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과 청샤오허 중국 인민대 교수는 11월 26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중국·일본 간 과거사 논란과 영토 분쟁 등으로 동북아에서의 충돌과 갈등이 당분간 심화될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동북아를 둘러싼 한·미·중·일 각국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과 청샤오허 교수는 동북아 정세 관련해 미·중의 대표적인 전략가이며 전문가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최근 일본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와 한국의 이어도 지역까지 포함한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한 것에 대해“미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중국 정부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는“일본의 집단자위권 대응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당초 중국이 원했던 것”이라면서“일본의 집단자위권은 유엔(UN) 헌장에 보장된 권리를 행사하는 것뿐이며, 자국을 보호하려는 것이지 다른 국가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청샤오허 중국 인민대 교수는“일본 정부를 겨냥한 것”이라면서“(한국의) 이어도가 포함된 것은 예상하지 못한 단순한 해프닝에 불과하며 한국을 겨냥한 것이 절대 아니다”고 분석했다.
 그는“일본이 먼저 중국기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왔다고 수차례 전투기를 발진시키며 시작한 것”이라며 일본이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집단자위권 움직임에 대해“지금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집단자위권은 군사적 행동을 위한 것이며, 다른 국가와의 동맹을 맺어 영향력을 넓히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 동북아의 위기와 갈등 원인에 대해“일본 문제가 생기기 전에는 동북아가 지역적 통합단계에 들어섰다”면서“하지만 최근 일본 문제가 생겨나면서 국제적 경쟁관계가 형성됐으며 동북아 국가들의 라이벌 관계가 팽배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대해“이해할 수 없으면 동의할 수도 없다”고 거듭 강조하면서“현재 동북아에서 위기가 고조되면 가장 큰 희생을 당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라고 내다봤다.

 스콧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 사진=국방대제공

 그러면서 그는 한국이 동북아 위기를 헤쳐 나갈해법에 대해“박근혜정부의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이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면서“청와대와 한국 정부가 실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박근혜 대통령이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을 추진하면서 한·중이 안중근 의사 기념비를 함께 설치하는 것은 동북아평화협력 구상과 반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을 말하면서 안중근 기념비를 중국과 설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박 대통령의 구상은 한국이 동북아 갈등과 위기 속에서 한국으로서는 가장 적합한 해법이라면서도“박 대통령이 내놓은 비전과 실제 반대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박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당신들은 역사부터 알아야 한다’고 요구하면서도 안중근 기념비를 중국과 설치하는 것은 결국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라면서“일본도 역사에 대해 다시 한번 엄밀히 되돌아보고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박 대통령이 일본 정부에 강경한 발언을 할수록 박 대통령이 취하고 있는 동북아평화협력 정책과는 반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라면서“유리로 지은 집에서 돌을 던지면 결국 그 집이 깨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동북아 위기의 해법으로 그는“지금 시점에서 영토와 역사 문제를 푸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최소한 갈등 관리를 잘 하면서 문제를 더 이상 키우거나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국가마다 사례와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접근 방식과 해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다만 국가 간에 가까워지면 풀지 못할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최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거듭 용인하는 행보 때문에 기존의 한·미동맹에 균열이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에 대해서는“한·미는 지금까지 공동으로 북한의 핵 능력을 잘 억제해 왔고 미사일 사거리도 연장했다”면서“한·미동맹이 미·일동맹보다 훨씬 더 견고하다”고 평가했다.
 그는“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은 미·일보다 한·미가 훨씬 더 견고하고 강하게 잘 돼 있다”면서“오히려 일본 정부가 한·미 군사동맹에 대해 부러워하고‘어떻게 한·미가 그렇게 강력한 동맹을 유지할 수 있느냐’반문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한·미동맹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염려를 할 필요가 없다”면서“반대로 미국이 일본의 미사일 사거리를 연장해 주면 한국은 가만히 있겠느냐”며“지금까지 단 한번도 일본은 미국과 독립적으로 미사일 타격 전력에 대해 논의 자체를 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칭샤오허 중국 인민대교수/ 사진=국방대 제공

 일본의 집단자위권에 대해서도 그는“일본이 자신의 국가를 보호하기 위한 자위권 차원”이라면서“미국이 일본에게 다른 나라를 공격하거나 도발하는 것을 승인한 것이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와 관련해“미국은 중국의 입장을 동의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면서“중국 입장에 부정적이며 일본 때문에 중국이 그러한 입장을 취한다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청샤오허 교수는 동북아의 위기를 일본이 고조시키고 있으며 국가 간 대화를 통한 (해결) 메커니즘을 만들어 난제들을 다음 세대로 넘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청샤오허 교수는“중·일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악화되고 있다”면서“일본의 군사적 대응과 도발에 위협을 느낀 중국의 대응 차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일본이 계속 동북아에서 때를 기다리면서 상황을 악화시켜 오고 있다”면서“지금 중·일 관계는 마치‘고양이와 쥐’가 서로의 기회만 엿보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는“중국의 군사 안보 측면에서 일본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그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를“한국인들이 깊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중국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중국이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았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의 집단자위권 강행 움직임과 관련해 “일본이 그동안 자위권 차원에서 미국과 실질적인 동맹관계를 맺어 집단자위권을 행사해 왔다”면서“지금은 일본 영토뿐만 아니라 동북아와 국제지역에서 일본의 자위권과 군사 행동을 더 자유롭게 넓혀 가고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라면서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들과 동맹을 맺기 위해서는 집단자위권이 있어야 용이하기 때문”이라면서“지금 일본이 하고 있는 행위는 매우 비생산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민감하고 예민한 대립 상황이 연일 불거지는 상황에서 집단자위권 행사를 추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도 생산적이지 않다”면서“앞으로 일본이 집단자위권의 다음 수순으로 대단히 빠르게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북아 위기의 해법으로 그는“첫째,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국가 정상 간의 우호적인 관계 형성이 우선돼야 그 다음 국민들을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현재 놓여 있는 이슈들에 대한 대화를 통해 (해결) 메커니즘을 만들어 내야 한다”면서“난제들을 다음 세대에게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지역적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통합을 통해 지금 문제 해결에 대한 기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