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敗의 信念, 결단·판단력, 역발상, 共感능력 등 전략·전술의 敎本


류석호
강원대 외래교수
전 조선일보 취재본부장
변협 등록심사위원

“두려움을 정복하는 자는 세상도
정복할 수 있다!”
‘리더(leader)’의 어원(語源)은 인도유럽어의 ‘leit’으로, ‘전쟁터에서 깃발을 들고 맨 앞에 서서 적을 공격하는 사람, 적에게 가장 먼저 공격을 당해서 사망할 위험이 큰 사람을 묘사하는 단어’라고 한다.
인류 역사상 전장(戰場)에서 이런 ‘리더’에 가장 합당한 인물은 단연 알렉산더대왕(Alexander the Great· BC 356 ~ BC 323, 마케도니아)일 것이다.
그는 싸움터에서 항상 맨 선두에 섰으며, 직접 정예 기병대를 이끌고 적의 본진(本陣)을 공격해 대장(大將)을 제압했다.

적의 눈에 잘 띄게 투구에 흰색 새털을 꽂거나, 황금색 갑옷을 입고 “내가 알렉산더다”라고 외쳐 이목을 집중시켰다. “죽일 테면 죽여 봐!”라는 강심장을 내보여 적의 기를 죽였다. 한마디로 “돌격 앞으로!”가 아니라, “나를 따르라(Follow me)!” 리더십을 몸소 실천했던 것.
이런 자질(資質)은 가히 천부적이라 할만하다.
알렉산더가 12세 때인 어느 날, 말 장수가 필리포스 왕에게 부케팔루스라는 말을 팔려고 찾아왔다. 그런데 말이 너무 사나워 신하들 중 아무도 말 가까이 가지 못했다. 필리포스가 말 장수에게 말을 가져가라고 돌려세우는 순간, 알렉산더가 “내가 말을 다뤄보겠다”며 자원하고 나섰다.
그는 부케팔루스에 거뜬히 올라탔을 뿐 아니라, 전 속력으로 달리기까지 했다. (그는 이 말을 길들여 나중에 인도 원정 때 타고 간다.)
“나는 승리를 훔치고 싶지 않다!”
페르시아정벌에 나선 가우가멜라전투에서 부하 장군들이 야습(夜襲)을 건의하자, “정정당당한 승부에서 이겨야 다시는 반격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라며 알렉산더가 한 말이다.
‘알렉산더대왕의 리더십’이 위대한 것은 그 자신이 용감한 것뿐만 아니라, 부하들이 믿고 따라오도록 만들었다는 데 있다. 그런 군대가 대단한 군대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용장(勇將) 밑에 약졸(弱卒) 없다’는 것은 진리이다.

알렉산더대왕이 구사한 전략 전술은 그야말로 군사학(軍事學)의 교본(敎本)이라는 것이 전쟁연구자들의 정설이다. 이후의 장군들은 모두 알렉산더대왕을 따라한 것이라 해도 과언(過言)이 아닐 정도.
이는 천부적으로 두뇌가 명석한 데다, 16세 때까지 3년간 당대 최고의 석학인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다양한 교육을 받았고, 머리맡에 호머의 ‘일리아드’를 두고 즐겨 읽을 정도로 지식욕 또한 대단한 문무(文武) 겸전(兼全)의 특별한 인간이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그러기에 남다른 전략 전술을 구사할 수 있었고, 그리스와 오리엔트 문화를 융합한 새로운 ‘헬레니즘(Hellenism)문화’를 꽃피우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는 생각이다.
“전쟁은 격동(激動)이다.”
순간 판단력이 빛을 발하는 것이 전장(戰場)이고, 용감무쌍하게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적을 흔들면 어디선가 반드시 빈틈(균열)이 생기는 법이라는 게 알렉산더의 지론(持論)이다. 일견 무모하게 보이는 공격을 감행하고, 상식을 뛰어넘는 역빌상(逆發想)과 전격전(電擊戰)을 잘 쓰는 것이 그의 장기(長技).
전투 중에 현장에서 곧바로 상황을 파악해 맞춤식 공략법(攻略法)을 찾아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인도 북부지역 정벌 때 코끼리부대의 공격에 밀리자, 코끼리 목에 걸터앉아 코끼리를 조종하는 조련사가 관건(關鍵)임을 파악하고 곧바로 “조련사를 없애라!”는 해법을 제시, 코끼리부대를 혼란에 빠뜨린 것이 좋은 보기다.
성벽요새(城壁要塞)인 페니키아의 티루스(Tyrus)섬을 무너뜨릴 때는 7개월간 육지와 섬을 잇는 길이 800ｍ의 뚝길을 두 번이나 쌓는가 하면, ‘헬레폴리스’란 이름의 높이 50ｍ짜리 공성탑(攻城塔)을 활용해 적의 방어를 무력화시킴과 동시에 공격력을 배가시켰다.
알렉산더가 나타나기 이전까지의 전투양식은 별다른 전략없이 양측의 군대가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것이었다. 때문에 당시의 주력이었던 중장보병(重裝步兵)이 활동하기 좋은 평원이 전장으로 활용되었고, 수가 많은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기병(騎兵)은 전투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맡았을 뿐, 보병(步兵) 중심이었다.
하지만 알렉산더대왕은 이런 전투방식에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
우선 보통 1 : 10이었던 기병과 보병의 비율을 1 : 6으로 조정, 기병의 비중을 높인 것. 때문에 기병을 이용한 빠른 작전이 가능해졌다. 맨 앞에 경장보병(輕裝步兵· 주로 활이나 투석기를 가지고 투척 공격 담당), 그 뒤에 중장보병(重裝步兵), 그리고 양 측면에 기병(騎兵, 경무장·중무장)이 배치된다.
마케도니아 군대의 특징은 잘 훈련된 중장보병(重裝步兵)과 중장기병(重裝騎兵)의 적절한 조화. 특히 보병의 경우, ‘팔랑크스(Phalanx·방진·方陣 대형’(촘촘하게 오와 열을 맞춘 사각형 형태)을 변형시키거나 종래 것보다 1.5ｍ 보강된 5.5ｍ 길이의 사리사(Sarissa·긴 창)를 사용, 고슴도치를 방불케하는 ‘거대한 탱크’로 만듦으로써 막강 공격력을 자랑했다.
이른바 ‘망치(기병대)’와 ‘모루(보병)’ 전술로서 중앙의 보병대가 적을 저지하는 동안, 기병대가 측·후방을 타격하는 방법이다. 이 전술로 알렉산더군대는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시간싸움에서도 승리할 수 있었다.
‘배활(가스트로페테)’로 불리는 석궁(石弓)과 400ｍ 떨어진 적의 방패와 갑옷을 관통시킬 정도의 위력을 갖춘 ‘옥시벨레(비틀림 노포·弩砲)’등 무기 개발도 빼놓을 수 없다.
게다가 사상 최초로 공성전(攻城戰)과 포위 공격을 위한 탑, 충각, 쇠메, 투석기, 야전 대포 등 실험적 무기들을 실전에 활용해 적 진지에 갑작스럽게 바위와 불덩이를 떨어뜨리는 등 수많은 기발한 전술도 도입했다.
역발상과 결단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하나. 프리기아의 왕인 고르디우스가 자신의 전차를 제우스신에게 바치면서 산수유나무의 껍질로 꼰 밧줄로 단단히 매듭을 지어 묶어놓았다. 그 매듭(이른바 ‘고르디우스의 매듭· The Gordian Knot’)에는 전설이 하나 있었는데, ‘이 매듭을 푸는 사람이 아시아를 지배한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도전했지만 아무도 이 매듭을 풀지 못했는데, 알렉산더대왕은 단 칼에 매듭을 칼로 베어버렸다. 이 전설대로 그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 아프리카에 걸친 대제국을 건설하게 된다.
알렉산더는 인적자원을 활용하는 데 천부적인 소질을 갖고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1만 명에 이르는 병사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전쟁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병사와 함께 먹고, 마시고, 잠을 잤다.
또한 항상 소박한 식단을 즐겼고, 추운 곳에서 잠을 청했다.
늘 최일선에서 병사를 이끌었으며, 그들과 함께 싸우다 부상하는 경우도 잦았다. 의사교육을 받은 그는 전투가 끝나고 나면 몸소 병사들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으며, 자신이 다쳤을 때는 맨 나중에 치료를 받았다.
사막을 지나던 중 식수가 바닥나자, 병사들이 알렉산더 대왕 만이라도 살리기 위해 자신들에게 남은 물을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모은 뒤 투구에 담아 그에게 건넸다. 이에 알렉산더대왕은 “나는 자네들과 운명을 함께 하겠다”며 그 물을 모래 위에 쏟아 부었다.
그는 쇼맨십과 아울러 이미지 메이킹의 달인(達人)이기도 했다. 전속 조각가로 하여금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전달케 한 것.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통해 사자 같이 용맹한 기운의 헤라클레스를, 두꺼운 목은 강인한 전사를, 높게 치켜뜨고 멀리 내다보는 눈을 통해 생각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역사상 그는 최고로 생산력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기존의 문명세계를 다른 곳에 들어 올려놓고 완전히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그가 이룬 수준만큼의 업적은 다시 이루어질 수 없을것이다.”
역사가 탄(W. W. Tarn· 1869~1957)이 알렉산더대왕에 대해 내린 평가이다.
알렉산더대왕이 그의 짧은 생애 동안 이룬 업적은 하나의 전설(傳說)과 같다.
특히 전쟁사에서 그가 보여준 능력과 업적은 실로 모든 사람들로부터 추앙받고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약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장군들도 약점을 보이게 마련이지만, 그는 군사 분야에 있어서 그야말로 완벽했다.
기원전 335년 14일 만에 그리스 반도를 완전 평정해 세상을 놀라게 했고, 기원전 334년엔 3만5천명의 보병과 5천명의 기병, 160척의 배를 이끌고 아무런 군자금도 없이 무작정 소아시아 지역을 침공해 들어갔다. 그리고 가우가멜라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페르시아를 멸망시키고, 출정 9년 만에 그리스 반도에서 아프리카의 이집트, 인도 펀자브 지역에 이르는 3개 대륙, 면적 320만 ㎢의 대제국을 건설한다.
당시 존재한 세계 거의 모든 나라와 도시들이 그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의 정복활동도 위대하긴 하지만, 그로 인해 이루어진 동서양의 문화 융합이 갖는 시대적 가치가 더 위대하다는 생각이다. 다양한 사상과 종교, 민족, 문화, 관습, 언어의 평화로운 공존과 융합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서양의 예술 양식과 동양 사상이 만나 최초 불상(佛像)의 출현을 가져온 ‘간다라미술’의 탄생이다. 이 새로운 양식은 인도에서 서역,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와 일본에 전해졌다.
8세기 중엽,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석굴암 본존불상(石窟庵 本尊佛像·국보 제24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바로 간다라미술의 영향을 받은 것을 볼 때, 알렉산더의 파급효과는 가히 전 지구적(地球的)이라 할만하다.
단순한 침략이 아닌, 공존과 화합을 통해 ‘이상향(理想鄕)’을 건설하고자 했던 그는 오늘날 우리에게 진정한 ‘글로벌 리더(global leader)’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평소 자신을 ‘제우스의 아들’로 여긴 알렉산더는 정복지마다 ‘알렉산드리아’라는 이름의 도시를 70여 곳이나 세웠는데, 현존하는 곳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가 유일하다. 이 도시는 그리스식으로 건설되었고, 대규모 박물관과 도서관을 갖췄다.
알렉산더는 문화 융합 못지않게 피(혈통)의 융합도 중시했다. 그 스스로가 모범을 보이기 위해 다리우스의 딸과 결혼했고(그의 첫 번째 부인은 히말라야산맥 서쪽 인도접경 박트리아 귀족 출신의 록산느), 뒤이어 그의 부하 1만명이 페르시아 여인들과 짝을 맺었다. 알렉산더는 페르시아인들을 차별하지 않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군이든 왕실에서든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는 비록 33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인류역사에 많은 업적을 남기며 ‘불꽃같은 생(生)’을 살다간 진정한 영웅(英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