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올해도 어김없이 2022년도의 마지막 달인 12월을 맞고 있다. 자신의 처한 위치나 정 황에 따라 “세월의 속도”를 나름대로 느끼기 마 련이지만, 적어도 60대 후반에 들어선 필자의 입 장에서는 그 이전의 젊은 시절보다 너무나도 세 월의 흐름이 빠른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세월의 흐름 속에서 변(變)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우리와 같은 단군(檀君)의 후예이자 평화통일의 대상인 ‘북한’의 움직임이다. 수십년 동안 이런 ‘북한’을 대상으로 연구하고 분석하는 가운데 남북한관계의 부침(浮沈)을 면밀하게 지 켜보아 왔던 필자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변화가 좀처럼 그 폭(幅)이나 질(質) 측면에서 포착되지 않게 보여지기 때문이다. 혹자의 경우는 이런 북한의 변화상을 여러 가 지 방증자료를 제시하면서 “근본적, 유의미한, 부분적인 측면” 등에서 주장하고 있지만, 거시 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조망(眺望)해 본다면, “개꼬리 3년 묻어놓아도 황모(黃毛)가 되지 못한 다”는 속담처럼, 좀처럼 그 기미나 징후를 찾아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를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한다면, 우리의 건 전한 상식과 이성만을 가지고 볼 때 북한은 예 나 지금이나 거의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듯이 구 태의연(舊態依然)한 행태”를 내보이고 있기 때문 에 분단 70년이 훨씬 경과한 지금까지도 그 편린 (片鱗)을 찾아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즉 북한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이 없이 “지나가는 소 도 웃을 법”한 견강부회(牽强附會)의 차원을 넘 어 “억지 춘향식”의 논리를 가지고 우리를 비판 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마치 “절대불변의 진리”인 양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대표적인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본다면 다음과 같다. 우선 북한의 제2인자라 할 수 있는 김여정 당 부부장이 간헐적으로 내뱉는 담화(談話)와 같은 공식문건에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대남관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1월 24일의 담화에서 여 실하게 나타난 바와 같이 원초적으로 북한은 우 리나라를 “미국이...운운하기가 바쁘게 토 하나 빼놓지 않고 졸졸 따라 외우는...미국의 충견이자 졸개...상전을 모시는 주구...”라 폄훼하고 있다. 이런 북한의 우리에 대한 인식과 곡해(曲解)는 어 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지난 70여년 간 줄곧 견지 해 온 것으로 ‘불변(不變)’의 대표적 예라 할 수 있 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당국은 “우물속의 개구리”처럼 외부의 정보와 실상을 거의 접하 지 못하고 있는 대다수 인민들을 대상으로 “남조 선사회는 미제의 군화발에 짓밟혀 신음하고 있으 며, 인민들은 허리에 깡통을 차고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고 거짓선전을 하고 있 으니, 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물론 이런 주장 에 대해 동의하는 우리 국민들은 전혀 없겠지만, 탈북자들의 전언(傳言)에 따르면 많은 수의 북한 주민들은 액면 그대로 믿고 “남조선동포들을 미 제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 있다고 하니 정말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둘째로, 북한당국이 자신들이 자행한 핵실험은 물론이고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중거리 탄 도미사일(IRBM), ‘화성포-17형’ 대륙간탄도미사 일(ICBM)을 비롯하여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순항미사일 등을 발사하면서 무력시위를 이 어가는 가운데 해상포격, 전투기, 폭격기 등을 북 방한계선(NLL) 이남에까지 진입시키면서 내세우 는 논리도 역시 ‘불변’의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 다. 즉 이런 행위는 핵개발 및 탄도미사일기술을 이용한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명백한 국제범죄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외무성 국제기구 담당 김선경 부상의 담화(11.8)를 통해 “주권국 가를 반대하여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들을 공 공녕하게 끌어다 놓고 광란적으로 벌려놓는 전 쟁연습은 방어적인 것으로 치부되고, 그에 대처 한 정당한 자위권행사는 도발로 락인된다면 세 계의 평화와 안전보장을 제일 사명으로 하는 유 엔이 자기의 존재명분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 주 장하였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당 기관지인 ‘로동신문(11.20)을 통해서는 “미국의 대조선 적 대시정책과 핵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력강화의 길에서 단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적대세력들 의 발악과 공세가 가중될수록 자위적 핵무력의 질량적 강화도 가속화될 것”이라 역설하였다. 즉 이런 논리는 국제사회의 ’외톨이‘를 자초하는 자 가당착(自家撞着)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실을 애써 외면하면서 각급 관영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손 바닥으로 햇볕을 가리려는 우둔(愚鈍)함의 극치 (極値)”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런 북한의 행 태는 근본적으로는 그들이 견지하고 있는 ‘남조 선혁명 달성’을 위한 대남적화전략의 일환으로,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정부를 압박하여 정권기반 을 약화시키려는 것으로써, 우리 내부에 전쟁공 포를 극대화하는 가운데 갈등과 혼란을 증폭시 켜 굴종된 평화를 강제하려는 심리전술도 포함 되어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 국과 일본을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무력시위를 통해 이들 국가내 유화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며, 극심한 경제난으로 고통받 고 있는 2천 5백만 인민들의 불평과 불만을 희석 시키는 가운데 김정은정권의 공고화를 도모하려 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거의 모든 주민들을 ‘빈곤의 늪’에 빠 져들게 하면서도 국가의 동원가능한 모든 자원 을 집중적으로 투입하여 인명을 대량으로 살상 할 수 있는 무기개발에 진력하고 있는 북한당국 의 행태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불변’ 사례를 어 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스탈린·모택동과 함 께 3개월 만에 전 한반도를 공산화통일하려다 실패한 김일성의 집착에 따라 정전 후인 1953 년부터 현재까지 개발해 오고 있는 핵과 미사 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의 이면(裏面)에 자리잡 고 있는 인민들의 “낙후된 생활 질(質)”은 예나 지금이나 전혀 변하지 않는 북한의 특성을 잘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연평균 GNI의 1/40도 되지 않는 북한의 경제실상, 이것이야 말로 북한정권의 ‘트레이드 마크(Trade Mark) 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평양을 제외한 대부 분 지역의 가옥(家屋), 벌거벗은 민둥산, 소달구 지를 끌고 가는 모습,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 명해야 하는 오늘날 북한주민의 낙후된 생활과 함께 ‘핵무력강국’을 과시하는 이율배반적인 실 상, 이것이야말로 불변하고 있는 북한의 참모습 인 것이다. 이밖에도 평양의 려명거리과학자거리 등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있는 아파트, 하루 에도 수천 명이 식사를 하는 옥류관, 아시아에 서 제일 높다는 류경호텔 등, 표리(表裏)가 너무 나도 다른 북한의 실상은 예나 지금이나 “겉 다 르고 속 다른”, 전혀 변하지 않는 북한의 실상 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외형으로 보기에는 “선진국 반열(班列)”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이 지만, 열악한 전기사정으로 엘리베이터의 제한 운영과 상하수도의 보급조차 원활하지 못하니, 이 또한 예나 지금이나 전혀 변한 것이 없는 북 한의 참모습인 것이다. 결국 북한당국의 대외 선전과는 달리 인민들 의 실상은 너무나도 큰 괴리(乖離)를 나타내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불변’의 표징(表徵)이 아 니고 무엇이겠는가?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 에게 죽기 살기로 덤벼든다”는 말과 같이 우리 로서는 이런 북한의 비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불변’의 행태를 감안하여 다른 어떤 때보다 유 비무환(有備無患)의 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