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박사 본지 편집위원장
 ‘21C안보전략연구원’원장
인천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seokseung333@hanmail.net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국내외 주요 언론들은 ‘특집기사’ 또는 ‘핫 이슈’라는 표제(標題)를 통해 ‘국제사회의 외톨이’와 같은 북한의 대내외 정세와 경제실정 등과 관련한 진단과 평가를 마치 ‘봇물’처 럼 쏟아내고 있다. 일간지는 물론이고 월간지를 비롯하여 각급 방 송사에서도 “한 해를 결산하고 다가올 한해를 전망” 하는 이런 기 사와 보도, 방송은 그만큼 우리와 동족(同族)이자 가상적국(假想敵 國)인 북한의 실상(實相)을 보다 적확하게 전달함으로써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그런 의도에서 나온 것이기에 일면 타당하고 수긍이 가는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이런 진단과 평가, 그리고 전망은 어디까지나 북한의 ”구 체적인 실상“을 바탕으로 해서 나와야 그 객관성과 타당성을 인정 받을 수 있는 것이지, 막연한 추상이나 주관적 판단 등에 의해 탁상 공론(卓上空論) 식으로 제시된다면, 오히려 해(害)와 부작용만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고도 신중함을 필요로  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북한의 ‘현재를 분석, 평가하고 그 미래를 전 망하는 작업“은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으며, 자칫하면 북한 의 대남심리전에 휩쓸리는 우(愚)를 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 여진다. 예를 들어 북한에서는 제3대 절대권력 세습자인 김정은이 집권한 이래 경제사정이 지속적으로 좋아지고 있으며, 북한의 새로운 경제를 상징하는 ’장마 당‘(혹은 ’농민시장‘)에의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자본주의적 시장경제가 날로 확 산되고 있다고 하는 진단과 평가 등이다.
또한 북한‘의 이동전화가입자수가 이미 300 만명이 넘었고, 우리의 드라마나 영화가 불과 2~3일 이후면 북한에 전파되어 북한 주민들 상당수가 이를 시청하기 위해 웃돈을 주고 구 입한다는 것 등도 언뜻 우리의 정서나 인식만 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라 하겠다.
한때 우리(적어도 50대를 넘어선 대부분의 국민들)는, ‘북한’이나 ‘북한주민’을 떠올릴 때면 무자비하기 이를 데 없는 악마(惡魔)의 후신으로 보았고, 이런 그들을 일컬어 “머리 에 뿔이 난 도깨비나 빨갱이”로 치부하기도 하였었다.
그만큼 민족상잔의 대비극이었던 6.25전 쟁(혹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우리 국민들 상당수의 뇌리에는 이 전쟁에서 북한군이 저 지른 죄악상으로 인해 민족적 적대감이 하늘 을 찌를 듯 높아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 쑤’로 인식하게 되었고, 이것이 선입관으로 굳혀져 “상종할 수 없는 괴뢰”로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북한이 저지른 ‘청와대기습사건’(일명 ’ 1.21사태‘)나 “판문점도끼만행사건, 아웅산묘 소테러사건, KAL-858기 폭파사건 등” 북한의 대남도발이나 테러사건과 연계하여 북한은 마 주 앉아 “민주적 방법으로 대화를 나누거나 평 화로운 회담”을 할 수 없는, 그런 대상으로 간 주하였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기자회견이나 TV 화면을 통해 비추어진 그들의 모습이나 어 투(語套)는 우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우리 와 같은 “단군의 후예인 배달민족”이라 인식 하게 되었고, 이런 그들과 대화와 협상, 그리 고 회담을 통해 우리의 숙원(宿願)이자 지상 과제인 ‘평화적 통일’을 함께 일구어 내야 할 대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들 기성세대의 뇌리속에는 그동안 역대 정권들이 취해왔던 “멸공, 승공, 반공정책 등”의 영향으로 지속되 어온 교육의 학습효과로 한때 유행했던 ‘6.25 전쟁의 노래’ 가사처럼 “무찌르자, 공산당 몇 천만이냐...”로 감정적(아니 보다 정확히 표현 하면 ‘적대감“이 더 체감되는 것으로 보인다) 으로 대하는 가운데 “객관적이고도 균형적인 시각”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대화하는 것이 쉬 운 일만은 아닌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바로 이런 가운데 1970년대 초부터 시작된 남북한 정상간의 밀사(密使) 파견으로 “자주, 평화, 통일”의 원칙을 천명한 7.4남북공동성 명이 채택되었고, 이후인 1990년대 초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 의서’(약칭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의 비 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이 채택되었고, 급기 야 2000년대의 문턱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제 1-2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6.15남북공동선 언’과 ‘10.4선언’(정식명칭은 ‘남북관계 발전 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내외에 천명하 게 되었다.
이 때문에 이제 우리 국민들 대부분은 ‘북 한’을 더 이상 “상종하거나 대면하지 못할, 아 니 상종하거나 대면해서는 안될 반국가단체 구성원”이라는 편면적이고, 다분히 부정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 고, 특히 “자유와 개인의 행복을 찾아 따뜻한 남쪽나라에 찾아온 북한이탈주민(일명 ‘탈북 자, 탈북민, 또는 새터민 등’으로도 지칭)이 3 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이들을 터부시하고 멀 리 하기보다는 우리의 동족으로, 이웃으로 따 뜻하게 보듬어 주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
되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각급언론이나 방송매체에서는 ‘북한’과 관련된 사안, 특히 김정은을 비롯한 당-정-군의 주요 인물에 관련된 동정이나 그 들의 실생활을 비롯한 경제실상에 대한 기사 나 보도, 좌담회, 해설자료 등을 ‘주요 프로그 램이나 잇슈’로 다루게 되었고, 이를 다루거나 취급하지 않으면 “앙꼬 없는 찐빵”과 같이 독 자나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는 소지 를 제공하는 상황에까지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북한관련 동정이나 소식 등 실 상을 조금만 자세히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 거나 경청-시청하다보면, 적지 않은 의문과 의아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게 된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이렇게 많은 ‘북한전문가들’이 행세할 정도로 북한관련 자 료나 교육이 자유롭고 광범위하게 허용(?)되 었는가 하는 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 다. 왜냐하면 199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에서 생산된  조선로동당의 기관지인 ‘로동신문’과 월간지 ‘근로자’, 조선중앙TV, 조선중앙통신 (KCNA)을 포함한 각종 북한 원자료(이를 일 컬어 ‘생자료, 제1차자료’로 지칭)는 “불온자 료, 특수자료, 이적표현물 등”으로 분류되어 “유관기관에서 별도로 심사하여 소정의 인가 증을 교부받은 사람”만이 열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진 2000년 이 후 2007년까지 정식절차를 통해 금강산이나 평양을 방문한 국민의 수는 200만명을 상회 (上廻)하지만, 이들은 거의  대부분 북한당국 에 의해 연출된 장면이나 분식(粉飾)된 곳만 을 보고 만나고 왔기 때문에 이들이 전하는 북 한의 실상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 할 뿐 그 실체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것들이라 여겨진다.
북한을 몇 번 다녀왔다고, 북한주민을 몇 번 만났다고 해서 북한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 지 않겠는가?
더욱이 필자가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 들 중 상당수가 해외에서 국제정치학이나 분 단정치를 전공한 사람들인데, ‘북한’이라는 곳 은 해외에서 개발된 이론이나 모델을 적용하 여 판단하고 재단할 수 없는, 그야말로 독불장 군(獨不將軍)과 같은 대상이기 때문에 오늘날 과 같이 고도로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최첨단 과학정보사회에서 통용되는 이른바 ‘단련된 무능력’(Trained Incapability)이 발디딜 곳이
좁은 곳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칭(自稱) 또는 타칭(他稱) ‘북한전 문가들’이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는 정치평론 가나 변호사 등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기 때문 에 이들이 진단하고 평가하며 전망하는 “북한 의 현재와 미래”는 진치(眞値)와 매우 큰 괴리 (乖離)를 나타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지기 도 한다.
특히 “거주이전이나 여행의 자유가 철저하 게 통제되어 있는 감시사회”인 북한에서 온 탈 북민들의 경우 유수방송에 출연하여 북한의 참된 실상을 말하기보다는 오히려 ‘비쥬얼 효 과’만을 도모하고 있으니, 이를 시청하는 국민 들 입장에서는 잘못된 정보로 북한의 실상을 오해하거나 왜곡하게 되는 역기능도 양산할 위험성마저 상존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지면 관계상 이제 몇 가지 예를 들어 북한의 실상과 관련된 통계를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자.
지난 12월 중순 ‘통계청’에서는 ‘2017년 북 한의 주요 통계지표’라는 자료를 발표하여 북 한의 대내외 경제사정을 일목요연하게 이해 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 자료에는 남북한 의 자연환경이나 인구, 경제총량 등 14개 부문 131개 통계표와 12개 분야의 북한 통계자료를 수록하였는데, ‘일러두기’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지표들은 국내외 기관에 산재한 관련통계 를 수록한 데 이어 일부 통계는 대북 접근성 제 약 등으로 간접추정방식으로 작성되었음을 부 연설명하고 있다.
 
이 중 북한의 국민총소득(GNI, 명목)의 경우, 1인당 GNI가 2016년말을 기준으로 하여 한화 146만원(달러로 환산할 경우 $1,300)으로 추 정하고 있다.체제의 특성상 GNI 추계방식과 기준치가 확연하게 다른 북한의 각종 변수나 척도 등을 통계청이 현실적으로 어떻게 추정 하고 적용했는지에 관한 논의와 함께, 이정도 의 소득이면 베트남보다 다소 못한 수준인데 왜 이들 북한주민들은 “헐벗고 굶주림에 신음 하는 생활질(Quality of Life)”에서 아직까지 벗 어나지 못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결코 가 셔지지 않는 대목이다.
 
이어 이 자료에는 북한의 경제성장율(이 역시 2016년말을 기준으로 한 것임)이 2015 년 대비 3.9%가 증가하여 같은 기간 우리나 라의 2.8% 증가보다 1.1%포인트가 높아졌 다고 밝히고 있는데, 왜 북한당국은 아직까 지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라는 구 호를 남발하고 있는지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이밖에도 이 자료에서는 북한의 철도총연장 길이가 5,226km로 우리나라의 3,916km와 대 비할 때 1.3배가 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동전화 가입자수는 361만명이며, 인구 100 명당 가입자수가 14.26명으로 밝히고 있다. 이 정도면 ‘후진국’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저 아 프리카의 여러 국가들보다 훨씬 풍요한 ‘문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 과연 그럴까? 설령 이런 통계를 인정한다고 할 지라 도 우리처럼 ‘이동전화’를 통해 SNS를 자유롭 게 하고 문자메시지와 인터넷 등을 쉽게 이용 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런 통계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많은 의문 의 근원은 북한주민들을 ‘우물속의 개구리’와 같이 외부세계와 완전히 차단시켜 2중 3중의 감시-통제장치를 발동하는 가운데 “당(黨)이 지시하고 시키는대로만 복무하게 하는 북한의 체제특성”을 도외시하거나 외면하는 데서 비 롯된 것이 아닐까?
 
북한의 실상 파악, 이에 기초한 대북정책의 수립과 집행에서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 불태(百戰不殆)’라는 말이 새삼 피부에 느껴지 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