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네트워크가 승패를 좌우한다
솔연(率然) ― 『손자(孫子) 구지 제11편』



노병천
(예)육군대령, 리더십박사
전 나사렛대학교 부총장
한국전략리더십연구원 원장

“세상에 그 어떤 가치를 지불하고서라도 얻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바로 인간관계다.” 록펠러의 말이다. 미국의 CEO들은 인력관리의 평균 4분의 3시간을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투자한다. 우리의 삶에서 ‘인간’(人間)즉 ‘사람과 사람 사이’ 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인간과 인간의 만남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관계야말로 가장 난해한 삶의 영역이다.

오죽 하면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말이 나왔을까? 열길 물속은돌멩이 하나만 던져 봐도 금방 감을 잡지만 사람의 마음 속은 평생 걸려도 모를 때가 많은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일을 성공시키려면 사람을잘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현대 사회를 네트워크 사회라고 한다. 이때네트워크는 흔히 컴퓨터 네트워크를 의미하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또 하나의 네트워크를 생각 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휴먼 네트워크’이다. 인간의 관계에서 성공의 기회가 발생하고비즈니스도 생기기 때문이다. 인맥이 곧 비즈니스라는 말은 바로 휴먼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렇게 비즈니스에서도 휴먼 네트워크는 중요하지만 특히 전쟁을 수행함에 있어서 휴먼 네트워크는 결정적이다. 잘못된 인간관계가 얼마나 전쟁의 승패에 영향을 주며 나라를 망칠 수 있는지를 타넨베르크전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타넨베르크 전투는 제1차 세계 대전 중, 동부전선의 독일을 침공한 러시아가 독일에게참패한 전투이다. 1914년 8월 26일에서 8월31일까지 벌어졌고, 러시아 2군은 거의 전멸지경에 이른다.

이 전투에서 러시아가 패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러시아군을 지휘한 두 사령관의 잘못된 인간관계에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러시아의 1군사령관 레넨캄프는 유능하고 용맹했지만 거만했고, 2군사령관 삼소노프는 거만하지는 않았지만 자질이 부족했고 이렇게 큰 부대를 지휘해 본 경험이 없는 고질적인 천식병환자였다.

러시아군 입장에서 보자면 불운하게도 두지휘관의 상반된 성격만큼이나 그들이 서로를증오하는 앙숙 관계였다는 것이다. 물론 이 얘기는 약간의 검증이 필요하지만 대체로 인정할 만한 하다. 러일전쟁 때였다.

삼소노프의 다급한 지원요청을 레넨캄프가 들어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은 봉천역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격분한 삼소노프가렌넨캄프의 뺨을 후려치고 둘은 진흙탕 속에서 뒹굴면서 뒤죽박죽 싸우는 추태를 보였다. 그리고 우연히도 이 장면을 당시 그곳에관전무관으로 있었던 독일의 호프만 중령이보게 되었고 이는 타넨베르크 전투에 결정적영향을 미쳤다.

동부전선에서 졸렬하게 지휘를 한 독일 제8군 사령관인 프리트비츠는 해임되었고, 퇴역하여 집에서 손자를 보고 있는 67세의 노장 힌덴부르크를 사령관으로 임명하게 된다. 그리고 서부전선에서 큰 공을 세운 루덴도르프를참모장으로 임명하여 급파했다.

독일의 국경인 굼비넨을 손에 넣은 레넨캄프의 1군은 더 이상 전진을 하지 않고 빈둥거렸다. 같은 시간에 굼비넨에서 훨씬 남쪽에 위치한 삼소노프의 러시아 2군도 느림보 걸음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급하게 군대를 동원하기는 했지만 보급상황은 엉망이어서 군화를 지급받지 못한 병사는 물론 심지어 소총도 없는병사도 있었다.

러시아군끼리의 통신은 완전히 두절상태였고 러시아군 최고 사령부는 독일군의 동태파악은 고사하고, 예하부대의 위치 파악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움직임을 공중에서지켜보는 눈이 있었는데 전쟁역사상 처음으로사용된 독일군의 정찰기였다. 뿐만 아니라 독일군 사령부는 이미 러시아군의 통신 전문을포착하여 이들의 움직임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때 8군의 작전참모 호프만은 대담한 전략을 세웠다. 러시아 제1군 앞에는 속임수로 기병사단 1개만을 남겨놓고 나머지 독일 제8군의 11개 사단 총병력으로 러시아 제2군을 포위 공격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 계획은 도박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는 레넨캄프와 삼소노프가 앙숙관계로상호 협력을 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세운계획이다. 마침 이 계획은 참모장 루덴돌프가힌덴부르크를 기차에서 만나 함께 이동하는중에 구상하게 되는데 바로 호프만의 계획과정확히 일치하는 것이었다. 이 도박과 같은 계획은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러 번의 차질이 빚어졌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공했다.

레넨캄프가 삼소노프와의 개인적 감정을 잊고 삼소노프를 구원하러 남하했다면 러시아는패배하지 않거나 오히려 승리를 거둘 기회도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 전투에서 러시아군은 약 10만 명이 전사했고, 12만 5천 명이 포로가 되었다. 독일군은 1~2만 명의 전사자가 발생했다. 25만 명의 러시아군이 고작 3만 명의 독일군에게 당한 것이다. 전사상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패배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전투를 두고 섬멸전이라 부른다.

한니발이 로마군단을 섬멸했던 칸나에 섬멸전과 같은 것이다. 삼소노프는 숲속에 들어가서 권총으로 자살을 했고, 레넨캄프는 군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군적을 박탈당했다.

러시아군은 레넨캄프와 삼소노프의 정리되지 않은 감정에 의해 와해되었으니 인간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손자병법 구지(九地) 제11편에 보면 매우 특이한 뱀이 등장한다. ‘솔연(率然)’이라고 하는 뱀이다.

“용병을 잘하는 자는, 비유하건데 용병하기를 솔연과 같이 하니, 솔연은 항산에 사는 뱀으로, 그 머리를 치면 꼬리가 덤비고, 그 꼬리를치면 머리가 덤비며, 그 허리를 치면 머리와 꼬리가 함께 덤빈다.”(善用兵者 譬如率然 率然 者恒山之蛇也 擊其首則尾至 擊其尾則首至 擊其中身則首尾俱至) 정말 이런 뱀이 있다면천하무적이 아니겠는가?

어떤 위기를 만나면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자발적으로 머리와 꼬리 그리고 허리가 서로도와서 그 위기를 멋지게 극복한다. 이러한 행동은 평소의 끈끈한 인간관계로 말미암아 그렇게 되는 것이다.

조직체와 유기체의 차이가 무엇인가? 조직체는 서로 다른 존재들을 한 집합체로 인위적으로 구성을 시킨 것이다. 반면에 유기체는 태생적으로 이미 하나 된 집합체다. 세포까지 서로 연결되어 살아 움직이는 생명공동체다. 조직체는 쉽게 붕괴될 수 있지만 이런 유기체는좀처럼 분리되지 않는다. 솔연의 부대는 조직체를 넘어서 유기체와 같이 똘똘 뭉쳐진 부대를 말한다. ‘휴먼 네트워크’의 수준도 바로 솔연과 같은 수준이 되어야 한다.


率然
솔 연
항산에 사는 뱀

어떻게 하면 인간관계를 좋게 할 수 있을까? 인간관계가 워낙 중요한 사안이다 보니 이와관련해서는 여러 사람들의 연구결과가 있지만대체로 공통적으로 정리된 내용 10가지를 소개한다.

① 말을 걸어라. 활기차고 즐거운 인사말보다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것은 없다.

② 미소를 보내라. 찡그리는 데는 얼굴 근육이72개가 필요하고, 웃는 데는 단 14개가 필요하다. 웃으면 복이 온다. 웃음은 전염이 된다. 웃는 사람 얼굴에 침을 뱉지 못한다. 일단 웃고 봐라.

③ 이름을 불러 주라. 사람의 이름만큼 아름다운 음악이 없다. 누가 자기 이름을 기억하고불러주면 괜히 기분이 좋다.

④ 친절한 마음으로 대하라. 친절만큼 가슴을따뜻하게 하는 것은 없다.

⑤ 성심성의껏 대하라. 건성으로 사람을 대하지 말고 진심을 담아 말을 하고 행동을 하라. 진심이 담긴 말과 행동은 상대방이 금방알게 된다.

⑥ 칭찬하라. 칭찬은 인격의 여유다. 칭찬은배려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칭찬을 받으면 일단 기분이 좋아진다. 세상에 수지맞는 일은 칭찬한 번으로 얻어지는 많은 이익이다.

⑦ 관심을 가져라. 주변을 둘러보고 관심을 가져라. 마음만 먹으면 모든 사람과 친해질 수있다. 문제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다.

⑧ 감정을 존중하라. 내 감정만 소중하다 생각하여 상대방 감정을 무시하지 마라. 내가 속이 상하면 상대도 상한다. 사랑과 미움은 종이 한 장 차이에서 온다.

⑨ 의견을 존중하라. 절대로 상대방의 말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지 마라. 무시 받아 기분좋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의견이 다르더라도 절대로 인격적인 부분은 건드리지 마라.

⑩ 봉사하라. 함께 좋은 일을 하다보면 친해진다. 자주 만나면 정이 든다. 서로의 단점을 이해하게 되고 나중에는 허물도 자연스럽게 덮여진다. 아마도 이 열 가지 방법으로인간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면 도움이 될것 같다.

좋은 인간관계는 성공의 선택요소가
아니라 필수요소다.
率 然
거느릴 솔 그러할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