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
대통령학 전문가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우리 대통령제가 또 다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것이 단순히 대통령 개인의 잘못에서 비롯된 문제라면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면 해결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에게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었던 것을 고려할 때 대통령 개개인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 이와 관련하여 대통령의 불행이 되풀이되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라며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키는 개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제도 개혁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대통령은 최고 정치지도자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실패는 정치권은 물론 한국 민주주의 풍토와 관련된 것이라는 보다 넓은 시각에서 고찰할 필요가 있다.

국가경영은 어려운 과업
대통령직은 단순한 권력의 자리가 아니라 막중한 책임을 가진 국가 최고경영자의 자리이기 때문에 국가경영 능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민주국가에서는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국가경영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더구나 민주화, 정보화, 세계화로 인해 국가경영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조직론(組織論)에서 보면 대통령의 국가경영은 성공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그것은 청와대를 군대 및 기업과 비교해보면 분명해진다. 군대는 임무가 단순 명료하고 임무수행을 위한 조직과 준비가 잘 되어 있고, 사령관으로부터 말단 병사에 이르기까지 임무가 주어져 있고 훈련도 잘되어 있기 때문에 언제든 명령이 떨어지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기업의 경우 사업범위가 한정되어 있고 회장이나 사장이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사업목표 달성에 필요한 자본과 기술, 시설과 인력 등이 잘 갖추어져 있다. 군대나 기업에 비해 대통령의 업무는 광범위하고 그것도 여러 세력 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목표달성을 위한 수단도 다양하다. 특히 추상적인 국정목표의 경우 효과적인 실천수단이 없거나 있다하더라도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군대와 기업에 비해 청와대의 취약점은 대통령은 물론 대다수 보좌관들이 국정운영의 아마추어라는 것이다. 대통령은 물론 처음 대통령이 된 것이고, 보좌관들도 대부분 국가경영에 대한 경험이 없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리더십 환경은 장애요인이 많고 불확실성도 높은 편이다. 이처럼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된 사람들은 대부분 당선에만 매달렸을 뿐 당선 이후의 국가경영을 위한 준비는 소홀히 했다.

더구나 대통령의 취임은 기업의 책임자나 군 사령관의 취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대통령은 텅 빈 청와대로 들어가 비서실과 내각을 구성하는 등 국정운영을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전임 정부로부터 인계받는 것도 별로 없고 인계받는 데 관심조차 없다. 총리나 장관을 임명하는 것도 지역안배를 해야 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국정운영 팀을 구성하는 것조차 만만치 않다.
그런데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처음 해보는 ‘아마추어’이고, 그의 보좌관들도 대부분도 대통령 보좌와 국정운영에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국가경영이라는 면에서 ‘무지(無知)’하다 할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 취임 초기에는 오만한 권력과 아마추어리즘이 결합되어 실책을 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1988년 민주화 이래 여섯 대통령은 모두 임기 중 상당한 시행착오로 조기 레임덕 현상에 빠졌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5년이라는 짧은 임기와 국내외 제약 요건, 그리고 정부와 대통령의 한계를 인식하지 못한 채 거창한 목표를 추구하는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민주화투쟁 당시 민주투사들은 오로지 독재타도를 목표로 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 어떻게 민주적으로 국정운영을 할 것인지 전혀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그들은 역사의 계승 발전보다는 단절과 청산을 우선했다. 그래서 5년 주기로 이뤄지는 정부 교체 때마다 개국(開國)하듯 했다. ‘신한국 창조’, ‘제2의 건국’, ‘역사청산 통한 사회혁명’ 등, 마치 혁명을 통해 정권을 쟁취한 듯이 행동했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실용정부 등 정부 이름 짓기부터 시작하여 행정부와 청와대의 조직을 뜯어 고치고 전임 정부의 정책은 무조건 폐기하는 등, 과거를 청산하거나 과거 정부와 차별화하기 바빴다. 뿐만 아니라 국면전환이라는 명분하에 평균 1년 내외의 짧은 기간에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을 교체했고, 이로 인해 부처의 고위 공직자들도 계속 바뀌었다. 그 결과 정책의 일관성은 기대할 수 없었고 국가 중장기정책도 외면되었다. 5년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었으니 어느 나라, 어떤 조직이라도 이 같은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그 결과는 보나마나이다.

요컨대 기업의 경영환경은 정치에 비해 불확실성이나 위험성이 적은 편이고 업무의 연속성과 안정성도 높지만, 국가경영 환경은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경영학자들이 제시하고 있는 기업경영 실패 10대 요인은 국가경영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기업경영이 실패하게 되는 10대 요인으로서 무리한 사업 확장, 방만한 자금관리, 독단적 기업경영, 경영자 경험 부족, 족벌 경영, 경영자 비윤리성, 환경변화에 무대책, 기술개발 무관심, 정부와의 관계 악화, 유통망에 대한 허술한 관리 등이다.

이를 대통령의 국가경영에 적용한다면, 막연한 국정목표 설정, 과도한 공약, 인치(人治) 또는 개인적 리더십, 아마추어 정부, 측근중심 인사, 빈번한 부패 스캔들, 국내외 변화에 소극적 대응, 정부 경쟁력 무관심, 여야관계 악화, 공직사회 관리 실패 등이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대통령의 성공 조건을 요약하자면, 첫째, 대통령은 올바른 국가관과 역사관을 바탕으로 역사를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 둘째, 국가안보와 경제 활성화를 국정 우선목표로 삼아 국가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셋째, 최고 정치지도자인 대통령에게 정치력과 설득력은 필수적이다. 야당과 타협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고 정부 정책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설득력을 발휘해야 한다. 넷째, 대통령은 최고 행정책임자로서 인사관리와 조직관리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대통령 중심의 효과적인 팀워크(teamwork)를 유지해야 한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정부는 결코 대통령 한 사람의 의도대로 운영되도록 설립되지 않았다. 조직의 난맥상은 비능률을 초래하여 파탄에 빠뜨릴 가능성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다섯째, 고도의 위기관리 태세 유지다.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북한의 동향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위기는 예고 없이 닥치기 때문에 위기관리에 실패한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권력형 비리를 방지해야 한다. 언제 어느 나라에서나 스캔들은 정권을 좌초시키는 결정적 요인이다.

총체적 위기관리 차원에서 대응해야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은 전례 없는 외우내환(外憂內患)의 총체적 위기 속에 취임하게 된다. 대통령선거가 탄핵 사태를 둘러싼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끔찍한 전쟁의 먹구름과 노골화되고 있는 미·중 간 패권경쟁, 세계 정치경제질서의 근본적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 등, 대한민국의 생존과 명운을 좌우할 엄청난 도전들이 외면되어 왔다. 한국은 지금 벼랑 끝에 서 있으며, 다음 대통령 임기 중에 한국이 선진국으로 부상하느냐 아니면 3류 국가로 추락하고 마느냐가 결판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새 대통령의 시대적 소명은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아니라 국가 위기관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더 이상 인내하지 않겠다는 엄중한 경고를 연발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해 두 차례 핵 실험을 감행했고 조만간 6차 핵 실험을 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북한은 핵탄두를 날려 보낼 각종 미사일의 시험 발사를 계속해왔으며, 조만간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단계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경고와 제재를 넘어 군사적 대응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어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해 있다. 한마디로 말해 준전시사태(準戰時事態)다.

그럼에도 이 같은 심각한 안보위기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별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고, 대통령후보들도 이렇다 할 외교안보 전략을 내놓지도 않았다. 오히려 북한 핵 위협에 대한 유일한 방어무기인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있었고,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이 쟁점이 되었을 뿐이다. 우리의 안보안식과 대응태세가 얼마나 한심한 가를 보여주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세계의 안보 및 경제 질서가 격변하면서 동북아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면서 지난 수십 년 간 계속되어 온 미국의 세계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뀌면서 세계질서에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중 간 패권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한국이 ‘고래싸움의 새우’ 같은 존재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이 같은 세계질서 변화에 일본과 러시아도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어 한국의 처지는 그야말로 사면초가 상태라 할 수 있다.
세계경제 여건의 격변으로 한국경제가 당면한 도전도 만만치 않다. 지금 한국경제의 위기는 IMF위기 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인식된다. IMF위기는 과도한 대외 부채로 인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것만 해소하면 되었지만, 지금의 위기는 글로벌 경제 위기와 한국경제의 경쟁력 약화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돌파구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외부의 도전이 아무리 어려운 것이라도 이에 대응할 태세가 되어 있다면 극복할 수 있다. 현대사를 되돌아본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도전도 성공적으로 극복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외부도전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심각한 국론 분열로 그러한 도전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분열과 갈등의 치유가 선결조건이다
정부의 권위가 상실되면 국가는 유지되기 어렵다. 그래서 모든 나라는 정부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문제는 민주국가에서 정부의 권위가 저절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정기적으로 교체되기 때문에 정부의 권위는 여러 대통령에 의해 형성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느 한 대통령이 과거를 청산하거나 단절하게 되면 정부와 대통령직의 권위와 신뢰는 약화된다. 그렇게 되면 어느 대통령도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나가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대통령은 전임자들의 정책을 존중하고 계승하는 등 역사의 계승자가 되어야 한다.

탄핵 사태를 계기로 박근혜 정부가 해오던 것은 모두 잘못되었다며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그 연장선상에서 박정희 시대까지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견이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 하면, 그것은 ‘박근혜 지우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대통령직의 권위와 신뢰에 또 한 번 큰 타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박근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전통과 정부의 권위와 관련된 중대한 문제라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근혜를 포함한 역대 보수 지도자들을 부정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분열과 갈등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토인비는 국가패망의 원인으로 ① 독재정치, ② 국민의 애국심 결여, ③ 국민의 분열과 갈등을 들었다. 한국은 지금 애국심 결여와 분열과 갈등이라는 두 가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우리 현대사를 잘못된 역사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그래서 나라에 대해 자부심과 애국심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또한 대북정책 및 안보정책을 둘러싸고 국민이 보수와 진보로갈라져서 갈등을 벌이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었기 때문에 대통령 후보들은 하나같이 통합을 외치고 있지만, 통합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 단안을 내렸을 때 가능하다. 차기 대통령이 ‘큰 화해’와 ‘대타협’을 통해 분열과 갈등의 상처를 치유 하지 못한다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닉슨을 사면했던 포드의 결단은 우리에게 좋은 교훈이 된다.

포드는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하자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포드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만인 1974년 9월 8일, 닉슨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몇 달 몇 년을 끌지 모르며 이러한 오랜 재판기간 중 추악한 감정들이 표출되고 국민 여론이 분열되어 정부 제도에 대한 신뢰가 국내외로부터 심각히 도전 받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닉슨 전 대통령의 재직기간 중의 모든 잘못에 대해 전면 사면한다고 전격 선언했다. 이로 인해 포드 대통령은 엄청난 정치적 곤경에 시달렸고, 그 여파로 1976년 대선에서 패배했다. 그럼에도 최근 미국은 포드 대통령의 결단이 국론 분열을 막은 용기 있는 결정이었다고 높이 평가했으며, 그래서 포드는 2001년 5월 케네디대통령 기념도서관으로부터 영예로운 ‘용기 있는 인물상(Profile in Courage Award)’을 수상했다.

군주제와 달리 대통령이 주기적으로 교체되는 나라에서 대통령직의 권위를 보호하지 않으면 정부의 권위가 무너지고 대통령직이 불신 받게 되어 나라가 혼란에 빠진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을 비난하는 경우도 드물고 또한 전임 대통령들도 현직 대통령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전직 대통령들의 고향에 기념관과 기념도서관을 건립하여 재임 중의 업적과 리더십을 연구하게 하는 등 대통령직의 권위를 보존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기념사업은커녕 비방하기 바쁘다고 할 수 있다.

안보에 실패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
국가의 최우선적 임무는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며, 그래서 대통령에게 국군통수권자의 중책이 부여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 한반도 정세는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이다. 따라서 차기 대통령은 ‘평화 통일’과 같은 이상론을 제쳐두고 국가안보에 대한 비상 대비태세를 갖추는데 국정의 최우선순위를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안보에 실패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안보리더십은 성공하는 대통령의 필수적 조건이다.

대화와 협력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 같은 인식은 김정은정권에 와서 북한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만 해도 남북관계 개선에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지만, 15~6년 전에 비해 지금의 북한은 너무도 달라졌기 때문에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김정은 정권은 지난 5년간 세 차례의 핵 실험을 했고 동시에 핵무기를 운반할 각종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여 미국까지 위협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며 선제타격까지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에 대해 제재를 강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북한과 거래하고 있는 중국기업을 대상으로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까지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사국인 한국이 개성공단 재개 등으로 대북 제제를 이완시킨다면 한미관계는 최악을 면하기 어렵고 또한 북한 핵에 대한 국제공조도 파탄에 이르게 될 것이다.

더구나 한반도 주변 강대국인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도 15~6년 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이들 국가들이 자국이익 우선 노선으로 변하면서 19세기 말처럼 한반도는 강대국들의 각축에 휘말려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 대통령은 동북아 위기와 글로벌 위기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바탕으로 북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폐쇄적인 민족주의 논리로 접근한다면 심각한 패착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사드 배치도 중국의 경제적 보복 등으로 논란이 있지만, 미국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한미동맹의 상징적 조치이다. 한국의 안보를 위해 주둔하는 미군이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다면 주한 미군이 철수하게 될지도 모른다. 더구나 한미동맹은 안보이익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안보는 최고의 경제정책이다. 한미동맹이 약화되거나 주한 미군이 철수한 상황에서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로 위협할 경우 주식시장 폭락 등 우리 경제를 순식간에 공황상태에 빠뜨릴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하면, 북한의 위협이 클수록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리더십 못지않게 팔로워쉽도 중요하다

리더십의 성패는 리더가 처한 환경에 의해 결정적으로 영향 받으며, 리더십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팔로워십(followership)이다. 그런데 한국의 팔로워십은 심각한 문제이다. 대통령을 적대시하거나 불신하는 것을 예사로 아는 국민이 너무도 많다. 대통령을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아니라 특정 정파의 지도자로 인식하고 끊임없이 비판한다.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한 국가의 대표이고 행정부의 수반이다. 선거에서 지지하지 않았더라도 우리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존중해야 한다.

대통령의 성공은 국민의 성공이고 국가의 성공이다. 결코 대통령 개인의 성공이나 특정정당의 성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여 대통령을 성원해야 한다. 올바른 팔로워십 없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어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