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정치학박사
호국칼럼리스트

불타는 열정으로 용감하게 싸운 빨간 마후라
6·25전쟁 당시 한국공군은 창설된지 9개월 밖에 되지않아 전투기를 보유하지 못하고 경항공기 20여대로 북한과 싸워야 했다. 다시말해 한국 공군은 6.25전쟁 발발 시 L-4, L-5 등의 경비행기 몇 대와 국민성금으로 구입한 T-6 건국기 10대를 포함 훈련기 20여대뿐이었고 전투기는 단 한 대도 없었다. 이에반해 북한 인민 항공대는 210여대의 전투기를 소련으로부터 지원받아 전선을 위협하였다. 6․25전쟁초기 북한공군은 지상군이 공격한 후 6시간이 지나자 IL-10 전투기가 김포와 여의도 비행장을 정찰한다음 4대의 YAK 전투기가 통신소 등에 폭탄을 투하 하였고 김포, 여의도 공습, 격납고와 활주로를 파괴하였다. 하지만 6.25 초창기 북한 인민 항공대는 많은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미숙한 운영으로 위협적인 공격은 하지 못하였다.

한편, 6·25전쟁 발발당시 우리 공군의 활약상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T-6 건국기 및 L-형 경항공기로 적군의 남하를 최대한 저지하였다. 당시 한국공군은 T-6 건국기 10대를 3개 편대로 편성, 폭탄과 수류탄을 싣고 해주, 개성, 동두천으로 출격하였다. 남하하는 탱크와 인민군 대열을 저지하기 위해 힘겹게 비행 임무를 수행하였으며, 북한군은 대공화기로 응사하였다.
이와같이 6·25 당시 우리 공군은 북한의 인민항공대와 비교해서 전투기 한 대없는 매우 열세한 상황이었지만 자유를 수호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열심히 싸웠다. 우리가 보유했던 항공기는 MIG 전투기를 상대할 만한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압록강지역까지 도달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행동반경이 짧아서 주로 근접지원과 전선 가까운 지역의 후방 차단 임무에만 지원되었다.

그래서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에 전투기지원을 긴급 요청을 하였으나 처음에는 묵살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끈질긴 요청에의해 2차 세계대전 시 명성을 떨쳤던 F-51 무스탕 전투기 10대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이에따라 10인의 공군 조종사들은 일본의 미군기지로 건너가 4일간의 기종전환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기상악화와 전쟁상황중이라 개인당 불과 20분-30분만 비행교육을 받았을 뿐 더 이상 훈련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그래서 1950년 7월2일날 F-51 무스탕 전투기를 인수받고 그 다음날부터 바로 전쟁에 투입되었다. 당시 한국공군의 전투조종사들은 동체에 ‘신념(信念)의 조인(鳥人)’이라는 문구를 써 붙이고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고 전의를 다졌다. 우리의 빨간마후라 전투조종사 129명은 휴전 시까지 8천 7백여 회의 공중출격을 기록하였고 그중 39명의 젊은 조종사들은 1백회 이상의 출격을 기록하면서 혁혁한 전과를 거두었다. 그가운데 유치곤 장군에 의한 평양 승호리 철교폭파와 팔만대장경을 지켜낸 김영환장군의 항공전사를 소개하고 공군을 상징하는 빨간마후라의 유래와 그정신, 영화빨간마후라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창공신화의 주역, 불사조의 사나이들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창공신화를 낳은 불사조의 사나이들이 여기에 있다. 먼저 유치곤 장군은 1951년 4월 10일 현지 임관 후 동년 10월 첫 출격으로부터 1953년
5월 1일까지 한국 공군 역사상 유일한 2백회 출격기록을 돌파했다. 휴전회담 시까지에는203회의 출격기록과 더불어 비행십자상 수훈을 비롯하여 충무·을지·금성 무공훈장 등 최고의 영예를 모두 차지했다. 유치곤 장군은 그의 별명 ‘산돼지’처럼 임전 시에는 저돌적으로 적을 제압했으며, 평시에는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불가능한 것이 없을 정도로 패기가 넘치는 조종사다. 유장군의 공중전 전과 중에서 가장 빛나고 값진 전과는 평양 승호리(勝湖里) 철교 폭파이다. 승호리 철교는 북한군 보급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곳이었기에 미공군은 B-29까지 동원하여 500소티에 달하는 폭격을 퍼부었음에도 폭파에 실패한 곳이었다.

이와같이 미군이 온갖 노력을 다해도 안되는 것을 설마 한국공군이 해 낼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과 함께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한국공군에 인계되었다. 작전임무를 맡은 10전투비행전대장 김신대령은 공군 최초로 100회 출격을 달성한 김두만소령에게 임무를 부여하였다. 1952년 1월 12일 F-51 무스탕 5기로 이루어진 한국군에 의한 폭격 편대가 미공군 전술교리에 따른 고공투하에 의한 폭격을 시도하였으나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래서 한국공군은 1952년 1월 15일 유치곤 공군 중위를 비롯한 6명의 빨간마후라 F-51 6기로 재차 공격에 나섰다. 이때는 격렬한 대공포화를 위험을 무릅쓴채 비행안전 고도를 무시하고 초저공침투 공격방법으로 전환하여 마침내 승호리 철교를 파괴하는 쾌거를 이룩하였다.

미 공군 전투기 수백대가 출격했음에도 불구하고 폭파에 실패하였으나 유치곤중위를 비롯한 6명의 한국 공군의 빨간마후라들은 북한 지상군의 비 오듯 쏘아대는 대공포화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으면서도 세 번째 출격시 승호리 철교를 폭파하였다. 승호리 철교 폭파작전은 우리 한국공군에 비해 휠씬 비행경험이 많고 숙련도가 높은 미공군이 폭파에 거듭실패하고 있던 상황에서 신출내기 한국 공군이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고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공군의 쾌거로 회자되고 있다. 유치곤중위를 비롯한 한국공군의 탁월한 조종술에 대하여 유엔군은 물론 미국 대통령까지도 찬사를 아끼지 않음으로써 대한민국 공군의 위상을 크게 부각시켰다.

빨간 마후라의 유래
김영환 장군은 1948년 4월 통위부 정보 및 작전국장, 초대 제10전투비행단 단장 등을 역임했으며, 전투 조종사의 상징인 빨간 머플러를 처음으로 착용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강릉기지 제10전투비행전대장 김영환 대령이 서울에출장왔다가 친형인 당시 공군 참모총장 김정렬 소장 댁을 방문하게 된다. 이 때 김대령은 흰색 마후라를 목에 두르고 있었는데 공군의 단독 작전이 시작된 1951년 10월 11일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북한 상공을 출격하다보니 기름과 땀에 배인 흰색 마후라는 수세미처럼 되어있었다. 그러자 이를 안쓰럽게 바라본 형수님이 새 마후라를 마련하려고 장롱을 뒤져보니 흰색천은 없고 붉은 비단천만 있어 할 수 없이 붉은 비단 마후라를 목에 두르고 강릉기지로 되돌아오니 주위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며칠 만에 강릉기지에 근무했던 많은 전투조종사들이 빨간 마후라를 두르게 되었고 이때부터 빨간 마후라가 공군 조종사의 상징으로 되었다고 한다.

김영환장군은 무엇보다도 6·25전쟁중 국보인 팔만대장경을 보존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1951년 9월 18일 UN군과 국군에게 쫒긴 북한군 900명이 합천해인사가 있는 가야산에 숨어있었다. 제 10전투 비행전대장 김영환대령에게 인민군 소탕을 위해 가야산을 폭격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자신의 편대를 이끌고 출격한 김대령은 폭탄 투하 지점이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해인사라는 점을 알게되자 목표를 변경하여 해인사 주변에 산재하여 있던 인민군을 공격하였다. 그는 당시 제10전투 비행단장이었기 때문에 미군사령부의 명령을 어길수 없는 위치였지만 김영환단장은 천년고찰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의 중요성을 너무도 잘알기 때문에 “빨치산 몇 명 죽이기 위해 소중한 문화유산을 불태울 수 없다.” 며 항명한 것이다. 이후 명령불복종죄의 거센 후폭풍이 일어 상부에 호출된 김영환대령은 “영국사람들은 세익스피어와 인도를 바꿀수가 없다.”고 한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세익스피어와 인도를 다주어도 바꿀 수가 없는 보물중의 보물이다. 전쟁으로 이것을 불태울 수는 없었다.”고 소명하였다. 이러한 감동적인 역사적 사실이 공군 역사자료 발굴위원회의 보고서에 의해서 확인되었다. (참고로 팔만대장경은 몽골이 고려를 침입하자 부처님의 힘으로 몽골군을 물리치기 위해 거란, 여진, 일본 등의 불교경전을 정리하여 16년간의 노력 끝에 만든 것이다.)

해인사 장경판전(국보 제52호)과 고려 대장경판(팔만대장경 국보제32호)은 민족의 소중한 유산일뿐만아니라 유네스코 등재 세계문화유산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있다. 만일 김영환장군이 혜안을 발휘하지 못했더라면 빨치산 소탕을 위해 값진 문화유산인 천년고찰 해인사가 폭격을 당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시한번 김영환장군의 문화유산 애호정신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빨간마후라
“빨간 마후라는 하늘의 사나이 하늘의
사나이는 빨간 마후라
- 중략 -
구름 따라 흐른다 나도 흐른다 그까짓
부귀영화 무엇에 쓰랴”
영화 ‘빨간 마후라’는 공군 강릉기지 10전투비행장에 당시의 최신예기인 F-51 전투기가 투입된 파일럿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출격 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 선배 조종사의 미망인을 위로하다 마침내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조국의 하늘을 지키다 장렬하게 산화한 선배 전투조종사의 투혼과 활약상에 대하여 추모의 정을 기리고 나아가 공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다지는 계기를 마련해주었으며, 전쟁터에서는 끓어오르는 피와 같은 열정으로 의롭고 용감하게 싸우다 언제라도 목숨을 던질 수 있어야 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당대 최고의 감독 신상옥, 최고의 배우 신영균, 최무룡, 이대엽 등 초호화 출연진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빨간 마후라는 1964년 명보극장에서 25만 명을 동원했고 제11회 아시아 영화제 감독상, 남우주연상, 편집상 등을 휩쓸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홍콩 등지에서도 크게 히트했다. 특히 이 영화의 주제가(한운사 작사, 황문평 작곡, 쟈니 브라더스 노래)는 가슴에 통쾌함과 함께 진한 감동의 파문을 일으켰고 젊은이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주는 노래이면서 애창곡으로 영화와 함께 국민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되고 있다. 그래서 공군하면 빨간 마후라, 빨간 마후라 하면 공군을 연상하게 한다.

계승 발전되어야 할 빨간 마후라 정신
부귀영화를 탐하지 않고 의(義)를 위해 목숨 바치는 하늘의 사나이
6·25전쟁 시 전투기 한 대 없는 열악한 상황하에서도 공군은 굴하지 않고 T-6 건국기, L-4,5 훈련기에다 폭탄과 수류탄을 실어 남하하는 적의 탱크와 인민군 대열을 저지시켰으며 F-51 전투기 10대를 인수받고 ‘신념(信念)의 조인(鳥人)’이 되어 제공권을 장악함으로써 적의 침략을 봉쇄할 수 있었다. 한국공군의 빨간마후라 정신은 6·25 전쟁당시 한국군 전투조종사들이 평양승호리 철교폭파에서 보여준 바와같이 부여된 임무완수를 위해서는 죽음조차도 두려워하지 않고 투혼을 발휘하는데에서 엿볼 수 있다. 타오른 정열로 대의(大義)를 위해서 언제라도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빨간 마후라 정신은 「필승 공군」을 위한 정신적인 기저로 삼아 계승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