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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미정상회담에 비추어 본 한미동맹과 한국의 안보
기자 : 관리자 날짜 : 2017-08-02 (수) 14:24


이춘근
이화여자대학교
겸임교수

들어가는 말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되기 이전 미국보다 먼저 북한을 방문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고 많은 한국국민들은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우려했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이후 어떤 대통령보다 가장 빠른 시일에 미국을 방문한 대통령이 되었다.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견지했던 박근혜대통령은 취임 후 71일, 이명박 대통령은 54일 만에 미국을 방문했다. 역대 대통령 중 미국과의 관계가 최저점에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79일 만에 미국을 방문했었는데 비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50일 만에 미국을 방문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조속한 미국 방문은 북한의 핵개발이 완성 단계를 향해 치닫고 있는 심각한 안보 상황에서 북한의 핵무장을 차단하기 위해 한미 양국이 시급한 협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이루어진 당연한 일이다. 또한 문대통령의 방미는 한미동맹이 파탄 날지도 모른다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였다고 보인다.

물론 한미동맹은 어려운 시기가 있기는 했지만 파탄이 나지 않은 채로 60년 이상 지속된 국제정치 역사상 가장 양호한 동맹의 하나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통해 북한의 재침을 64년째 억제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으며, 그동안 세계 최하위의 빈곤 국가로부터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는데 노력을 집중시킬 수 있었다. 미국 역시 한미동맹을 통해 냉전에 승리하는데 도움을 받았고 미국이 지원하는 자유주의경제체제가 소련이 지원하는 공산주의경제체제보다 월등하다는 사실을 대한민국을 통해 증명해 보였다.

그동안 소련 및 공산권이 붕괴했고, 자본주의적 발전 정책을 택한 중국이 세계 2위권의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등 국제정치에 큰 변화가 있었고 이 같은 와중에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시각을 달리하는 주장들이 나타났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대통령 당선 이전, 한미동맹을 소홀히 하는 언급을 했다. 한국에 전쟁이 나면 그들(남북한) 끼리 싸우라고 놔두겠다. 한국이 핵무장 하려면 마음대로 하라 등등 진정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취임 한 후 한미동맹은 그 중요성을 결코 부정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본 에세이는 6월 29일~30일 양국 정상의 워싱턴 회동과 7월 초 독일에서 열린 G-20회의 에 비추어본 한미동맹의 중요성, 그리고 한미동맹이 한국의 안보 그리고 미국의 안보에도 얼마나 중요한 지를 살펴보려는 글이다.

한미동맹은 한국의 경우 실존의 문제
한국인들 중에 한미동맹이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위해 얼마나 큰 기여를 하고 잇는지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국 사람들 중에는 비록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북한을 추종하고 공산주의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 조차도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에 한미동맹이 얼마나 큰 기여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북한이 주도하는 통일을 원하고 통일된 한반도가 사회주의 국가가 되기를 원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손을 떼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대한민국을 사멸시키고 북한이 주도하는 적화 통일을 달성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한미동맹을 없애야 한다는 종북 세력의 주장은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에 한미동맹이 필수적인 요인이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다.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존재를 위해 사활적으로 중요한 것인데 이는 오직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보호해 주는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도 지적해야 하겠다.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이 한미동맹은 한반도에만 적용 되는 것이며 한미동맹은 오로지 북한을 상대로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미국이 한국을 중국 문제 혹은 다른 국제문제에 끌고 들어가는 것은 안된다고 주장한다. 전직 외교부 장관 한분은 미국이 북한이 아닌 다른 국제문제에 한국을 끌고 들어가는 일을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는 시론을 쓴 적도 있다. 한미동맹에 대한 대단히 잘못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한미동맹을 성립시킨 조약은 1953년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양국 외무장관에 의해 조인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인데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조약이 적용되는 지리적 범위를 “태평양지역”(Pacific Area) 으로 못 박고 있다. 동 조약 3조는 “각 당사국은 타 당사국의 행정관리하에 있는 영토 또한 금후 각 당사국이 타 당사국의 행정관리 하에 합법적으로 들어갔다고인정하는 영토에 있어서 타 당사국에 대한 ‘태평양지역에 있어서의 무력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고...” 라고 되어 있다.

솔직히 말하건대 미국이 “북한”의 침략만을 막기 위해 한미방위조약을 체결한 것도 아니고 북한의 침략만을 막기 위해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주둔시키고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은 과거 소련의 공산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으로 달려왔고 지금은 중국의 세력이 아시아를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에 남아 있는 것이다. 작년 여름 포린 어페어즈 지에 기고한 논문에서 미국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인 미어셰이머(John J. Mearsheimer) 교수는 중국의 위협이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판단될 경우 미국은 아시아에서 손을 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을 정도다.

한미동맹은 우리에게 북한의 침략위협보다 훨씬 큰 위협들을 막아주는 안전장치다. 한미동맹이 없어진다면 우리는 아마도 일본과는 즉각적인 “적대국”이 될지도 모른다. 한미동맹이 소멸 되는 바로 그 순간 일본은 독도를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을 수도 있다. 한미 동맹이 없어진다면 중국은 우리를 어떻게 대접할까? 결코 지금과 같이 대우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진핑주석이 4월 6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에서 과거 한국은 중국의 종주국이었다고 말해서 물의를 빚은 바 있었다. 그러나 중국 사람들이 한국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미동맹은 북한의 침략은 물론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야기 되는 국가안보 위협도 막아주고 있는 포괄적인 안전장치인 것이다.
미국도 한미동맹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은 점차 고립주의를 지향할 것이다.

한미동맹은 한국에 있어서는 실존의 문제이지만 세계 제1의 초강대국인 미국에게도 실존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은 한국을 “사활적인국가이익” 이 걸려있는 문제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1949년 한국에서 철수할 당시 미국은 한국이 미국의 국가이익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조사했다. 미국이 군사력으로 지원해 주어야 할 나라 16개국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순위는 13등이었다. 미국은 그래서 철수했고 미군철수로 인한 공백을 노린 공산주의자들은 미국군이 철수한지 꼭 반 년 만에 6.25 남침 전쟁을 감행했던 것이다. 소련 공산주의의 확장을 억제해야 할 필요를 강하게 느낀 미국은 한국전쟁 발발 1주일 만에 미군 전투부대를 한국의 전쟁터에 투입하는 신속함을 보였다. 미국은 한국전쟁을 계기로 소련과 본격적인 냉전을 벌이기 시작했으며 결국 40여년에 걸친 치열한 냉전 끝에 소련 공산주의를 붕괴시키고 유일 초강대국으로 군림하게 된다.

냉전이 치열한 기간 중에도 미국에서는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여러 차례 대두 된 바 있었는데 이는 한국이 미국에게 사활적으로 중요한 지역이 아니었다는 사실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미국이 사활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긴 독일, 일본에서의 미군 철수 주장은 적어도 냉전 기간 중 에는 거론 된 바 없었다. 미국 사람들 중에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사람들은 한반도가 없어도 일본을 지킬 수 있다고 보는 사람들 이었다. 반면 주한미군을 철수하면 안 된다던 사람들은 한반도는 일본을 지키는데 사활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미군이 떠나면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즉 미국에게 있어 한반도는 사활적인 일본을 지키는데 아주 중요한 기지 정도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냉전이 종식된 후 미국이 의식하는 도전자는 중국이다. 그래서 1990년 소련이 붕괴된 이후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것을 국가전략의 제 1요인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한미동맹의 가치는 미국의 대중국 포위정책이라는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게 되었다. 중국이 미국에 대한 심각한 도전자로 남아 있는 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평가는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힘이 신통치 않은 것이라고 판단할 경우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가치 평가는 심각하게 낮아질 것이다. 냉전시대 소련의 공격을 막기 위해 미국이 가치 있게 생각했던 기지는 의정부, 동두천이었다. 그러나 냉전이 종식된 후 중국의 위협이 부각되자 미국은 의정부 동두천 보다는 평택기지에 더 큰 관심과 가치를 부여하게 시작했다.
미국은 오늘의 중국을 냉전 시대의 소련처럼 막강한 나라로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 미국과 소련이 갈등하던 시절을 양극체제(Bipolar System) 라고 불렀었지만 지금 미중 양국의 국제 관계를 양극 체제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중국은 미국에 대항해서 한 극을 형성할 만큼 강한 나라는 아니다.

게다가 2014년 무렵 개발에 완전 성공한 고압 파쇄 (Fracking) 채굴 기술 덕분에 미국은 앞으로 최소 200년을 쓸 수 있는 석유와 100년 쓸 수 있는 천연가스를 확보한 상태다. 에너지와 식량 두 가지를 자급할 수 있게 된 미국에서 고립주의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미국 일각에서는 독일, 일본마저도 미국이 더 이상 지킬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2015년의 여론 조사에 의하면 미국 국민들 중 72%가 고립주의적 정책을 지지했고 미국의 적극적인 대외개입 정책을 지지하는 미국 국민은 28%에 불과했다. 완전한 고립을 지지한 사람은 36%였고, 국제적인 개입을 하되 다른 나라들로부터 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이 36%였다. 이미 식량을 자급한지는 오래되었고 에너지마저 자급할 수 있게 된 미국은 앞으로 더욱 고립주의적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과의 동맹이 실존적인 중요성을 가지는 대한민국은 국가안보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동시에 적극적인 동맹외교를 전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한미동맹의 미래
6월 30일의 한미정상 회담은 양국 모두가 한미동맹의 소중함을 재확인 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동맹의 유지는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는 언어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안 주한 미국 대사관을 둘러싸고 벌이는 사드 배치 반대 데모대와 사드 기지의 출입을 통제하는 반미세력이 버젓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한미동맹의 미래를 우려스럽게 만드는 징후들이다. 동맹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미국 사이에는 공식적인 동맹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두 나라는 말로서가 아니라 행동으로 가장 막강한 동맹국임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두 나라의 관계를 설명한 “Friends In Deed”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행동으로서 진정한 친구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피로 맺어진 동맹”이라는 말이 있지만 동맹의 진정 성은 “공통의 적”이 있는가? 그리고 그 공통의 적이 도발할 경우 정말 함께 싸울 것이냐의 여부로 판명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공통의 적을 공유하고 있는가? 즉 북한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미국의 인식은 같은가? 그리고 북한에 대해 우리나라는 정말 미국과 함께 싸울 의지가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단호하게 “그렇다”라고 말하지 못한다면 한미동맹을 치하하는 어떤 멋있는 말이라도 공치사(空致辭)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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