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징병제 논쟁 앞서 올바른 병역관이 우선 최근 정치권이 불붙인 ‘여성징병제’ 논란과 관 련해 면밀한 분석이 없다면 소모적 논쟁만 되풀 이될 수 있다. 따라서 논쟁만을 되풀이하지 않으 려면 우리 국민 각자가 올바른 병역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즉 ‘병역을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병역제도는 크게 징병제와 모병제로 구분한 다. 징병제란 국가가 국민을 대상으로 해당 국가 를 방위할 의무를 강제로 부여하는 제도로서, 관 련 법령에서 정하는 일정 연령 이상의 국민은 반 드시 징병검사를 실시해야 하고, 군인으로 일정 기간 복무해야 하는 제도이다. 모병제는 징병제와 반대되는 병역제도로서 강 제 징집하지 않고 자원자들로만 군대를 유지하 는 병역제도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징병제를 채 택하고 있으면서 군의 간부(장교와 부사관), 여 군, 해군과 공군 병사, 육군의 전문하사 등은 지 원제로서 모병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일반적으로 징병제는 적과 대치하고 있는 국 가이거나 경제적으로 선진국이 되지 못한 국가 에서 채택하고 있고,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 해 가는게 세계적인 추세이다. 따라서 우리도 언 젠가는 모병제로 가야 할 것이다.

최근 병역제도가 이슈가 된 배경 최근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이 4월 7일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후 20대 남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 해서인지는 모르지만 군대문제를 꺼내 들었다. ”제대군인은 취업, 주택청약, 사회복귀 적응 등에서 국방 유공자에 걸맞게 정당한 예우를 하 겠다(김병기 의원)”, “지자체 채용시 군에서의 전 문 경력이 인정되도록 하겠다(김남국 의원)”, “군 가산점 제도를 도입하겠다(전용기 의원)” 등 다 양한 공약이 나왔다. 특히 대통령 후보로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 주당 박용진 의원은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 를 도입하여 남녀 모두 40~100일간 기초군사 훈련을 실시하는 ‘남녀평등복무제’를 시행하자 고 제안했다. 그는 “소중한 청년기에 강제로 군 대 가게 하지 말고, 군에 오고 싶은 사람이 오되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면 정예 강군을 만들 수 있 다”는 것이다. 그가 이런 내용을 담은 <박용진의 정치혁명> 을 펴낸 날,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군 관련 문제 가 다시 제기됐다고 한다. ‘시사인’의 보도에 의 하면 ‘여성도 징병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라 는 제목으로 청원인은 “군은 병력보충에 큰 차질 을 겪고 있다. 여자는 보호해야 하는 존재가 아 니라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듬직한 전우가 될 수 있다”라고 썼다고 한다. 이런 청원에 지난 4월 29일 기준 24만 명이 동의했다고 한다. 청와대 응답 기준을 넘는다.

여성징병제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 여성을 징병하자는 의견이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어 논쟁이 되어 왔다. 온라인 공간의 설전만 반복된 게 아니라 사회적 으로 진지하게 다뤄진 적도 여러 차례 있다. 결정적 계기는 2010년과 2014년 헌법재판소 의 결정이다. 두 차례 모두 헌법재판소는 남성만 의 의무복무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특히 2014년에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이 합 헌 의견을 냈다. 그래서 여성 징병론은 ‘헌재의 판단으로 끝난 문제’라는 이유로 비현실적이라 고 보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징집 대상에 대한 헌법과 법률이 충돌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즉, 헌법에는 “모 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 무를 진다”라고 정한데 반해 법률은 국민을 남성 과 여성으로 나누고 있다. 병역법 제3조 1항을 보면 “대한민국 남성은 대 한민국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하여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 그런데 헌법 11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 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 다.” 따라서 ‘남성징병은 위헌적 차별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모병제와 여성징병제에 대한 여론 KBS ‘시사기획창’은 KBS공영미디어연구소 와 함께 전국 성인남녀 1,000여 명을 대상으 로 제도에 관한 의견을 조사했다. 특히 30대와 40대, 진보성향을 띤 사람들의 모병제 지지 의 사가 높아 평균 69%를 넘었다. 이와 같은 의견 에는 성별, 군필, 미필 관계없이 유사한 정도를 보였다. 모병제의 찬성 이유로는 ‘전문성을 높여 국방 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32.9%, ‘인구감소 대비 병력구조 개편 필요’가 21.8%였다. 모병제 를 반대하는 측은 ‘남북대치 휴전상황이기 때문’ 이라는 응답이 33.4%이고, ‘필요 병력 모집의 어 려움’이 28.4%였다. 여성징병제 도입에 ‘찬성’하는 비율은 52.8%, 반대 35.4%, 기타 10.8%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징병제 도입을 찬성하는 집단은 남성(66.3%), 보 수성향(56.5%), 군필 및 수행중(66.7%)에서 높 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KBS 국민패널을 이용 한 인터넷 설문조사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병역제도의 올바른 논의 방안 병역제도 논의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는 첫 째, 국가안보의 위협 수준, 국민의 병역에 대한 인식, 경제적 측면, 인구의 추이 등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방식과 20대 남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공학적 접근 등 은 배제되어야 한다. 흔히 국가안보와 외교는 여와 야가 따로 있 을 수 없다라고들 한다. 국가의 운명이 달려 있 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병역 제도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병역제도의 청사진을 연구하고 그 연구안을 국민들에게 공개하여 국 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방안이 가장 바람 직하다고 본다. 병역제도는 지속적으로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앞으로 시기의 문제이지 징병제에서 모병 제로의 전환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언젠가 모병제가 되면 여성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면 젠더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된다고 본다. 이런 시점에서 여성징병제 논의는 갈등만 초래할 뿐 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정부는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 병 역제도의 청사진을 연구하고 그 연구결과를 국 민들에게 공개함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올바른 병역관을 갖게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