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암전(暗轉)의 대한민국
기자 : 관리자 날짜 : 2023-02-06 (월) 10:41



검은 토끼, 계묘년 새해가 밝은지 한 달. 교수 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50.9%)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았다. 잘못을 범해도 고치려 하지 않는다는 것. 전국의 935명 교수를 상대로 한 이번 조사에서 2위(14.7%)는 “덮을수록 더 드러 난다”는 욕개미창(慾蓋彌彰), 3위(13.8%)는 “위 태롭고 아슬아슬한 위기”란 뜻의 누란지위(累卵之危), 4위(13.1%)는 “잘못을 호도하면서 왜곡 된 관행에 순응한다”는 문과수비(文過遂非), 5위 (7.4%)엔 “사욕에 눈먼 사람들이 코끼리를 더듬 으며 제각각 말한다”는 군맹무상(群盲撫象)을 각 각 선정했다. 세계정세와 한국의 미래 관련, 진단과 처방을 동시에 담은 경구들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적 실하게 반영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사자성 어가 칭하는 비판의 대상이 누구이건, 연쇄적 논 쟁을 낳겠지만 예전보다 더 어렵고 힘들다는 관 측에는 이견이 없다. 암울하고 부정적 전망을 던 지는 일기예보나 경제전망처럼, 전례 없던 난제 들이 복병처럼 깔려 있다.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협치’는 언론용어로만 전락한 채, 특정 정 파와 진영논리가 국민의 일상 행복을 갉아 먹고 있다. 거대 양당정치의 포로가 된 국민은 4~5년 에 한 번 쓰는 투표권으로는 현실을 바꾸기가 어 렵다.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이런저런 정치활동 을 펼치지만, 알고 깊이 들어갈수록 이권 개입이 불가피한 딜레마를 만난다. 정치 이슈들을 강 건너 불구경하자니, 자기만 의 리그에서 권력 연장을 탐하는 정치권의 파 행을 묵인·방조하는 꼴이기에, “그놈의 정치”와 “그래도 정치”를 오가는 국민의 고민은 위로받을 곳이 없다. 눈부신 경제 성장 이면에 과잉 피로 와 토로(吐露) 증후군을 앓고 있는 2023년의 대 한민국. 언젠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현실 정치에 뛰어들지만, 대중들은 이전투구 여론전 에 등을 돌린다. 알면서도 속은 (아니 또 속아준) 국민 상당수가 분별력 있는 무당층 혹은 소신파 중도층으로 돌아서는 게 그 증거. 캐스팅보트 역 할을 할 이들이야말로 한국사회의 미래를 담보 한 중위층에 소속된 식자층 아니던가? 약한 중도 는 극단의 힘겨루기에서 가랑이가 찢어지지만, 강한 중도는 극단의 장단점을 중앙으로 힘을 모 아 대세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론상 가능해 도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과민한 편견이 건강 한 중도층의 부상을 제지하고 있다. 정부의 새해 다짐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덕담 을 건네기엔 안팎의 도전들이 녹록지 않다. 용산 참사에 이어, 북한의 무인기 비행을 놓고 안보 불안을 염려하는 자들이 많다. 세계 국방력 6위 의 대한민국이 쉽사리 뚫릴 가능성은 없겠지만, 수도 서울의 상공을 농락하듯 지나갔다는 게 찝 찝할 뿐이다. 열전과 냉전을 지나 국지전이나 심 리전으로 깐죽거리는 북한의 군사력은 세계 30 위지만 군사력 3위의 중국의 도움 아래, 막다른 골목에 이른 쥐가 고양이를 들이받는다면, 뼈아 픈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슈퍼-초강국(미국)의 동 맹인 우리는 예전과 다른 아시아의 맹주이자 소 강국(小强國) 아닌가? 오늘날 전쟁(戰爭)은 곧 쩐쟁(錢爭)이다. 경제 적 뒷받침이 없는 한 누구도 승리할 수 없다. 군 사력 22위의 우크라이나가 군사 대국 2위 러시 아의 맹공을 1년여 버틴 것도, NATO와 유럽연 합의 경제지원 없이는 불가능했다. 이런 점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 미·중 패권 경 쟁, [CHIP 4] 동맹을 둘러싼 대만과의 제휴 및 그에 따른 한반도의 선택 또한, [One China]를 표방하는 본토 중국과 미묘한 신경전이 예상된 다. 대만기업 TSMC와 삼성/하이닉스의 반도체 협력 생산이 세계 경제는 물론 국제적 외교·안보 에도 심대한 영향을 줄 게 뻔하다. 경제력 10위권의 대한민국. 미·중 충돌과 그 에 복잡하게 얽힌 “G7” 정상들의 의사결정에, 결 정적 변수(變數)는 아닐지언정 결코 빼놓을 수 없 는 상수(常數)임이 틀림없다. 2023년이야말로 중요한 분기점이다. 서구(Western Europe)가 400년 동안 학습한 교훈을 60년 만에 한강의 기 적으로 바꾼 우리 대한민국. 1950~2010의 초고 속 압축 성장 이후, 많은 후유증을 겪고 있다. 올 해는 암전(暗轉)의 원년. 연극에서 1막이 끝나고 2막을 시작하기 전, 조명이 모두 꺼지고 주·조연 배우와 무대 세팅을 새롭게 바꾸는 시점이다. 총 감독의 연출 능력이 흥행의 관건이다. 신정과 구정을 지난 지금이야말로 예열을 끝 내고 본격적으로 운행할 시점이다. 40년 베테랑 운전기사가 말한다. 안전하고 쾌적한 운행은 백 미러를 어떻게 보는가에 달려있다고. 후진 기어 (R)를 넣고 백미러를 보는 이유는 안전하게 전진 (D)하기 위함이다. “더 길게 과거를 뒤돌아볼수 록 더 멀리 앞을 내다볼 수 있다”는 역사학자의 교훈과 다르지 않다. 암전의 대한민국. 사람이 바뀌면 그에 따른 시 스템도 바뀐다. 다만 개악이 아닌 개선을 향한 질주라면 권리행사의 이권이나 지대추구 대신, 항구적인 가치의 변화여야 한다. 특정 기간 합법 적인 권한을 보유자들이, 직위가 주는 권위주의 적 태도를 내려놓고, 국가발전의 큰 틀에서 낮은 자세로 봉사해야 한다. 큰 기대도 하지 않고, 그 렇게 하기도 쉽지 않지만, 선진 시민들은 날카로 운 시선으로 감시하면서 쓴소리를 던져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고? 소 잃기 전에 외 양간을 고치면 될 일인데. 심하게 다치기 전에는 병원에 가지 않는 우리의 민족성 때문일까? 예산 과 인력 부족이라 투덜대겠지만 공직에 임하는정신자세(mindset)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위기라는 뜻의 누란지위 (累卵之危). 위험이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경구가 현실의 변화로 이어지면 좋겠다. 향후 글 로벌 환경의 국제관계를 역사적 맥락에서 진단 하면서 시대정신(zeitgeist)을 공유하고자 한다. 암전(暗轉)! 무대 세팅과 배우가 바뀌는 전환 점. 1950년 한국동란(6·25)의 1막을 끝내고 2막 을 시작하는 반환점. 지난 60년간 초고속 압축성장을 반면교사로 삼아, 새롭게 도약할 때다. 사회 구석구석에서 불편과 어려움이 터져 나온 다. 어려워서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어려워도 전진하자는 것이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곤경에 처한 오늘. 안팎의 도전과 위기에도 불구하고 도 약과 정진은 계속돼야 한다. 온 세상이 쓰레기로 덮인 난지도에서 밤하늘의 별빛을 보는 시인이 탄생하지 않던가? 우리가 모두 난세 영웅이다.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팽팽한 경쟁에서 승부차기로 승패를 ‘가름’하는 오늘날. 아무쪼 록 독자 제위께 건강한 행복과 더불어 픙요로운 2023년이 되길 바라며 첫인사에 ‘갈음’한다

이름 패스워드
비밀글 (체크하면 글쓴이만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왼쪽의 글자를 입력하세요.
 

 

본사 :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96파크뷰타워 208호 (사)21c안보전략연구원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아 02284 / 발행인 : 박정하

정기간행물등록번호 :서울라10600 / 대표전화 : 02-6953-0041, 02-2278-5846
팩스 : 02-6953-0042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정하

군사저널소개 |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새소식

Copyright ⓒ군사저널.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