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연합작전통제권과 한미 연합사령부는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21세기형 포괄적 전략동맹”구축에 합의



류재갑
대진대 대진학술원장
정치학 박사
jaeryoo@naver.com


2013년 5월 7일 박근혜 대통령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 60주년에 즈음하여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하고 동맹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며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되 대화의 문은 열어두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미래의 한미동맹의 성격과 범위를‘신뢰동맹,’‘가치동맹’의 비전에 입각한“21세기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확대발전시키는데 적극적인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평가된다.‘포괄적’이란 의미는 그 적용범위가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 태평양으로 확대되고, 그 내용도 북한의 군사위협에 대응하여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원하는데 한정되지 않고 지역의 안정과 평화와 경제적 번영에 협력하는길을 함께 찾아가는‘신뢰동맹’으로 발전해 나가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므로 차제에 한미동맹의 기본성격과 역할을 재음미하고 향후의 과제를 발전적으로 고찰할 필요가 제기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그 기틀을 새롭게 만든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다져온 60년간의 초석 위에 포괄적인 질적 향상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곧 한미동맹을 범세계적인 동반자 관계(global partnership)로 한 단계 질적으로 격상시켰음을 의미한다. 실제 이러한 외교적 수사(修辭)가 곧 바로 실현되는 것이 아닌‘선언적 정책’이라 할지라도 미래의 발전방향 제시를 확고히 했음을 의미한다. 2009년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간에 합의한‘동맹 미래비젼’을 확대한 것이고‘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아·태지역 전체로 확대 적용한다는‘호혜적’자세를 반영한 것이다.

한미동맹을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전 지역으로 확대하려는 시도는 범지역적 평화와 안정이 한반도의 안정과 병화에 긴요한 조건이 될 뿐만 아니라 한국의 국력이 신장됨에 따라 수출경제 활동의 안전을 위해 지역 전체의 안정역활에 동참할 필요가 있고, 유엔과 미국의 평화유지 노력에 동참함으로서 대한민국의 광복과 건국, 6·25전쟁에서 수행한 미국의 지원에 보답하는 길이기도 하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이제 한국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2003년 아프카니스탄에서의 대테러전 수행 이래 미국은 범세계적인 군사전환 계획을 추진해 왔다. 이제 해외주둔 미군은 대소 봉쇄를 위한 고정기지 배치보다 거점기지와 기지를 연결하는 넷트워크체제로 전환(소프트웨어 면의 전환)시켜왔다. 미국과 호주간, 미국과 일본 간의 동맹을 전략적으로 연계하여 미-호-일 3자 연계를 추진해 온 것이다. 이는 예측이 어려운 테러리즘에 대비함과 동시에 중국을 전략적으로 견제하고자 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은 중국의 잠재적인 군사력을 대만해협 뿐만 아니라 동아태지역과 미국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아·태지역동맹의 연계망을 강화하려한다. 그래서 한미동맹을‘지역동맹’으로 강화하여 양자-다자 넷트워크를 형성하려는 것이다. 2003년 5월 16일 노무현대통령 방미 시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21세기 한미동맹을 “국경을 넘어 포괄적이고 역동적인 안보협력관계(Comprehensive and dynamic security cooperation… beyond the Korean Penninsula)”로 발전시키기로 합의한 것은 한미동맹의 미래성격을 규정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주한미군의 역할은 한국방위의 책임을 감당하는 데 한정되지 않고 범지구적 대응태세 유지의 일환이 되어야 하며, 나아가 한국군도 미국의 범지구적 대테러전 연합전선의 한 요소로 참여해야 할 임무가 생김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의 한국군은 미국이 주도하는 신축성 있는 지역동맹체제의 일원이 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2004년 6월 10일 한미정상회담에서‘전략적 신축성’문제에 대해 협의해 나가자는 합의도 또한 향후 새로운 한미동맹의 방향타를 제시한 것이었다. 미국과의 동맹 넷트워크에서 이탈하지 않고 협력하는 것이 국가 안보이익에 크게 보탬이 된다면 한미동맹관계도‘21세기형 새로운 동맹’으로 전환해 나가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다. 미국이 동북아지역에서‘역동적인 균형자(dynamic balancer)’로서‘지역 안정자(regional stabilizer)’로 계속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협력하는 것이 최선의 국가이익이다. 대테러전쟁시대에‘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의 일원으로서 21세기를 지향하는“포괄적이고 역동적인 동맹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실용적 선택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의 새로운 이정표를“21세기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설정한 것은 그 의의가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한미동맹의 기본성격의 변화와 문제점 :
‘핵심 지렛대(linchpin)’의 지역확대와‘인계절선(tripwire)’효과의 약화
한미동맹의 기본성격은 북한의 군사위협에 대응하여 대한민국의 안전과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양자동맹이다. 1950년 6·25전쟁 참전과 1953년 10월 1일에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것이라서 그 임무가 상호적이고 적용범위가 한반도와 서 태평양을 포함하지만 사실상 한국은 피원조국·피보호국이고 미국은 지원국이며 보호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그래서 군사전략적 맥락에서 보면 미국의 안보제공 공약은 대한민국 방위의‘핵심축’또는‘핵심 지렛대(linchpin)’이고 전진배치하여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주한 미군은 사실상의 자동개입효과를 나타내는‘인계철선(tripwire)’의 성격을 지닌다.
한국방위를 위해 전쟁재발시 69만명의 미군과 5개 항공모함 전단, 160척의 해군 함정, 1,600여대의 항공 전력과 소요 탄약과 장비 등 군수물자를 제공하기로 한 공약이 곧‘핵심지렛대’의 내용이다. 이는 전시 군사력 투입의 필승공약이므로 순수(pure) 또는 즉각적 억제(immediate deterrence)의 방법인 거부적 억제(deterrence by denial)의 주요 수단이다. 적의 침공에 의한 전쟁발발시 충분한 한미 연합전력과 전략 및 결의로 적을 격멸할 수 있음을 적국에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국의 무모한 침공행위를 자제시킬 수 있으므로 억제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평시에도 한국의 전방전선에 주둔하여 즉각 대응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주한미군은 적과 직접 대치하고 있어 적의 침공 시 바로 접전이 되므로 자동개입의 효과가 나타난다. 한미상호 방위조약은 NATO조약과 달리 전쟁발발시 자동 개입하는 게 아니라 상호 간의 협의-합의를 거쳐 지원국가의 국내법절차 (미국상원의 참전결의와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개입하게 되므로 먼저 전선에서 자동개입 상황이 전개되어야 동맹의 작동이 가능하게 된다. 또한 군사력 균형은 전략적 안정화 수단이므로 평시의 억제효과를 나타내는 전략적 안정은 평시의 군사력 균형에 의해 달성된다. 그러므로 평시의 전략적 안정에 의해 나타나는 억제효과인 일반적 억제(general deterrence)는 적정한 주한미군의 한국주둔이 필수적이고, 연합작전태세(연합 지휘통제체제와 연합기구의 작동)의 유지가 핵심적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양자 동맹의‘핵심 지렛대’역할이 대북한 전시 대응태세를 넘어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 확대되어 평시의 평화와 안정 및 번영의‘핵심지렛대’로 그 역할이 확대된 것이다. 미국 백악관은 이미 금년 4월 15일 한미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발표하면서“박근혜대통령의 방미는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의 린치핀으로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도 4월 초 미국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국의‘린치핀’역할을 범지역적으로 확대한 것은 분명히‘회갑’을 맞은 한미동맹의 질적 위상을 격상시킨 쾌거다. 그러나 문제는 이 린치핀을 유지할 제도와 체제가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점이다.
린치핀의 수단인 전시 증원전력과 한국군 전력의 연합적 역량발휘의 제도적·체제적 보장수단이 전시 연합작전통제권과 이를 수행하기 위한 한미 연합사령부 체제이다. 그런데 2015년 말에 이 두 가지 제도와 체제가 사라지면 맥아더 장군의 표현대로 60세 회갑을 맞이한 노병인 한미동맹이 죽지는 않겠지만 그 효과는 사실상 사라질 것이다. 즉,‘핵심지렛대’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약화될 것이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 적용하려는 시도는 한낱 외교적 수사로 끝나고 말 것이다.
또한 사실상 자동개입 효과를 나타내는‘인계철선’의 효과도 주한미군의 실질적인 전투력이 한강 이북에 배치하여 북한군과 직접대치하고 있을 때라야 가능하다. 현재 한강 이북의 주한미군이 평택지역으로 이전된 상황에서는 미군 전투력의 자동개입 효과는 이미 근본적으로 약화되었다. 서울에 위치하는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주한 미군 자동개입의‘상징적’효과마저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미동맹의 운명은‘허수아비 동맹’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미동맹의 미래 과제: 실질적 개선조치의 실행

한미동맹이 아무리 오래 지속되었고 또 미래에도 지속된다 해도 다음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죽지는 않더라도”그 실효성을 상실한 채 명목상의 동맹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에 실질적으로 대응할 한미 연합 대응책 개발, 전시 연합작전통제권과 연합사령부의 지속적인 유지 문제, 한미 연합전력 강화의 일환으로 주한 미군과 한국군의 실질적 방위력 강화 문제, 한미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 그리고 방위비 분담(피지원국 부담) 문제 등이다.
첫째,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폐기를 위한 한미 간의 외교적 공조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군사적 대응책도 강구해야 한다. 군사적 대응책이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에 맞서 한국도 핵무기를 개발하든지,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다시 도입하든지, 그것이 불가능하면 재래식 타격역량으로 북한의 주요 군사거점을‘선제타격(pre-emptive strike)’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기개발이나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도입은 미국의 핵확산방지정책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에 동맹을 깨지 않는 한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번 양국 정상회담과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박대통령은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과 전술핵무기 도입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천명하였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경우 남북한 간의 표적의 범위와 가치의 비대칭성(남한의 표적이 수 백배 더 많고 고가임) 때문에‘상호공포의 균형’이 성립되기 어려워서‘상호억제’효과가 미약할 것이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사실상 유일한 대안은 재래식 전력에 의한‘선제타격’방법이다. 선제타격은 국제법적으로도 정당성이 인정된 자위(自衛) 조치이므로 한미 연합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기지와 수단에 대한‘병렬적(parallel)’점타격에 성공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다행히 이번 양국 정상회담에서 전시 연합작전통제권 분리전환에 대비하여 한미연합 방위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에 기대해 봄직하다.
혹자는‘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또는 보다 포괄적으로 표현하여‘확장안보(extended security)’조치에 기대를 걸기도 하지만 그 실효성은 의문이다. 원래‘핵우산(nuclear umbrella)’도 확장억제의 일환이지만 이는 미국으로부터의‘원격억제’, 방법이기 때문에 한반도와 같이 원거리에 위치한 협소한 공간에서는‘서울 불바다’협박에 대응하여 억제효과를 발휘하기 힘들다.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철수했기 때문에 사실상 핵우산효과는 사라진지 오래이다. 다만 재래식 실전전력(warfighting capability)에 의한‘순수억제’또는‘즉각적 억제’방법도 확장억제이기 때문에 이 경우‘선제타격’역량과 태세를 갖추면 어느 정도 확장억제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전시 연합작전통제권과 한미연합사 체제는 한미동맹 린치핀의 근본적인 장치이기 때문에 북한이 대량실상무기를 폐기하지 않는 한, 중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거나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허용하는 한,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이 문제는 재론이 불필요하다. 한미동맹이“노병이 되어 죽지는 않아도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어쩔 수 없는 방안이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와 평화의 운명을 좌우하는 필연적 요소이다.

셋째,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독자적인 핵무기와 미사일로 대응할 수 없다면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실질적인 재래식 방위력 개선과 강화는 필수적이다. 북한의 모든 표적을 선별적으로, 동시 병력적으로 선제타격 가능해야 한다.
넷째,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박근혜대통령이 조심스럽게 요구한 것처럼 평화적 목적에 한정하여야 하며,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 호혜적인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조바심을 내지 말고 끈기있게 임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가 한미동맹의 세로운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섯째, 한미 상호간 방위비 분담 문제는 호혜적 방향으로 풀어야 하고 또한 풀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러려면 우리 국민의 자세와 입장을 긍정적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6·25 한국전쟁으로 인해 미국과의 군사관계가 시작되었고 북한의 재침에 의한 전쟁재발을 예방하고 침공을 격퇴하기 위해 한미동맹이 탄생하였기 때문에 동맹의 필요성은 미국의 대쏘·대중 봉쇄용이 아니라 우리의 필요에 의한 것이고, 주한 미군은 우리의 초청에 의해 파견된 군대이기 때문에 우리 측이 적절한 수준으로 방위비를 분담할 필요가 있다. 연합 방위비의 한 요소는 69만 명의 미 증원군과 무기 및 장비가 전시 증원될 때 수용태세 (항만, 비행장, 수송 수단, 탄약과 보급품 및 장비 집적 시설 등)를 준비하는 것이고, 이는 결국 우리의 전쟁준비용이므로 우리가 준비해야 할 부분이다. 또 하나의 요소는 주한 미군을 위한 생활편의 제공 (숙소시설과 복지시설 등)을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요소 모두 사실상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요소이다. 다만 그 동안 우리의 국력이 부족하여 미루어 오던 것이었다. 이제 주한 미군의 생활편의 제공 비용은 우선적으로 우리가 부담하는 것이 호혜적 방향이다.

미국인 중 한국을 더 잘 아는 사람이 더욱 친한적이 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한국이 주한 미군의 생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비용을 부담한다면 미군은 2~3년 이상 가족 동반 조치를 승인할 태세라고 한다. 전 한미 연합사령관 버럴 벨 대장의 충언이다. 한미동맹은 동북아 지역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국체와 국민의 위신과 자존심을 세어 줄 수 있는 버팀목이었고, 미래에도 그러할 것이다. 중국인들로부터‘코리팡져(高麗房子)’나, 일본인들로부터‘조센진(朝鮮人)’이라는 멸시를 받지 않으려면 우리는 그래도 덜 패권적인 미국과 연합해야 한다. 그것이 통일될 때까지는 최선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