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체류 8일 동안 우리 일행 거의 모두 는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매우 무더운 날씨에 습 도까지 높다보니 “우리나라가 정말 살기좋은, 복 (福)을 받은 곳”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레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이런 악조건(惡條件) 하에서도 우 리는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캄보디아 도 착 3일 만에 호텔에서 이른 조식(早食)을 마치고 프놈펜에서 30여km 떨어져 있는 한 고아원을 방문하였다. 이곳은 3년 전 ‘빛을 나누는 사람들’ 의 박상애 대표가 방문한 곳이기도 하여 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이 고아원에는 급수(給水) 및 양어장, 숙소 등을 건립하는데 도움을 준 외국인들의 팻말이 붙어 있 었고, 생각보다 넓은 부지에는 야자나무와 오리· 닭 등을 키우는 시설도 있어 우리의 협소한 고아원 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우리 일행을 위해 입구에 서부터 박수를 치며 맞아준 고아원측에서는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보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고아원 생들이 먹는 것과 똑같은 중식(中食)을 마련해 주 었다. 식단(食單)은 캄보디아식 카레국에 불면 날 아갈듯한 쌀밥, 그리고 닭으로 요리한 찌개류, 빵 과 코코넛 1개와 열대과일 등으로 차려졌다. 식사가 끝난 후 고아원측에서는 나름대로 오 랜 기간 동안 연습하였다는 원생들이 전통춤을 추며 우리를 즐겁게 해 주었으며, 이어 우리 측 에서도 바이올린과 첼로, 드럼 등으로 화답을 하 면서 준비해 간 학용품과 의류를 전달하였다. 서 로 간에 의사는 제대로 통하지 않았지만 불교식 으로 만면에 웃음을 띠우면서 합장(合掌)을 하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순진(純眞) 무구한 인상을 좀 처럼 지울 수 없었다. 이들 원생들은 대부분 부모를 잃은 고아지만, 그 중에는 궁핍한 생활을 견디다 못해 부모들 이 자발적으로 양육을 부탁한 아이들도 있을 정 도로 빈부격차가 매우 심한 곳이 바로 캄보디 아라는 점을 원장은 통역을 통하여 우회적으로 알려주었다. 하기야 우리나라도 지금으로부터 50-60년 전에는 “제대로 먹고 입힐 옷”이 없고 피임(避妊)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보니 1가구 당 7-8명의 아이를 낳아, 이들을 제대로 양육을 하

지 못해 일부 가정에서는 양자(養子)로 보내거나 해외로 입양을 시키는 사례가 얼마나 많았는가? 이들의 형색을 보면서 필자는 마치도 ‘시간열차’ 를 타고 그 못살고 가난했던 우리의 과거로 돌아 온듯한 느낌을 좀처럼 지울 수 없었다. 호텔에 도착한 우리는 프놈펜 시내에서는 가 장 큰 건물 중 하나인 일본이 투자한 이온몰(Eon Mall)로 쇼핑을 하러 갔고, 필자는 최영철 사장 과 박상애 대표와 함께 재캄보디아한인회 정회 장의 안내를 받아 북한당국이 운영하고 있다는 ‘청화찬청’(靑花餐廳)으로 갔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기에는 유엔의 대북제재 조치로 인해 전세계 모든 국가에서는 북한당국이 ‘외화벌이’로 운영하던 현지식당이 모두 폐쇄되 고, 그 관계자들이 모두 본국으로 돌아갔다고 하 는데, 이 프놈펜 번화가에 북한이 운영하는 식당 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반신반의(半信半疑) 의 심정으로 찾아간 곳 이 바로 그곳이었다. 그곳에는 필자가 중 국 등 제3국 출장 시 들 렸던 북한식당과는 달리 안내를 하는 종업원도 없었고, 늦은 시간이어 서인지 1층 홀은 텅 비 어 있었다. 이외에도 특 이한 점은 진열대에 평 양에서 가져온 의약품이 나 술, 식품 등 각종 상 품도 제대로 전시하지 않았고 접대원들의 상의 에도 명찰이나 뱃지(초상화)를 부착하지 않았다. 아마도 공개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내놓는 것 이 부담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캄보디아당국과의 이면합의가 있었는지 구체적인 정황은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여느 캄보디아 식당에 비해 술이나 음식에는 비싼 가격이 책정되어 있었다. 4개가 있 는 2층의 룸은 손님들로 차고, 우리가 들어간 방 하나만 남아있었기 때문에 우리 일행은 옆방에서 들려오는 반주와 노래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고, 심부름을 해 주는 접대원과 이런저런 얘기만을 주 고받을 수 있었다. 이튿날 우리 일행은 ‘캄보디아’ 하면 쉽게 떠오 르는 대량학살의 현장인 ‘킬링필드’를 찾아갔다. 이 학살은 우리 현대사는 물론이고 인류역사 전 체를 통털어 가장 참혹하고도 끔찍한 비극 중 하 나로, ‘나치’의 ‘아우슈비츠수용소’와 함께 해골 이 큰 탑에 무더기로 쌓여있는 사진들로 유명하 며, 아주 좁은 공간에 수 백명의 반동분자(?), 심지 어 아녀자들을 몰아넣고 총살한 곳 등 모골(毛骨) 이 송연해지는 현장 그 자체였다. 이 학살은 1960년에 설립된 좌익무장세력 이었던 ‘크메르 루즈’가 1976년 ‘시아누크 국왕’ 에게 온갖 혐의를 씌워 자택에 연금시켰고, 국명 을 ‘민주 캄푸치아’로 바 꾸는 가운데 그 수장(首 長)인 ‘폴 포트’에 의해 자행되었는데, 그는 “국 가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들은 모두 죽여야 한다” 는 극단적인 반이성적 가치관에 사로잡혀 무고 한 양민 200만-300만명을 무자비하게 처형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당시 이 정권은 자본 주의나 외국과 관련된 사람, 그 중에서도 외국어 를 구사하는 사람들은 제1차 처형대상이 되었으 며, 이밖에도 공무원, 교수, 교사, 의사, 약사 등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 유학생과 중산층 이 상의 사람, 유명 스포츠선수와 음악가를 포함한 예술가들, 심지어 안경을 쓰거나 손이 고운 사람 등 농민과 노동자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들을 “사회의 장애물, 악의 축(軸)”으로 간주하여 무자 비하게 처형하거나 수용소에 가두었다. 이런 극악무도하고 무식하기 그지없는 탄압으 로 박해의 대상이 된 지식인들은 해외로 도피하 거나 오지(奧地)에 숨어 겨우 연명할 수 있었다 고 하며, 이런 상황에서 크메르 루즈정권은 학살 대상을 비협조적인 농민들로까지 확대하여 나중 에는 당 중앙을 제외한 크메르 간부들까지 무차 별적으로 살해하는 내부투쟁으로 비화하는 가운 데, 당시의 정황은 사지(死地) 그 자체였다고 한 다. 당시 이들이 주로 사용한 엽기적이고 피비린 내나는 학살방법은 ‘반동(反動)’으로 낙인찍힌 사 람들을 검거하여 그들 스스로 묻힐 구덩이를 파 게하고 밖으로 나오게 한 뒤 가장자리에 서게 하 여 총살하거나 또는 총알을 아끼기 위해 몽둥이 로 뒤통수를 쳐서 구덩이로 밀어넣었다고 한다. 이밖에도 전기고문과 물고문은 물론이고 고문침 대에 눕혀놓고 쇳덩어리로 머리를 짓누르는 방 법, 도끼로 손을 자르거나 먹이를 찾는 열대 붉 은 왕개미로 하여금 살을 파먹게 하는 방법 등 그야말로 눈을 뜨고는 제대로 볼 수 없는 매우 잔인한 방법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특히 이들은 폴 포트의 “풀을 죽이려면, 뿌리도 죽여야 한다”, “썩은 사과는 상자째로 던져야 한 다”는 지시에 따라 반동분자들의 씨를 말리기 위 해 체포된 사람의 3대(代)에 까지 연좌제를 적용하 여 처형자의 아내는 물론이고 그들의 자녀들까지 사지(四肢)를 찢어 죽이는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지 금 캄보디아에는 전세계적으로 “내로라” 하는 지 식인이나 유명인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국가 수준이 저하되었으며, 1985년 정권을 장악한 ‘훈 센’ 총리는 노골적인 친중(親中)노선을 펴는 가운 데 미국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장남(長男) ‘훈 마넷’ (45세) 캄보디아군 사령관으로 하여금 국가발전의 임무를 주고 있으나, 킬링필드로 인한 후유증을 단 시일내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착잡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우리 일행은 ‘코로 나-19’ 때문에 폐쇄된 시엠립(Siem Rip) 공항 을 이용하지 못하고 전세버스편으로 무려 8시간 을 걸려 ‘시엠립’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는 톤 레삽호수를 따라 형성된 미개척 오지마을인 일 명 ’동양의 아마존‘이라 불리우는 울창한 밀림 숲과 지구상에 얼마 남아있지 않은 자연의 신비 로움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깜뽕 뿔럭’ (Kampong Phluk) : 상아의 항구)을 방문하였 다. 이곳에는 900여 세대, 3,700여 명의 무국적 베트남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 은 ‘수상가옥’에서 민물고기를 잡아 생활한다고 한다. 이곳에의 입장료는 1인 당 $13, 2인이 탈 수 있는 쪽배 이용료는 $5로 최근 들어 그 가격 이 조금 올랐다고 한다. 캄보디아의 여행과정 중 마지막 행선지로 우 리는 ‘앙코르 와트’(Angkor Wat : 왕도의 사원) 로 향하였다. 이곳은 12세기초에 건립되었는데, 당시 크메르족은 왕과 유명한 왕족이 죽으면 그 가 믿던 “신(神)과 합일(合一)한다”는 신앙을 가 졌기 때문에 왕은 자기와 합일하게 될 신의 사 원을 건립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이 유적 은 앙코르왕조의 전성기를 이룬 ‘수리아바르만 2세’가 바라문교와 주신의 하나인 ‘비슈누’와 합 일하기 위해 건립한 바라문교 사원이다. 매우 인상적인 것은 이 사원의 입장료가 외국 인의 경우 예외 없이 1인 당 $37인데, 단체관광 의 경우도 할인이 없다는 점과 내국인에게는 $10 을 받을 정도로 캄보디아 정부가 이곳을 외화획 득의 주요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필자가 이곳에서 안내원(가이드)으로부터 득 문(得聞)한 바에 따르면, 매표소 옆에 있는 ‘앙 코르 파노라마박물관’을 지은 주체가 바로 북한 의 만수대창작사라고 한다. 2011년부터 만수 대창작사 해외사업부가 캄보디아의 ‘개발위원 회’와 함께 건립공사에 착수하여 2015년 1월에 공식적으로 개관한 이곳의 부지는 6,000㎡, 연 면적 5,000㎡, 높이 34m로 되어 있다. 이 건물 은 북한이 설계와 건축, 전시물까지 건설·운영· 양도(BOT)한 개념의 첫 외화벌이사업으로 약 $2,400만이 투입되었다고 하며, 그 대가로 북한 은 첫 10년 간은 입장료수입으로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고, 이후 10년 간은 이익금을 캄보디아측 과 5:5로 나눌 계획이었다고 한다. 이후에는 그 소유권이 캄보디아의 ‘압사라청’으로 귀속되는 데, 현재는 코로나-19로 휴관상태에 있었다. 결국 캄보디아는 적어도 동남아시아지역 국가 가운데는 정치이념이나 체제, 양국간 교류협력 실상, 국민들을 압살·착취하는 행태, 1인 장기독 재에 이어 대를 이어 절대권력을 세습하거나 중 요 권한이 1인에 집중되었다는 점 등에서 중국 에 못지 않은 친북한국가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 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많은 캄보디아 처녀들이 우리 농촌총각들과 짝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이 국가와 선린(善隣)관계를 유지한다면, 실(失)보다 득(得)이 훨씬 많게 될 것이라는 점을 짙게 시사하고 있다고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