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우를 이긴 여몽의 기다림 전략
대적지가승(待敵之可勝) - 『손자(孫子) 군형 제4편』



노병천
(예)육군대령, 리더십박사
전 나사렛대학교 부총장
한국전략리더십연구원 원장

괄목상대(刮目相對)라는 말이 있다. 눈을 비비고 상대를 대한다는 뜻으로, 남의 학식이나 재주가 놀라운 정도로 부쩍 향상되었다는 뜻이다.

이 말은 삼국지에 나오는 여몽이 했던 말이다. 어느 날 그를 방문한 노숙이 말했다. “나는귀공을 무만 아는 무장으로만 알았었는데, 오늘 대하고 보니 그렇지 않구먼.” 여몽이 대답했다. “선비는 사흘을 만나지 않으면 눈을 비비고 상대를 새롭게 봐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여몽은 때를 잘 기다렸던 사람이다. 그는 그 기다림으로 천하의 관우를 사로잡는 데성공했다.

당시 상황을 보면 위(魏), 촉(蜀), 오(吳)의 세나라가 서로 팽팽하게 패권을 다투고 있었다.위나라의 조조가 적벽 싸움에서 패해 형주를포기하고 북쪽으로 돌아가자 촉나라의 유비와 오나라의 손권은 물산이 풍부한 형주를 확실하게 차지하기 위해 서로 대립하고 있었다.

오나라의 노숙은 당면한 적을 위나라로 보고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촉나라와 제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현재 촉이 차지하고 있던 형주 땅을 인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여몽의 생각은 달랐다.

위나라와 맞서기 위해서는 가장 약한 촉을정벌해 형주를 먼저 장악해야 한다고 판단한것이다. 그래서 그는 형주를 공략할 전략을짰다. 그런데 형주에는 뛰어난 무공의 소유자관우가 굳게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공략이 쉽지 않았다. 여몽은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정세가 유리해 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기를 2년, 드디어 때가 왔는데요. 관우가 조조와싸움을 벌여 양양을 공략하고 번성을 포위한것이었다.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판단한 오나라의 손권은 여몽에게 즉시 형주를 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형주의 수비를 허술히 할 관우가 아님을 알고 있었던 여몽은 즉각 공격을자제하고, 궤계를 써서 관우를 안심시킨 다음형주를 공격하기로 한다. 여몽은 자신이 중병에 걸렸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그리고는 사령관직을 젊은 육손에게 물려주고 오나라 수도로 떠나버렸다.

여몽의 후임으로 임명된 육손은 관우에게 사신을 보내 그를 높이 칭송하고 앞으로 잘 지낼 것을 요청했다. 관우는 용맹스럽기는 하지만 자존심이 센 나머지 상대를 경시하는 경향이 많았다. 단적으로 표현하면 아주 교만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교만은 관우가 죽게 되는원인이 되기도 했다. 관우는 끝을 알 수 없는자부심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인정하는 아주 제한된 사람을제외하고는 모두 자신의 발밑으로 깔아봤다.심지어 오나라 손권이 관우와 친하기 위해 자식들을 혼인시키자고 했을 때 “호랑이의 자식과 개의 자식이 어찌 혼인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했으니 가히 병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성격의 사람은 자신을 알아주고 높이칭송해주면 깜박 넘어갈 확률이 높다. 아니나다를까 오나라의 공격이 걱정스러웠던 관우는 육손의 공손한 태도에 우쭐대며 크게 안심했다. 그래서 그는 이 기회를 이용해 아예 번성의 포위공격을 마무리하기로 결심했고 부족한 병력을 보충하기 위해 강릉에 있는 수비대까지 끌어들였다.

이 소식을 들은 여몽은 드디어 오랫동안 기다렸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단숨에 강릉으로 향했다. 강릉은 형주에 이르는 가장 중요한 요충지다. 상선으로 위장한 선단을 이끌고 장강을 거슬러 강릉으로 접근했다. 강기슭에는 촉군의 감시초소가 있었지만 상선의 깊숙한 곳에 숨어있었던 오군은 끝내들키지 않고 초소들을 하나씩 점거해버렸다.그리고 강릉도 그런 식으로 점령했다.

여세를 몰아 그는 형주의 주요 거점을 모두장악하기에 이르렀다. 뒤늦게 이를 안 관우가번성의 포위망을 풀고 급히 군대를 돌렸지만이미 때는 늦었다. 평소 관우에게 혼쭐이 나서 불만을 가진 미방과 부사인이 여몽에게 투항했다.

관우는 어쩔 수 없이 맥성으로 후퇴해 농성 했다. 이때 상용 땅의 유봉과 맹달에게 지원을요청했지만 유봉은 과거 세자 책봉에 자기를반대한 관우를 미워해 지원을 하지 않았다.결국 궁지에 몰린 관우는 생포되었고 형주는 오나라 손에 넘어갔다. 관우는 아들 관평과 함께 충절을 보이며 손권 앞에서 목이 잘리고 만다. 때는 219년, 그의 나이 58세였다. 사서에 따르면 여몽은 노숙 이후 오나라의 군권을 통솔할만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라 했다. 삼국지의 저자 진수는 다음과 같이 여몽을 평가했다. “용감하고 작전의 결단력이 뛰어났다. 형주를 빼앗고 관우를 생포한 것은 가장뛰어난 공적이다.”

손자병법 시계(始計) 제1편에 보면 “능하지만 능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能而示之不能)는 말이 있다. 속임수(詭道)의 한 종류다.

능력이 출중했던 여몽은 중병에 걸린 것처럼 스스로를 위장해서 관우를 방심하게 만들었다. 승부의 세계에 있어서 방심만큼 무서운것은 없다.

방심하게 되면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 의심이 들지 않는다. 그러다보면 상대방의 계략에 말려들기 쉽다. 그래서 어떤 일이 있어도 교만과 방심은 금물이다.

군형(軍形) 제4편에 보면 “먼저 적이 승리하지 못하도록 만전의 태세를 갖춘 후에 적에게승리할 수 있는 때를 기다린다.”(先爲不可勝以待敵之可勝)는 말이 있다.
여기서 때를 기다린다는 말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눈앞의 이익만을 보고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항상 멀리 바라보고 더 큰 승리를 위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관우가 형주를 비우고 북방으로 원정을 떠났을 때 오나라 왕 손권은 곧바로 형주를 치려했다. 하지만 여몽은 이를 말렸다.

만약 그때 손권의 계획대로 곧바로 형주를쳤더라면, 매사에 철두철미한 지략가 관우의 전략에 말려들어 전멸을 당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때로는 기다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수 있다. 천하의 관우를 무너뜨린 전략은 바로 이 “기다림의 전략”이라 할 수 있다.

待敵之可勝
대 적 지 가 승

적에게 승리할 수 있는 때를 기다린다.기다린다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기다리지 못해 낭패를 보는경우가 많다. 주식투자는 시간과의 싸움이다.단기투자이건 장기투자이건 시간을 이기지못하면 손해 본다. 일본의 전설적인 상인 혼마무사히네의 얘기를 담은 『거래의 신, 혼마』에보면 거래와 시간에 대한 좋은 내용이 있다.

“거래는 시작이 중요하다. 시작이 나쁘면 반드시 어긋나게 된다. 매수 매도 공히 오늘만큼좋은 시장은 없다고 생각될 때 ‘삼일’을 기다려라. 이것이 방책이다. 쌀의 유통을 생각하고가격의 천정과 바닥의 정도를 생각하여 매매할 것이다. 이것이 삼위(三位)의 방책이다. 가장 높은 가격과 가장 낮은 가격을 산출할수 없는 동안은 몇 달이고 유보하고 예상이 실현될 때를 생각하며 매매해야 한다. 거래를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은 천정가격과 바닥가격을보는 것이다.

천정과 바닥을 알 때 이익 운에 이르러 손실이 없는 것이다. 쌀로 이익을 얻고자 할 때는무리한 탐욕을 금해야 할 것이다.” 혼마의 가르침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욕심을 버리고적절한 때를 기다리는 것으로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 자신을 잘 알고 흔들리는자신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마음에서 거래의 충동이 일어난다면 이것은충동적이며 욕심이 일어나고 있는 것임을 깨달아야한다.

그래서 침착하게 자신을 통제하고 마음의풍랑이 가라앉기를 기다려야 한다. 충동이 일어난다고 해서 즉각 행동으로 옮긴다면 백번실패다. 크게 후회하게 된다.

혼마 무시히네는 주식시장의 캔들차트와 사께다 전법의 창시자다. 그는 1717년에 데와에서 태어나 23세에 사카타의 상인 집안 혼마 가문의 양자가 되었다. 그 후 오사카 도오 지마곡물거래소에서 신출귀몰한 거래로 막대한 부를 축적해 혼마 가문을 에도시대 제일의 부자가문으로 만들었다.

일본사람들은 그를 상인의 하늘, 거래의 신,백전백승 거래의 신, 앉아서 천하를 움직이는사람이라 불렀다. 모든 일에 성공하는 사람의 특징은 때를 잘 기다렸다는 것이다. 물론 머리위에 새똥이 떨어지면 곧바로 피해야 한다. 대어를 낚으려면 기다려야 한다.

待 敵 之 可 勝
기다릴 대 원수 적 갈 지 옳을 가 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