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개발문제는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를 포함한 전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더 이상 방기(放棄)할수 없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이번 호에서는 북한의 핵개발과정에서 드러난 관련국들의 움직임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마침 북한이 “한미합동군사연습과 제4차 핵실험의 임시중단”을조건부로 제안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검토하는 것은 적지 않은 시사점이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김일성은 소련의 ‘스탈린’과 중공 ‘마오쩌둥’의 지원을 받아 남침을 하면 “3개월내에 전한반도를 공산화할 수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기습남침을 감행했었으나, 평화수호를위해 미국을 비롯한 16개국이 자발적으로 참전하게 됨에 따라 그기도는 물거품이 되었다.
바로 이 때 김일성은 1945년 일본이 미국에 무조건 항복을 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에 떨어진 핵폭탄임을 상기하였고, 서둘러 휴전을 위한 협상에 매달리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6.25전쟁이 3년여간의 기간을 거쳐 정전협정으로 일시 휴전상태에 들어서자, 바로 이 때부터 핵개발에 대한 야욕을 하나씩실천해 나가게 된 것인데, 그 시초가 바로 수백명의 과학자, 기술자들을 당시 동맹국이었던 소련의 ‘두브나연구소’에 매년 연수명목으로 파견시킨 것이다.

그러면서도 김일성은 핵개발을 위한 음흉한 기도는 전혀 나타내지 않은 채, 분단문제 해소나 통일달성을 위한 노력을 내세우면서 대화와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겉다르고 속다른” 이중행태를 내보였는데, ‘한반도비핵화에 관한공동선언’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1992년 2월 19일에 발효된 이 공동선언에서 북한은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사용할 것을 전제로 “핵무기는 시험하지도,제조하지도 않고 생산이나 접수, 보유, 저장,배비, 사용하지 않을 것”을 확약하였다.

그러나 과거에도 그러했던 것처럼 이 선언을 헌신짝처럼 내다 버리고 북한주민들의‘인간다운 삶’을 볼모로 하여 핵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것이다.

물론 이전인 1960년대에 이미 소련의 도움을 받아 영변에 2MW급규모의 IRT-2000연구용 핵반응로를 건설하였으며, 1985년에는 440MW급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4기를건설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핵비확산조약(NPT)’에 가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에게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특정 핵물질 및 원자력시설에 대한 보고의무와 사찰을 받아야 하는 의무가부여되었고, 1992년 5월 하순부터 북한이국제원자력기구에 신고한 시설들에 대한 사찰이 실시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찰결과 북한이 신고한 플루토늄양이 일치하지 않자 국제원자력기구는 영변핵단지의 미신고 시설 2곳에 대한 특별사찰을 요구하였다.

그러자 북한은 “도적놈이 매를 든다”는 말과 같이 이런 요구에 반발하여 NPT에서의일방적인 탈퇴선언을 하였고, 이 때 조성된상황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북핵의 제1차위기’라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이듬 해인 1994년 7월 김일성이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사망하자 이에 위기를 느낀 김정일정권은 협상을 통한 핵문제 해결에 다시 진력하게 되었고, 이 때 나온 것이바로 ‘제네바 합의’라는 것인데, 1994년 10월 미국과 북한 양국 대표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북한의 IAEA의 안전조치 이행과특별사찰 수용, 5MWe 원자로의 폐연료봉봉인 후 제3국으로의 이전 등을 조건으로 하여 미국은 북한지역내 경수로건설 지원, 연간 중유 50만톤 제공” 등을 약속하였다.

이후 북한 신포지구에 경수로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미국이 인공위성 판독결과 북한이 제네바합의를 어기고 핵개발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곳에 대한 특별사찰을 요구하자 경수로건설공사의 지연을 구실로 거부하였다.

이 때문에 KEDO이사국들은 2002년 12월부터 북한에 대한 중유중단을 결정하였고,이에 대한 반발로 북한이 폐연료봉 등에 대한 봉인을 일방적으로 제거하고 IAEA 사찰단을 강제추방함으로써 북핵문제는 다시 큰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상황이 이렇듯 파국국면으로 접어들자2003년 1월 북한은 또다시 NPT 탈퇴를 선언하게 되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제2차 북핵위기’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문제를 방치해서는안된다는 관련국들의 협의결과, 2003년 8월부터 베이징에서는 남북한을 비롯한 미-일-중-러 등 6개국이 참가하는 가운데 6자회담이 첫 돛을 올리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북한은 파키스탄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고 있는고농축우라늄프로그램을 폐기하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즉 이른바CVD 핵폐기를 할 것을 합의하였다.

물론 북한은 이런 조치에 합의하는 대가로한-중-일-러가 당장 필요로 하는 수만톤의 중유를 제공하고, 미국은 북한체제의 항구적인안전보장을 제공하고 미-북 국교정상화를 추진하여 경제지원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이후 2005년 9월에 개최된 제4차 6자회담에서는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 핵프로그램 폐기”를 조건으로 “북한에 대한 에너지 및 교역, 투자분야 경제협력 증진 등 국제지원 및 관계정상화” 등을 담은 ‘9.19공동성명’이 도출되었다.

그러나 2006년에 접어들면서 북한의 100달러짜리 위조지폐, 이른바 ‘슈퍼노트’ 제조와 유통사실이 적발되었고, 이에 따라 미국이 북한의 불법자금을 세탁하기 위한 BDA,즉 벵코델타아시아은행에 대한 계좌동결조치가 이루어졌다.

그러자 북한은 같은 해 7월에 ‘대포동 2호’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10월에는 제1차 핵실험을 감행함으로써 수년간의 협의 끝에, 그야말로 어렵게 이끌어낸 모든 합의를 한꺼번에 뒤집어엎는 파렴치한 행태를 반복하였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 참가국들의지속적인 인내와 노력으로 ‘9.19성명’의 초기이행-실천계획을 담은 ‘2.13합의’를, 제6차 6자회담 1단계회의에서는 모든 북한핵시설을 2007년말까지 불능화한다는 ‘10.3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합의를 또다시 지키지 않았으며, 2009년 5월 제2차 핵실험을,그리고 2013년 2월에는 제3차 핵실험까지자행함으로써 6자회담을 통한 합의도, 그동안 국제사회가 한결같이 기대하고, 또 강력하게 요구했던 평화를 위한 노력을 모두 ‘공허한 메아리’로 만들어 버렸다.

이 때문에 북한이 한동안 믿고 의지해 왔던혈맹이라는 중국도 오죽하면 이제 등을 돌리고, 상대조차 하지 않으려 하고 있는 것이니,북한정권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정권은 최근 김정은의 암살을 소재로 한 미국영화 ‘더 인터뷰’를 제작한 ‘소니 픽쳐스사’의 ‘영광스러운 지도자’라는 게임을 해킹을 한 주범이 아니라는철면피한 행태를 또다시 드러내고 있다.

바로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한다면,구제불능인 북한정권이 뒤늦게나마 핵무기개발을 포기하는 것이야말로 백척간두에 이른 정권을 살릴 수 있는 첩경이 될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