주둔비용 등 경 제적 손실과 자유에 대한 위협을 경험하였다. 독 립전쟁 시에는 아마추어 장군들이 이끈 시민군 (민병대)이 직업적인 장군들이 지휘한 영국 정규 군을 이겼다는 과신에 빠지기도 하였다. 이것이 미국인들의 반군사적 성향의 배경이었다. 헌팅 턴이 “자유주의는 군대조직과 군대의 기능을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군에 대해 적대적”이라고 평 가한 근거이다. 더구나 미국은 1812년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공한 전쟁이 끝난 이후부터 1941년 일본군의 진주만 피습이 있기 전까지 외적의 침 략으로부터 무풍(無風)지대였다. 국가의 안보는 당연히 주어진 것이라고 여겼다. 그 안보는 미 대륙이 구대륙으로부터 큰 바다에 의해 이격되 어 있었다는 지리적 조건 때문에 확보된 것이라 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였다. 그 당시 대서양과 태평양을 극복하고 미 대륙을 공격할 수 있는 국 가는 지구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자유와 번영 에 도취되어 뿌리 깊은 반군(反軍) 풍조에서 벗어 나지 못하였다. 미국은 20세기 초 강력한 중앙정부제를 주창 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지향하는 소위 신 해밀턴주의적 현실주의에 입각하여 쿠바와 필리 핀에서 스페인과의 전쟁(1898) 등 대외적인 개 입에 나섰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1914-19 18) 후 민족자결주의를 표방하는 윌슨 대통령과 의회의 주도로 다시 자유주의적 고립주의로 회 귀하였다. 이러한 영향으로 군대는 병영으로 스 며들어 또다시 적대(敵對)와 소외(疏外)를 겪게 되었다. 헌팅턴의 분석에 의하면, 바로 이 소외 와 고립의 시기에 미국 군부는 진정한 군사전문 직업주의(軍事專門職業主義)를 확립할 수 있었 고, 그 결과 제2차 세계대전(1939-1945)에서 승 리했다. 헌팅턴은 물론 미국의 위대함이 자유주의적 가치에 있음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유 주의적 가치와 이상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반드 시 국가안보가 확보되어야만 하고, 그 국가안보 는 바로 강력한 군사전문직업 집단의 몫이라고 주장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1939-1945)을 계 기로 군사 과학 및 기술의 발달이 촉진된 결과 지리적 조건이 더 이상 국가안보를 위한 방벽 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미국 사회에 점점 확산 되었다. 그 만큼 군사전문성과 상비성의 요구가 증대된 것이다. 그 결과 거대화된 군사전문직업 집단 즉 상비군이 미국에서 새롭게 탄생하게 됐 던 것이다. 정체성은 전문직업군인의 특성과 요구되는 자 질에서 찾아야 헌팅턴은 다른 직업과 분명하게 구분되는 전 문직업군인의 세 가지 특성(特性)을 제시하였다. 첫째 군사전문성(軍事專門性)으로, ‘유일한 합법 적 폭력관리 집단’이라는 점이다. 합법적인 폭력 은 ‘국가의 주체로서의 국민’이 군대(軍隊)에 부 여한 권한이다. 그것은 본연의 임무인 국가방위 와 국민의 생명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만 행 사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군대를 통제할 수 있 는 권한은 유일하게 ‘국가 주체(主體)로서의 국 민’만이 갖고 있다. 이것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적용되는 민군관계(民軍關係)의 알파(Α)와 오메 가(Ω)이다. 둘째는 직업군인의 책임성(責任性)으로, ‘유사 시 생명을 바쳐 국가와 국민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군인은 기본적으로 임무 수행과정에서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순간에 직면하면 자신의 가장 소중한 목숨까지도 바쳐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직업과 분명하게 구별된다. 그러나 책임완 수를 위해 군의 무력은 합법적으로 승인된 목적 을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한다. 군의 국가적 책임 성이 엄정하게 제한되어 요구된다. 의사의 책임 은 환자에, 변호사는 의뢰인에 대한 것이지만 군 인의 책임은 오직 ‘국가(國家)와 국민(國民)’에 대 해서만 존재한다. 셋째는 직업군인의 단체성(團體性)으로, ‘명령 의 절대성과 엄격한 위계질서를 준수해야 한다.’ 는 점이다. 군인은 공적으로 제복과 계급장에 의 해서 표시된다. 그리고 내부적인 직무는 직위(직 책) 서열에 의해서 수행된다. 군은 명령의 절대 성이 요구되는 조직으로서 규율성과 강력한 위 계질서가 지배한다. 하급자와 하급제대는 상급 자와 상급제대의 정당한 명령에 반드시 복종해 야 한다. 아무리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일지라 도 군대만은 엄격한 상명하복의 위계조직으로 구성되며, 목숨을 바쳐서 명령에 복종할 것을 요 구한다. 동시에 직업군인은 인간, 공직자, 전문가로서 의 자질(資質)을 구비하도록 요구받는다. ‘인간으 로서의 군인’은 제복 입은 민주시민으로 자유민 주주의 가치를 신념화하고 평화를 사랑하며 도 덕적 진실성을 실천해야 한다. ‘공직자로서의 군 인’은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 산을 보호하는 주체로서, 항상 청렴결백한 공복 (公僕)의 자세로 선공후사(先公後私)해야 한다. ‘전문가로서의 군인’은 국민에게는 존경과 신뢰 를 받는 표상인 동시에 적에게는 전율과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합법적으로 무력을 관리하 고 행사해야 한다. 여기서 제시한 직업군인의 특성과 자질은 바 로 추구하는 정체성과 직결되어 있다. 그러면 이 러한 정체성을 어떻게 확립해야 할까? 일반적으 로 사람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 즉 직업을 통해 자아를 실현한다. 그리고 자아실현(自我實現)을추구하는 과정에서 정체성은 공고하게 확립되어 간다. 자아실현은 개인이 지니고 있는 소질과 역 량을 스스로 찾아내어 그것을 충분히 발휘하고 개발하여 자기가 목적한 이상(理想)을 실현하는 것이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왜·어떻게 살 것인가?”를 결심하고 실천하는 노력의 과정 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직업군 인의 정체성이다. 전문직업군인은 국가방위(國家防衛)를 위해 합 법적으로 폭력을 관리하고 행사하는 집단이다. 목숨을 바쳐서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사명을 완수하고, 이를 위해 상급부대와 상급자 의 정당한 명령에는 절대 복종해야 한다. 그리고 자아실현 과정에서 위국헌신(爲國獻身) 할 수 있 는 각오와 태세를 요구받는다. 자신의 소중한 생 명을 바쳐서 국가를 지키는 것은 보통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최종적으로 정체성이 확립 된 전문직업군인(專門職業軍人)만이 할 수 있는 성업(聖業)이다. 전문직업군인의 소명은 위국헌신, 사명은 국 가방위 전문직업군인은 소명의식(召命意識)이 충만해 야 한다. 역사적으로 소명의식은 기독교에서 특 별한 목적을 위해 하나님으로부터 부름을 받았 다는 인식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는 개인의 일 을 의미와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자신의 일에 헌신(獻身)하려는 태도를 말한다. 올바른 직 업군인이 되기 위해서는 ‘군인의 길이 하늘이 나 에게 부여한 소명(召命)’이고, ‘그 소명을 다하기 위해 위국헌신(爲國獻身)’해야 한다는 소명의식 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소명의식이 없는 직업군 인은 위국헌신 할 수 있는 용기(勇氣)를 발휘할 수 없다. 전문직업군인은 사명감(使命感)도 충만해야 한 다. 인간은 사명(使命)을 깨닫고 사명을 위해서 죽을 수 있는 사명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인물들은 그의 생애의 어느 시기엔가 인생의 큰 사명을 느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것은 사 명(使命)에 대한 자각(自覺)이 곧 사람을 위대하 게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사명은 삶의 이유이자 목표가 되고, 정체성 확립의 근간(根幹)이 된다. 사명감이 부족한 직업군인은 망망대 해를 표류하는 돛단배와 같은 것이다. 그러면 전문직업군인의 사명은 무엇인가? 대 한민국의 헌법 제5조 2항에 “국군은 국가의 안 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임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한마디로 국 가방위가 직업군인의 사명(使命)인 것이다. 총탄 이 비 오듯 쏟아지고 포탄이 작렬하는 절체절명 의 긴박한 상황에서 자신의 생명을 초개(草芥) 와 같이 버릴 수 있는 용기는 바로 그 사명감에 서 나온다. 대한의군(大韓義軍) 참모중장 안중근 은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이라 고 하였다. 소명의식과 사명감 발휘를 위한 최고 의 경지이다.

전문직업군인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복지(福祉) 필요

사람은 직업(職業)을 통해 나와 가족의 생계를 유지한다. 직업군인도 마찬가지이다. 직업이란 직(職)과 업(業)의 합성어이다. 職은 사회적 직분 으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맡아야 할 역할을, 業 은 개인적 생계수단으로 벌이의 한 방편을 의미 한다. 현대적 의미로 해석하면, 사회적 참여라 는 직분의 측면과 생업의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 는 것이다. 직업은 자기 생활의 기반이 될 뿐만 아니라 자기 능력을 사회 및 국가 발전에 기여케 하는 수단이며 자아실현의 기반이다. 직분(職分)이란 각 개인이 독자적인 소질과 주 어진 상황 등에 따라 사회적 공동체 안에서 각자 자기에게 가장 적합한 임무를 분담함으로써 전 체의 사명에 공헌하는 의무를 뜻하는 것이다. 군 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사람의 사회적 직분은 곧 국가방위의 책임자이다. 직업군인은 직업을 단순한 삶의 수단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공인의 삶을 살아가는 과정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따라 서 직업군인은 업(業)보다는 직(職)의 역할을 우 선해야 한다. 필자는 군인의 길을 선택하여 1976년 1월 31 일 육군사관학교에 입대하였다. 4주간의 혹독한 기초군사훈련(beast training)을 수료해야만 정 식 사관생도가 될 수가 있었다. 훈련이 시작된 후 1주일쯤 후 2월 10일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으로 국가가 주는 봉급을 받았다. 저녁 점호 시 에 훈육관님께서 일금 일만 사천 원이 들어있는 봉투를 일일이 생도개인에게 수여하면서 하신 말씀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군인의 봉급은 단순한 월급(月給)이 아니다. 목숨 바쳐서 국가를 지키겠다고 험난한 군인의 길을 선택한 여러분 들의 믿음과 의리에 대한 국가의 최소한의 보상” 이라고. 한 일간지에서 “예우할 시간, 얼마 안 남았다.” 라는 기사를 보았다. 온몸에 아프지 않은 데가 없고, 감기만 걸려도 자칫 폐렴으로 이어질까 노 심초사하는 6.25 참전용사의 이야기였다. 월 34 만원의 참전 명예수당을 받는데 이는 대부분 약 값으로 나가고, 전국 6곳에 불과한 보훈병원에 가지 않으면 6·25 참전 용사에게 약값조차 지원 되지 않는다. 선심성 예산은 펑펑 쓰는 정부가 “예산이 없다”고 국가 위해 목숨 바쳐 싸운 참전 용사를 홀대한다는 내용이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참전용사들에 대한 예 우가 생계유지를 위협할 만큼의 수준이라면 그 나라는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 국가와 국민 을 위해 유사시 목숨을 바치겠다는 각오로 군인 의 길을 선택한 직업군인들에게 국가는 기본적 인 삶을 보장해야 하는 책무(責務)가 있다. 물론 국가재정이나 일반국민들의 생활수준을 고려 시 다다익선(多多益善) 식으로 높은 봉급과 연금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직업군인들이 가족의 생계와 노후를 걱정하지 않으면서 국가 방위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은 보장되어야 한다. 직업군인의 복지(福祉)는 정체성 확립과 평상시 전투준비태세 유지 그리고 전쟁 시 전의(戰意) 고 취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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