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한국은 ‘안보의 기적’, ‘경제발전의 기적’, ‘민주발전의 기적’ 등 3대 기적을 이룩한 나라로 알려지고 있으며, 그러한 기적의 원동력은 1950년대에 이루어진 교육혁명이었다 할 수 있다. 대다수 국민이 문맹이었다면 공산세력의 거짓 선전선동에 속아 공산주의를 물리칠 수 없었을 것이며, 경제발전은 꿈도 꾸기 어려웠을 것이고, 작대기 기호를 보고 투표하는 나라에서 민주주의란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1950년대 우리나라는 전쟁과 남북대결로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었지만 이승만 정부는 교육진흥을 가장 중요한 국가목표로 삼고 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

당시 잘 알려진 구호는 ‘아는 것이 힘’이였다. 이승만 대통령은 부존자원이 빈약한 나라에서 교육받은 인력이 곧 국력이 된다고 보았다. 그는 공산세력과 싸워 이기고 나라가 번영하는 길은 오로지 국민교육에 달렸다고 확신하고 교육혁명을 주도했다. 그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정부예산의 10퍼센트 정도를 교육부문에 투입하는 등, 국방 다음으로 교육을 중시했다. 재임 중 그의 담화를 분석해보면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이 국가안보였고 둘째가 교육이었다.

6년제 의무교육의 정착
해방 당시 문맹률은 78%로서 성인(成人) 대다수가 글을 읽지 못했다. 그 때까지 식민지 교육에 접할 수 있었던 인구는 14%에 불과했고, 그 중에도 초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3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중등 이상의 학력 소지자는 1% 미만이었고 전문대학 이상 학력 소지자는 모두 2만 6천 명에 불과했다. 식민당국의 우민(愚民)정책의 실상을 말해주는 것이다. 나라를 일으켜 세우기 위한 국민교육이 시급했다.

이승만은 구한 말 청년시절부터 신문 논설을 통해 국민 계몽에 앞장섰다. 그는 백성 무지했기 때문에 개화에 실패하여 주권을 빼앗기게 되었다고 보고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지름길은 국민교육에 있다며 교육입국(敎育立國)을 적극 주장했다. 그는 한성감옥에서‘옥중학교’를 세워 죄수들에게 한글을 가르쳤고 독립운동 당시에도 하와이에서 한인학교를세워 민족교육을 이끈 민족교육의 선각자였다. 해방 당시까지 소유했던 그의 여권 직업란에 ‘교육자’로 기재돼 있었다.

3.1운동 직후 필라델피아에서 개최한 ‘대한인총대표회의’에서 이승만과 서재필 등이 작성하여 채택한 「한국인의 목표와 열망」이라는 결의문에서 건국 후 최우선 과제로 국민교육을 꼽았고, 1919년 8월 이승만과 김규식 공동명의로 공포한 「대한공화국 헌법요강」에도“교육을 특별히 장려한다”는 조항이 있었으며, 1946년 3월 이승만 주도로 작성한 민주의원의 「임시정책 대강」에도 의무교육을 국가부담으로 할 것을 명시한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1948년 제정된 제헌(制憲) 헌법제16조는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권리가 있다. 적어도 초등교육은 의무적이며무상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1949년 12월에제정된 교육법 제8조에도 “모든 국민은 6년간의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와 지방공공단체는 이를 위해 필요한 학교를 설치, 운영해야 하며, 학령아동의 친권자 또는 후견인은 그가 보호하는 아동에게 초등교육을 받게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했다. 이처럼 초등학교교육을 의무로 규정하면서 학령아동들을 대상으로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교육을 실시했던것이다.

그러나 지극히 가난한 나라에서 6년제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문제였다. 모든 학령 아동들을 공부시키기 위해서는 교사(敎師), 교실,교과서 등 모든 것이 절대 부족했기 때문에 정부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야 했다. 한꺼번에수백 개의 학교와 수많은 교실을 신축해야 했고, 수만 명의 교사를 확보해야 했으며, 역사상최초의 역사 교과서와 국어 교과서 등 수십 종의 교과서를 발간해야 했다. 그럼에도 교실과교사가 절대 부족하여 1년에 3개월씩 교육받는 순환교육제도를 한동안 운영하기도 했다.

6년제 의무교육은 1950년 6월부터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6.25전쟁으로 학교시설의 85% 정도가 파괴되었기 때문에 제대로 시행될 수 없었다. 그러나 전쟁 중에도 교육을 포기하지 않았다. 교실이 없어 어린이들이 흑판을 들고 나무 밑으로 가서 ‘야외교실’에서 공부했고, 겨울에는 천막교실에서 공부했다. 학급당 100명이넘는 일도 허다했으며, 2부제 또는 3부제 수업도 해야만 했다. 이를 목격한 외국 군인들이나기자들은 놀라워하면서 한국은 결코 ‘희망을잃지 않은 나라’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휴전 후 이승만 정부는 교육부흥을 전후 복구사업의 중점 목표로 삼고 「초등 의무교육 완성 6개년계획(1954~1959)」을 수립하여 1959년 말까지 학력아동의 취학률을 96%로 높이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교육예산의60~80%를 투입했다. 그 결과 4년 후인 1957년 말의 취학률은 91%에 달했고, 1958년에는95%, 1959년에는 96.4%에 달해 목표를 달성했다. 이로서 거의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초등학교를 마치게 되었으며, 이것은 대다수 여자 아이들까지 교육을 받게 되었다는 것을 말하며,그것은 남녀평등이라는 면에서 획기적인 일이었다. 잿더미가 된 나라, 하루 두 끼도 해결하기어려운 나라에서 일어난 놀라운 기적이다.

거국적인 문맹퇴치교육 실시
정부는 교육받은 어린이들이 성년이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나라를 재건하고 경제를 북돋으며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해서는국민 다수가 문맹자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고 1954년 ‘작대기식 투표 일소 및 완전 문맹퇴치’를 목표로 「전국민 문맹퇴치 5개년계획(1954-1958)」을 수립하여 문교부, 내무부, 국방부, 공보처 합동으로 거국적으로 시행했다. 문교부는 ‘국문독본’, ‘성인독본’ 등,교재를 발간하고 각 급 학교 교사와 대학생 및일반인을 강사로 선발하여 파견했고, 내무부는 지방 행정기관과 경찰을 통해 교육 참가를독려했으며, 국방부는 군대 내 문맹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실시했고, 공보처는 선전 및계몽 활동을 담당했다. 1958년에는 군 입대 예정자 중에서 문맹자를 대상으로 우선적으로한글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1954년 5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작대기식 투표’ 일소라는 목표 아래 3월 18일부터 40일 간 추진한 1차 문맹퇴치교육은 200만 정도의 문맹자를 감소시켰고, 그 후에 실시된 2차문맹퇴치교육 당시에는 문교부, 내무부, 경찰이 협력하여 중앙에서 동‧리에 이르는 ‘전국 문맹퇴치 교육추진체계’하에서 지방 행정력을총동원하여 실시했다. 경찰이 취학을 독려를목적으로 ‘취학불응자 및 태만자’에 대해 행정적 제재를 가하기도 했고, 정부가 기관, 단체,개인을 대상으로 문맹퇴치 공로자를 표창하기도 했다. ‘작대기식 투표 일소’라는 목표나 ‘없어지는 눈뜬장님, 자라나는 민주 대한’이라는선전구호에서 알 수 있듯이 글을 읽을 수 있어야 선거에서 유권자로서 올바른 판단을 내릴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것은 일종의 민주시민교육이었다.

문맹퇴치를 위해 문교부, 내무부, 국방부, 공보실 등이 협조하여 전국 각지의 마을과 직장에 수만 개(예컨대 1954년에는 8만 4천여 개,1958년에는 2만여 개 등)의 ‘국문보급반’ 또는‘국문보급소’를 설치하고 수만 명(1954년 9만여 명, 1958년 2만 4천여 명)의 강사를 보내 ‘십자군운동’처럼 추진하여 1958년까지 550여만명의 국문보급반 수료생을 배출했다. 5.16 이후에는 재건국민운동본부가 주관한 문맹퇴치운동이 전개되었고, 대학생들의 농촌계몽활동의 일환으로 문맹토치운동이 지속되었기 때문에 1960년대 중반에 이르러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5% 정도로 낮아져, 세계에서 문맹률이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중고교와 대학 교육의 폭발적 확산 의무교육을 위해 1950년대에 1,800여개의초등학교가 신설되었고 학생 수도 두 배 반으로 늘어났다. 초등학교 졸업생이 급증하면서중학교도 380개교에서 1,053개교로 늘어났고학생 수도 5만여 명에서 53만여 명으로 10배증가되었다. 인문고등학교는 1960년 357개교에 15만의 학생을 수용하고 있었고, 각종 실업학교는 학교 수 58개교, 학생 수 2만5천여 명에서 학교 수 283개교, 학생 수 약 10만으로 증가했다.


해방 직후 19개교, 학생 수 8,000여 명에 불과했던 전문학교와 대학교도 중등교육의 확산에 따라 1960년에는 총 68개교, 학생 수는 약10만 명이나 되었다. 이것은 학교와 학생이 각각 3배, 12.5배로 증가했음을 뜻한다. 이 수치는 당시 인구가 한국의 두 배(5천만)나 되는 영국의 전체 대학생 수와 맞먹는 것이었다. 요컨대 1960년 한국의 교육수준은 개발도상국 중에서 가장 높은 나라로 평가되었다.

정부는 국가발전에 필요한 고급 인재 양성을 위해서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전쟁 중 부산에 전시 연합대학을 설립하고 대학 재학생들을 이곳에 모아 공부하도록 했고, 1951년 2월에는 ‘대학생 징집연기조치’를 공포해 대학생에게 입대를 연기시킴으로써 청년들의 대학진학 의욕을 부추겼다.

우리 국민의 남다른 교육열 또한 1950년대교육붐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다. 예를 들면,가난한 농부들은 소를 팔고 땅을 팔아 자녀를대학에 보냈고, 그래서 대학은 우골탑(牛骨塔)이라 불리기도 했다. 정부는 예산이 허용하는한 국비 유학생을 선발하여 외국에 보내 선진학문과 기술을 배워오도록 했다. 1953~1960년기간 중 정규 유학생은 4,884명이었고, 같은기간 중 단기 연수 목적의 유학생은 2,309명이었고, 미국의 교환계획에 따라 미국 연수를 다녀온 각계 지도자도 940명이나 되었다.

이처럼 1950년대를 통해 6년제 의무교육 실시, 범국가적 문맹퇴치운동, 고등교육의 확대와 해외유학의 장려로 양질의 노동력과 우수한 기술자 및 전문가를 길러냄으로써 1960년대 이후 놀라운 경제성장을 가능케 했던 것이다. 또한 의무교육과 문맹퇴치교육으로 국민대다수가 민주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질을 갖추게 되었으며, 특히 대학생 등 교육받은 지식인들이 4.19혁명에 앞장섰던 것은물론 그 후의 민주화운동에서 구심적 역할을하게 되었다.

해방 당시 대다수 국민은 문맹이었다. 더구나 전쟁까지 겪게 되어 폐허로 변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러한 나라에서 이룩한 교육혁명이기에 참으로놀라운 것이다. 미국 정치학자 사무엘 헌팅턴은 1950년대 말 당시 한국과 비슷한 발전수준에 있었던 나라들을 비교하면서 한국이 놀라운 발전을 이룩하게 된 비결은 교육에 있다고결론 내린 바 있다. 요컨대 교육면에서 이승만정부가 이룩한 업적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