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삼열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국방사부장
(56·국제정치학 박사)

정전협정과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1953년 10월 한미 상호방위조약 조약체결‘군사혈맹’태동

올해 7월 27일은 한국전쟁의 포성이 멎은 지 꼭 60년이 되는 날이다. 정전협정 60주년이다. 한국전쟁에 미군이 참전하면서 사실상 한·미 군사혈맹이 시작됐다. 1953년 7월 정전협정과 함께 한·미는 그해 10월 문서상으로도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맺었다. 미군은 한국전쟁에 178만명이 참전했으며 3만 6,940명이 전사하거나 숨졌다. 9만 2,134명이 부상을 당하고 3,737명이 실종됐으며 포로 4,439명으로 미군 전체적으로 13만 7,250명이 피해를 입었다.
피로써 맺어진 한·미 군사동맹이 지난 60년 동안‘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를 외치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이젠 앞으로 60년을 위한 새로운 한·미 군사동맹을 진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2015년 12월 1일로 예정된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한미연합사령부 해체에 따른 새로운 한·미 지휘구조체제가 개편되면 한·미 군사동맹도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우리 정부가 전작권 재연기를 미국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한미 군사동맹이 또다른 발전과 시련, 도전을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60년을 넘어 앞으로 한반도의 군사·안보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진화 발전이 요구된다.
한반도에서 전쟁과 분단이 하루 빨리 끝나고 영구적인 평화통일이 정착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지난 60년 동안은‘불안한무장평화’정전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정전협정과 한·미 군사동맹의 태동인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한·미 군사동맹의 현주소와 앞으로 방향에 대해 장삼열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국방사부장(56·국제정치학 박사) 분석을 통해 알아본다.
37개월의 6·25전쟁을 마무리한 정전협정
북한군의 불법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은 1년이 지나면서 전선이 고착되고 양측의 피해만 늘어나자 휴전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말리크(J. Malik) 소련대사의 중재로 1951년 7월 휴전협상이 시작됐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 차가 너무 컸다.
유엔 측은 시간을 연장해서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에 도달하기를 원했다. 공산 측은 시간을 끌면서 정치·심리적 효과를 극대화하려 했다. 북한의 김일성은 소련 스탈린과 중국의 마오쩌둥으로부터 지침을 받아 휴전협상에 임했다.
양측은 회담 장소와 군사분계선 설정, 포로송환 방법, 외국군 철수문제를 놓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였다. 군사분계선 설정에 있어 공산군은 북위 38도선을, 유엔군은 현재의 접촉선을 주장했다. 포로송환 방법도 유엔군은 자유송환 방식을, 공산군은 강제송환 방식을 주장했다.
휴전회담이 1년 동안 지지부진하자 유엔군은 우세한 해·공군 전력을 최대한 활용했다. 1952년 봄부터 항공폭격으로 평양 도심지역을 거의 초토화했다. 6월 수풍댐을 90% 이상 파괴해 북한 지도부를 전장 공포증에 빠뜨렸다.
다급해진 김일성은 7월 16일 휴전 지연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장비 증강을 요청하는 서한을 스탈린에게 보냈다. 협상은 1953년 3월 5일 소련의 스탈린 사망 후 급진전돼 1953년 7월 27일에 휴전협정이 맺어졌다. 결과적으로 외국군 철수와 군사분계선 설정, 포로교환 문제 등 의제의 대부분이 미국과 유엔군의 제안대로 관철됐다.





1953년 7월 27일 10시에 유엔군 측 군정위 수석대표인 윌리엄 해리슨(William Harrison) 장군과 공산 측 수석대표인 남일 장군은 판문점에서 정전협정에 서명했다. 3시간 후 문산 극장에서 유엔군 총사령관 마크 클라크(Mark Clark) 장군에 의해 예하 지휘관과 참전 16개국 대표들이 임석한 가운데 확인 서명했다. 공산 측도 김일성이 이날 오후 평양에서, 중공군의 팽더화이(彭德懷) 사령관은 28일 개성에서 서명함으로써 정전 조인 절차를 모두 마쳤다.
한반도 안보의 버팀목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이승만 대통령은 미측의 휴전협상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과 북진통일을 주장했다. 휴전협상은 급진전되는데 상호방위조약에 대한 미측의 반응이 미미하자 급기야 반공포로를 석방했다. 이에 미국 국무부와 군부는 이승만 제거작전(Operation Everready)까지 세울 정도였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합참은 1953년 5월 29일 모임을 열고 미국·필리핀 방위조약이나 앤저스(ANZUS) 조약과 유사한 내용의 상호방위조약을 맺는 것으로 결론을 맺었다. 미국은 1953년 6월 25일 미 대통령 특사 월터 로버트슨(Walter Robertson)을 한국에 급파해 이 대통령에게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메시지를 전달하고 17일 간 협의했다.
한국 정부는 상호방위조약 체결뿐만 아니라 2억달러 경제원조와 20개 사단 증강 약속을 받아냈다. 정전협정 체결 직후 8월 4일 미 존 덜레스(John Dulles) 국무장관 일행이 방한 해 한국대표와 방위조약에 대한 내용을 검토하고 8월 8일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가조인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1953년 10월 1일 워싱턴에서 미국 덜레스 국무장관과 한국 변영태 외무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조인했다. 그 이듬해 11월 17일 두 나라가 한·미 합의의사록을 맺고 비준서를 교환함으로써 공식 발효됐다.
체결된 조약에는 어느 일방이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을 경우 다른 조약체결국은 헌법적 절차에 따라 개입할 수 있는 조항과 함께 미군이 한국에 주둔할 수 있게 허용하는 조항도 포함했다. 이에 따리 한·미 군사동맹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한반도 안보의 확실한 버팀목이 되고 있으며 한국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1978년 11월 한·미연합사 창설
정전체제·연합사 공존 새 장
정전협정 이후 변천과 한·미 군사동맹
북한 2,800차례 대남도발, 한·미동맹 안보 버팀목
정전협정은 쌍방 간 적대 행위의 완전 중지를 위한 군사협정이다. 정전협정에 따라 곧바로 평화가 정착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정전체제는 60년이나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무력도발을 일삼으며 정전체제를 무력화하려 했다.
정전협정체제 아래 북한 도발과 대응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에 따라 전선으로부터 쌍방 공히 2Km씩 철수했다. 정전협정에 의거해 양측은 공동으로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MAC)와 중립국감독위원회(중감위·NNSC)를 편성 운영했다.
정전협정 체결 후 3개월 안에 정치회담을 열기로 돼 있는 규정에 따라 1953년 10월 26일 판문점에서 예비회담이 열렸다. 하지만 진전이 없었다. 1954년 4월 26일 제네바에서 남북한을 포함한 19개국이 참가해 정치회담을 열었지만 쌍방의 의제와 주장이 엇갈려 결렬됐다.
유엔 참전 16개국들이 워싱턴선언을 한 후 유엔군사령부는 한반도 정전체제의 유지 관리와 전쟁 재발 억제 등 한반도 안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게 됐다. 북한은 유엔사 해체와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면서 한편으로는 유엔사와 직접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1968년 1월 21일 북한 무장공비 김신조 일당에 의한 청와대 기습, 23일 푸에블로호 피랍으로 정전협정 이후 최대의 위기 사건들이 일어났다. 그해 1월 24일 261회 군정위가 열린 이후 27차례의 지루한 협상을 거쳐 12월 23일 미 승무원이 판문점을 통해 돌아왔다.
이 사건으로 국내에서는 4월 1일부로 향토예비군이 창설됐다. 박정희 대통령과 미국의 존슨 대통령 간에 4월 17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후 한·미 국방장관회담이 5월에 열렸다. 이 국방장관 회담은 지금의 한미안보협의회의(SCM)로 발전했다.
1976년 8월 18일 판문점에서 도끼만행 사건이 일어나자 한미연합군사령관은 데프콘 2(DEFCON-II)를 하달하고 무력시위를 하며 미루나무를 잘랐다. 체제의 위협을 느낀 김일성은 8월 21일 열린 380차 군정위를 통해 인민군최고사령관 명으로 유감(regret)를 나타냈다.
이 사건은 한미연합군사령부(CFC) 창설을 서두르게 하는 계기가 됐다. 1978년 11월 7일 한·미연합사의 창설은 오늘날까지 정전체제와 연합사 체제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었다.




북한의 정전협정체제 무력화 시도
북한은 한국대표를 인정하지 않고 90년대 이후 끊임없이 정전체제 무력화를 시도해 왔다. 특히 1991년 3월 25일 한국군 장성(소장 황원탁)이 유엔군측 수석대표로 임명된 후에는 북한이 군정위에 참석을 하지 않음으로써 정전협정체제가 사실상 정지된 상태다.
한국군은 당연히 정전협정의 시행 주체이며 유엔군측 대표 임명은 전적으로 유엔군사령관의고유 권한(정전협정 2조 20항)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금까지 억지주장을 펴고 있다.
북한은 1994년 4월 군정위의 북한측 대표와 중국측 대표를 그해 12월 철수시켰다. 그해 5월에는 군정위를 대체하는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를 설치했다. 북한은 중감위에서 1993년 4월 체코슬로바키아와 1995년 2월 폴란드 대표단을 전격 철수시켰다.
스위스와 스웨덴은 중감위의 대표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쌍방의 접촉창구는 비서장급에서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임시방편으로 1998년 2월부터 유엔사와 북한군 간 장성급회담을 열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정전체제가 유효함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금까지 2,800여 차례 각종 대남도발을 자행해왔다. 그 중에서 유엔사에서 분류한 주요 정전협정 위반사건은 모두 219건으로 육상에서 115건, 해상에서 82건, 공중에서 22건이 일어났다.
남북 간에 대화와 상호교류를 확대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을 때마다 북한은 무력도발을 자행했다. 땅굴도발, 연평해전, 천안함·연평도 사건, 핵 개발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이루 헤아릴 수도 없다.
정전체제 60년 간 주한미군과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한반도의 전쟁을 억제하는 안보의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하지만 2015년 12월 1일로 예정된 전작권 전환과 한미연합사 해체는 새로운 한·미 군사동맹을 위한 시련과 도전, 발전의 큰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한중 2분법적 마인드서 탈피하라
안보정세 변화와 미래 한미동맹
한·미 군사동맹 토대 한중관계 심화 발전
동북아 국가들은 역내에서의 주도적 지위와 국가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상호 협력과 견제를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안보정세 속에서 한국은 한·미 군사동맹을 기반으로 주변국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북아 안보 정세는 우호적인가
미국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2011년부터 아시아 중시정책(Pivot to Asia)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급부상을 억제하고 미국의 전통적 지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중국은 국력신장을 바탕으로‘대국굴기’의 모습을 공공연히 표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2013년 7~8월 중 계획된 중·러의 두 차례 해상훈련을 통해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체제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강행한 후 핵·경제 병진 전략노선을 공표하고 나섰다.
동북아 정세는 상호협력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의 급부상과 일본의 급격한 우경화, 러시아의 부활, 북핵, 도서 영유권 문제 등으로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동북아 지역의 패권을 다투고 있다.



한국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trust-building process)를 강력 추진하면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미·대중 외교를 펼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 60주년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한·미동맹의 미래 비전을 심화 발전시켜 나가기로 약속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는 지난달 말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을 통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
한·미 군사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한·미 군사동맹, 주한미군, 한·미 연합방위체제는 한반도 안보의 3대 핵심 축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지난 5월 한·미 정상은 한·미동맹은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의 핵심 축(linchpin)으로 가치를 평가했다. 한·미동맹은 한반도의 전쟁 억지와 안보 협력을 넘어서 정치·경제·문화·인적교류 분야까지 망라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기로 약속했다.
2015년 12월 1일로 전시작전통제권이 전환되고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고 신연합방위체제가 출범하면 안보환경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전작권 전환은 2010년 10월 한·미가 합의한‘전략동맹 2015’에 근거해 추진 중에 있다.
중요한 것은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능력을 확보하고 현재 연합방위체제가 약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한·미 미래지휘구조는 유사시 주한미군과 해외증원 전력을 포함해 효과적으로 지휘 통제할 수 있는 단일지휘체제가 확립돼야 한다. 아울러 유엔군사령부의 기능과 역할을 포함해 정전체제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주한미군은 한국 안보의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주한미군의 범죄와 환경 문제, 안보환경의 변화와 국익에 따라 때로는 반미·반한 감정과 상호 갈등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제 보다 성숙한 포괄동맹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미 주둔군 지휘협정(SOFA) 개정, 주한미군의 주둔비용 분담금 문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한국형미사일 사거리 연장과 능력 확충 등 갈등이 예상되는 현안들을 원만히 해결해 나가야 한다.
한·미동맹 기반으로 글로벌 파트너십 발휘
현재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적 관리와 북핵문제 해결이다. 북핵 해결을 위해 주변국과의 신뢰를 돈독히 하고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지난달 미·중 정상은 북핵 불용 방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한·중 정상 역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심각한 위협임을 공감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이제 한국은 탄탄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중 관계를 심화 발전시키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발휘해야 한다. 한·미동맹과 한·중 관계를 2분법적 차원에서 벗어나 한·미의 21세기 전략동맹과 한·중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상충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오히려 한반도 안보는 물론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안정과 발전에 기여하는 상생(win-win)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스마트외교가 절실할 때다.
장삼열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국방사부장은
육군사관학교 35기로 임관해 예비역 대령으로 예편한 장삼열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국방사부장은 국방부 미주정책과장과 이라크 다국적군사령부(MNF-I) 협조단장, 한미연합사 효과중심작전(EBO) 처장을 지냈다.
현재 한·미 군사동맹 60주년을 맞아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10대 기념사업 중 하나인 한미동맹 60년사 한·영판 발간 작업을 총괄하고 있다. 한·미 군사동맹을 집대성한 이 책은 9월 한글판에 이어 내년 10월 영문판으로 나와 국내외 주요 기관에 배포된다.
장 부장은 화랑무공훈장과 보국훈장 삼일장,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며, 미국 정부로부터 공로훈장(LOM), 동성훈장(BSM)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