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 참전국 중 영국만 수도 런던에 없어…
박근혜 대통령 가을 방한 앞두고 한영 수교 130주년 큰 이정표



한국전쟁 당시 경기 가평 일대에서 치열한 방어전투를 펼쳤던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영연방 4개국 참전용사들이 지난 4월 가평 영연방 참전기념비에서 열린 가평 전투 기념식에서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 국가보훈처 제공

군사프리즘 Ⅰ이경진 부장 kjlee012@hanmail.net

한국전쟁 정전 60년 만에 영국 런던에 영국군 참전기념비가 세워진다. 오는 가을 박근혜 대통령 방영을 앞두고 한영 수교 130주년을 맞은 올해 두 나라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영국군 참전기념비가 없었던 한국에도 내년 3월 경기 파주에 참전비가 들어선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5만 6,000여 명의 장병들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영국 수도 런던에 참전기념비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최근 영국 런던에서 만난 한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말이다. 그의 소원이 조만간 이뤄진다.
주영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한국전쟁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은 올해 참전 16개국 중 유일하게 본국 수도에 참전기념비가 없던 영국 런던 중심지에 한국전 참전기념비가 세워진다고 밝혔다.
런던 중심부 템스강변에 터를 마련해 내년 완공을 목표로 오는 11월 기공식을 갖는다. 영국은 한국 전쟁에 미국 다음으로 많은 5만 6,000명을 파병해 1078명의 고귀한 젊은이들이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하지만 그동안 이를 기릴 만한 변변한 시설이 없어 주영 한국대사관과 영국 한국전쟁참전용사회(BKVA)를 중심으로 기념비 건립 작업이 추진됐다.

올해 종전 60주년과 한영 수교 130주년을 맞아 급물살을 타게 됐다. 주영 한국대사관의 지원 아래 재향군인회 영국지회와 영국참전용사협회가 참여하는 참전기념비 건립위원회가 구성돼 결실을 맺게 됐다.
올 가을에는 박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초청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한다. 기념비 건립 의미를 더하고 있다. 박 대통령 방문 기간에 맞춰 기공식을 여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군 참전용사들이 하루가 멀게 세상을 뜨고 있어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과 필립 해먼드 국방장관 등 영국 정부의 고위 인사들도 신속한 기념비 건립 추진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전기념비는 런던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근처 영국 국방부 청사 인근 부지로 런던의 상징물인 빅벤과 스카이 관람용차‘런던아이’가 한 눈에 보이는 곳이다.
평소에도 템스강변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아 기념비 건립의 적지로 평가됐다. 이곳은 한해 3,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건립위원회는 애초 재무부 청사 인근 부지를 검토했지만 장소가 좁고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템스강변으로 장소를 바꿨다고 밝혔다.
참전기념비는 3m 높이에 비용은 50만 파운드(약 8억 8,000만원)로 성금 모금과 기업 후원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건립위는 이미 한국에서 태어난 영국 로드미어 자작부인이 5만 파운드 기부를 약속하는 등 기금 마련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각국에 있는 한국전 참전기념비는 단순히 기념비가 아니다. 한국 대통령이나 정부 주요 각료가 참전국을 방문할 때 가장 먼저 찾아 헌화 참배하는‘혈맹’의 상징이다. 두 나라 관계를 보다 돈독히 하는 최고의 의전 명소다.
무엇보다 영국은 한국전쟁 때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5만 6,000여 명의 장병들을 파병해 1,078명의 고귀한 젊은이들이 전사했다. 육군 2개여단과 함정 9척, 공군 1개 비행단이 참전해 2,674명이 부상했다.
지금은 참전용사 중 3,000여 명만이 생존해 있고 가장 나이가 적은 참전용사는 81살이다.
영국 참전기념비는 1995년 미국 수도 워싱턴에 한국전쟁 미군 참전기념비가 세워진 후 영국 참전용사들을 중심으로 기념비 건립이 거론됐고 2010년 이후 본격화됐다. 1977년 결성된 영국 한국전쟁참전용사회(BKVA)는 대표적인 친한단체다.
‘영국이 한국전쟁만큼 큰 희생을 치르며 기여한 전쟁도 없는데 수도 런던에 참전기념비 하나 없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추규호 전 영국 대사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박석환 전 대사까지 팔을 걷고 나섰다.
참전기념비가 주영 한국대사관 인근에 들어섬에 따라 한국 대통령과 주요 인사들이 영국 방문 기간 쉽게 찾아 두 나라 관계를 확고히 다질 수 있는 상징적 명소가 될 것으로기대된다. 박 대통령도 방영 때 어떤 식으로든 참전기념비에 대한 관심을 표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아직도 유럽 국가들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맹주이면서도 한국전쟁 참전을 계기로 강력한 신뢰관계를 맺고 있는 맹방이다. 유엔(UN)에서 여전히 영연방 52개국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을 통해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절대적 지지를 모아 주고 있다.
주영 한국대사관 관계자는“많은 사람들은 1987년 런던 세인트폴 성당 지하벽에 있는 아주 조그만 한국전 전몰용사 추념비를 참전기념비인 줄 잘못 알고 있다”면서“런던 외곽에 터를 주겠다는 제안도 있었지만 한국에서 대통령이나 국빈이 오거나 영국 참전용사 후손들, 영국 국민들이 돈독한 한·영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터를 찾다 보니까 오랜 행정·법적 절차를 거치는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그동안 영국 연방 전적비만 있었던 한국에도 영국군 한국전쟁 참전기념비가 경기 파주시 적성면에 들어선다. 경기 파주시 적성면에 있는 지금의 영국군 글로스터연대 추모공원 안에 건립된다.
보훈처가 6억원을 부담하고 경기도와 파주시가 3억원씩을 분담해 모두 12억원 규모로 지난달 공사에 들어갔다. 내년 3월 준공 예정이며 이미 주한 영국대사관 의견을 수렴해 조감도와 참전기념비 디자인을 결정했다.
참전기념비가 들어서면 한국과 영국과의 관계도 더욱 돈독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해마다 4월에 열리는 영연방 추모 행사는 비석 모양의 조그만 영국군 전적기념물 외에는 별다른 추모 시설물이 없어 아쉬움이 컸다. 이역만리에서 노구를 이끌고 한국을 다시 찾은 참전용사와 그 후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반응이 많았다.
경기도 관계자는“영국군 참전기념비는 영국군을 상징하는 베레모를 형상화해 먼 이국땅에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싸웠던 영국군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안보 성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전기념비 뒷면에는 참전용사와 전사자 얼굴, 이름을 일일이 레이저 공법으로 새겨 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