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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근 한국국방개혁연구소 소장 “우리 군, 소프트파워 증진에 집중할 때”
기자 : 관리자 날짜 : 2021-03-04 (목) 20:42




지난 2월 2일, 국방부가 『2020 국방백서』를 발간해 향후 국방정책 및 국방개혁 방향 등을 제시하였다. 창군 이래 역대 정부에서 국방개혁을 위한 노력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여전히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 다. 이에 이번 호에서는 권영근 한국국방개혁연구소 소장(공사 26기, 예비역 대령)으로부터 국방개혁 문제를 비롯해 최근 다양한 국방·안보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국방부가 최근 『2020 국방백서』를 발간하여 향후 국방개혁 추진과제 등을 설명하였습니 다. 이에 대한 평가 부탁드립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은 역대 어느 정부와 비교해도 긍정적인 측면이 다수 있습니다. 역대 정부의 국방개혁은 천편일률적으로 해군 및 공 군과 비교해 육군의 파워를 증진시키기 위한 성 격이 강했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한 차례 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국방개혁에 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해군 및 공군과 비교하 여 육군의 파워를 줄였습니다. 육군 장군 숫자를 2022년까지 68명, 해군과 공군을 각 5명씩 감축 할 것이란 계획을 구체적으로 이행하고 있는 것 입니다. 이미 46명의 장군이 줄었다고 합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그러나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과 육·해·공 3군 합동작전 보장 측 면에서 보면, 육군의 줄어든 장군 및 영관급 직 위를 해군과 공군으로 할당했으면 보다 좋았을 것입니다. 해군과 공군의 장군 숫자를 줄인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었지요. 육군의 1군과 3군을 합쳐 지상작전사령부를 창설한 것도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한국군은 노 태우 정부 당시부터 지상작전사령부 창설을 추 진했는데,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야 겨우 창설할 수 있었습니다. 국방부 실장과 국장의 민간인 비 율을 높인 것 또한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이번 정부 국방개혁에서 또 다른 아쉬 운 부분은 역대 정부의 기존 국방개혁들과 마찬 가지로 군 장교들의 군사적 전문성 함양을 위한 노력을 전개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군의 파 워는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의 승수 관계로 표 현됩니다. 하드파워는 인구, 영토, 경제력, 항공 기, 전차 및 함정과 같은 무기체계 규모로 표현 되는 반면, 소프트파워는 정신력과 군사적 전문 성으로 표현됩니다. 하드파워가 상당한 수준인 경우에도 소프트파워가 미약하면 국가의 파워는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하드파워가 미 약해도 소프트파워가 막강하면 국가의 파워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하드파워 증진은 쉽지 않습니다. 인구, 영토 및 경제력을 쉽게 늘릴 수 없으며, 항공기, 전차 및 함정 구입에도 상당한 예산이 소요됩니다. 반면 에 군 요원들의 군사적 전문성 함양은 많은 예산 이 소요되는 성격이 아닙니다. 단지 군의 시스템 변화를 통해서도 가능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국 방대학과 각 군 대학의 교수진을 대한민국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그 숫자를 늘리는데 소요되는 예산은 항공기, 전차 및 함정 구입과 비교하면 매 우 작을 것입니다. 적은 예산으로 군의 교육체계 를 강화시킴과 동시에 교육과 진급을 연계시키 는 경우, 군의 소프트파워가 상당히 증진될 수 있 을 것입니다. 국방예산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군 의 능력을 상당히 증진시킬 수 있는 것이죠. 1년 국방비가 한국군의 절반 수준인 이스라엘이 군의 소프트파워 증진을 통해 여러 주변국의 위협을 극복하고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미국은 한국군이 전작권을 전환할 능력이 없 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능력은 항 공기, 전차 및 함정이 아니라 한국군의 군사적 전문성 미흡을 의미합니다. 군사적 전문성은 평 시 효과적이고도 효율적인 군사력 건설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전시 군사력 운용 측면에서 필수 적인 부분입니다. 이처럼 군에서 가장 중요한 부 분인 군 요원들의 소프트파워 함양 노력을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는데, 문재 인 정부 또한 여기서 예외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것은 유인기, 무인기, 고정 익 및 회전익 항공기, 미사일과 같은 항공 무기 의 통합적인 획득 및 운용을 위한 노력을 전개하 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 같은 획득과 운용을 어렵게 하는 조치가 문재인 정부 국방개혁을 통 해 전개된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이들 무기를 단일 조직에서 통합적으로 획득 및 운용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주무기 또한 마찬가지입니 다. 이스라엘의 경우를 보면 이들 항공 무기 예 산이 국방 획득예산의 절반 이상이라고 하는데, 한국군 또한 유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방개혁 문제 전문가로서 우리 군의 바람직 한 국방개혁을 위한 제언을 부탁드립니다. 최근 검찰개혁에서도 보았듯이 변화는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군의 변화는 여타 분야 변화와 비교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변화에 대 한 저항 또한 검찰개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한 수준입니다. 군 조직을 포함하여 어느 조 직이나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고자 하는 경우, 파 워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파워란 변화 를 주도하는 세력의 전문성, 도덕성, 그리고 직 책 측면에서의 우위를 의미합니다. 먼저 군 개혁을 주도하는 사람은 상당한 수준 의 군사적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효과적이고도 효율적인 방향으로 평시 전력을 획득하고 전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군을 변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군사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그 런데 한국군의 현역 및 예비역을 포함하여 대한 민국에는 이 같은 사람이 매우 희귀한 현상이 있 습니다. 군의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은 누가 보아 도 개인 또는 특정 조직의 이익이 아니라 국익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될 정도로 사심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직책 측면에 서의 파워입니다. 군의 변화에 대한 저항이 상당 한 수준이란 점에서, 이 같은 저항을 극복할 수 있는 물리적인 파워가 필요합니다. 이 같은 파워 는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국가최고통 수권자만이 갖고 있으며, 군 변화의 역사를 보면 통수권자 수준에서의 적극적인 관심이 있는 경 우에만 이 같은 변화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중국의 국방개혁 또한 시진핑이 직접 챙겼 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전작권 전환이 가능한 바람직한 국방개혁을 위해 서는, 군사적 전문성을 구비한 몇몇 우수한 사람 들을 중심으로 청와대 내부에 위원회가 편성되어 야 할 것입니다. 이들은 개혁 방안을 구상한 뒤 국 민과 군을 대상으로 그 정당성을 논리적으로 설득 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 같은 방안의 이행을 최고통수권자가 국방부에 지시해야 하며, 청와대 에서는 국방부의 이행을 지속적으로 감독하고 확 인해야 할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100 대 과제의 일환으로 청와대 내부에 국방개혁추진 위원회를 편성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결국 실행하지는 못했습니다. 예정대로 진행되었더라면 보다 좋은 성과가 있었을 것입니다. 올해 초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북한 8차 당대회 개최 등으로 앞으로의 국제정세에 적 지 않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 서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운 국방·안보전략은 무엇인가요? 지난 70여 년 동안 한국의 국방 및 안보전략은 한·미동맹에 의해 정의되었습니다. 전시 군사력 운용 측면에서 보면 한국군이 미군의 작전통제 를 받는다는 점에서 국방 및 안보전략을 논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지요. 군사력 건설 측면에서 보면 한국군의 국방 및 안보전략은 한·미동맹 아 래 지상전은 한국군이, 해전·공중전 및 합동전은 미군이 주도한다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한국군이 지나칠 정도로 육군 중심의 군이 된 것입니다. 이 같은 구조는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에서 추 구하는 정치적 목표는 다를지라도, 각각의 정치 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군사적 목표가 동일했 던 냉전 당시에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냉전 당시 한반도에서 미국의 정치적 목표가 한반도 를 통한 소련의 세력팽창 저지였다면, 한국의 정 치적 목표는 적화통일 방지였습니다. 이처럼 정 치적 목표는 달랐지만 한국과 미국의 군사적 목 표는 휴전선을 통한 공산군의 남진 저지로 같았 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한국군과 미군이 휴전선 부근에 배치되어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오늘날 한반도에서는 한국군과 미군이 추구하는 정치적 목표뿐만 아니라 군사적 목표 가 달라졌습니다. 오늘날 한반도에서 미국의 정 치적 목표는 아태지역을 겨냥한 중국의 세력팽창 저지입니다. 반면에 우리의 정치적 목표는 아 직도 냉전 당시와 다름이 없습니다. 우리의 정치 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이 아직도 휴전선 을 통한 북한군의 남진 저지인 반면, 아태지역을 겨냥한 중국의 세력팽창은 더이상 휴전선 부근 에서 저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한반도 에 있던 모든 미군이 중국의 주요 해군기지인 칭 타오(青島)를 바라보는 평택으로 이전했던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이 같은 안보환경 변화를 고려해볼 때, 전작권 전환을 고려한 한·미 지휘구조는 연합방위조직 일 수 없습니다. 2009년 당시 한·미가 합의한 병 행적인 지휘구조를 추구해야 합니다. 북한의 위 협은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하는 반면, 주변국 위협은 미군이 주도하고 한국군이 지원하 는 형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주한미군사령관 대외협력 보좌관 함지민은 2020년 10월 27일 매 일경제에 기고한 글에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한· 미 지휘구조로서 병행적인 지휘구조를 강조했는 데, 이는 이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는 한국이 미국과 무관하게 나름의 독자적인 국 방 및 안보전략을 구비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바이든 시대의 한·미동맹은 어떻게 전개될 것 으로 보십니까? 바람직한 한·미동맹 발전방향 에 대한 제언 부탁드립니다. 한·미동맹이 체결된 1954년 이후 미국의 한반 도정책은 놀라울 정도로 일관성이 있습니다. 적 어도 추구하는 목표 측면에서 일관성이 있었습 니다. 이는 가능한 한 장기간 동안 미군을 한반 도에 주둔시키면서, 미국이 아닌 또 다른 패권국 가가 동북아지역에서 부상하지 못하게 하는 것 이며, 이 같은 노력에 한국을 동원하는 것이었습 니다. 단지 시기별로 안보환경의 변화에 따라 그 접근 방법에 차이가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바이든의 미국은 동맹을 중심으로 중국의 부상 에 대응하고자 합니다. 센카쿠(尖閣) 열도 문제를 놓고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독자적 으로라도 중국과 일전도 불사해야 하는 입장입니 다. 미국 또한 중국의 패권부상 저지 차원에서 그 러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과 일본이 중국에 대항 한다는 차원에서 공고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경 우, 중국과 일전까지도 불사해야 할 이유가 일본 또는 미국과 비교하여 분명하지 않아 보입니다. 혹자는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지키기 위해 중국과 대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 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라면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원조라고 말할 수 있 는 국가들 또한 중국과 격렬히 대립해야 할 것입 니다. 결국 국가와 국가간의 갈등은 자국의 국익 과 직결됩니다. 동북공정, 역사왜곡 등 중국과 대 립하는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들 문 제를 놓고 전쟁도 불사할 필요가 있을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더욱이 한반도는 전쟁이 벌어지는 경 우 가장 중심적인 지역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 능하다면 동북아지역에서 벌어지는 대립에 개입 하지 않는 것이 국익 측면에서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이 이처럼 하고자 할 경우, 적어도 한반도 안보 문제를 독자적으로 해결할 정도의 국가적 자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또한 한국을 자국의 패권경쟁을 위해 이용해야 한다는 사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지요. 한·미 양국 모두 이런 변화를 통해 건전한 한·미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인공지능(AI),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화두입니다. 빠르게 발전하는 이런 기술들을 우리 무기체계에 신 속히 도입하는 것은 우리 군의 고민이기도 한 데요, 제도·정책적으로 어떤 개선이 필요하다 고 보십니까? 한국군은 김대중 정부 당시 ‘군사혁신’,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창조국방’을 표방했습니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4세대 혁신 등을 외치고 있습니 다. 그러나 이들과 관련한 필자의 관점은 냉소적 입니다. 여기서는 다양한 플랫폼, 다시 말해, 항 공기, 함정 및 전차, 인공위성 등 다양한 플랫폼 들의 상호 연계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들의 연 계를 통한 통합능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경우, 합 동작전 개념, 교리 및 전략과 같은 소프트웨어의 전문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미동맹이 시작된 1954년 이후 한국 군은 이들 군사적 전문성 함양은 등한시해왔습 니다. 한국군이 정보통신기술에 입각한 군사혁 신을 표방한 1998년 당시, 외국의 군사혁신 전 문가들은 한국이 2000년대에 군사혁신 측면에 서 상당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생각했으나, 결국 에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에 주목했습니다. 이들은 그 이유로 합동작전 개념, 교리 및 전략 과 같은 군사적 전문지식에 입각하여 군을 제대 로 변모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습니 다. 인공지능 등 과학기술의 도입과 적용 이전에 군 요원들의 전문성 함양은 필수적인 것입니다. 우리 군의 발전을 위해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 신 말씀이 있다면? 저는 전역 후 연세대학교 정치학과 박사과정에 서 4년 6개월 동안 젊은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공 부했는데, 당시 2,000시간 이상의 F-16 항공기 비행 경력이 있는 미 공군 조종사와 1학기 수업 을 들은 바 있습니다. 그의 부인은 미 공군사관학 교를 졸업해 한·미연합사령부에 근무하고 있었지 요. 이 장교의 국가안보 관련 전문성에 탄복했는 데, 미 공군대학에서 발간한 전쟁에 관한 권위 있 는 많은 서적들을 읽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학 분 야에 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오산의 미 공군기지에 가면 장교들이 인터넷 강좌를 통해 미 저명대학의 석사 및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이들의 학구열에 탄복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한국군 또한 야전에서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군 으로 변모할 필요가 있습니다. 군의 장교를 ‘전 문가’라고 지칭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전문가란 국가안보 관련 전문 잡지에 지속적으로 글을 게 재할 정도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음을 의미합니 다. 또한 올바른 의사가 하루 24시간 환자의 방 문을 환영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24시간 국 가안보 문제를 놓고 고민함을 의미하는 것입니 다. 한국군이 학습하는 집단으로, 전문가 집단으 로 다시 탄생하기를 기원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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