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은 6·25전쟁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된다. 20세기 가장 혹독한 전쟁이었던 6·25전 쟁이 역사의 뒤안길로 점차 잊혀가면서 대한민 국의 정체성 혼란이 점증하고 있다. 6·25전쟁은 피아(彼我)를 통틀어 전투원 300만 명, 민간인 340만 명 등 총 640만 명의 인명피해를 내어, 단 기간에 가장 많은 인적 손실을 초래한 전쟁이다. 우리는 그 참혹했던 전쟁을 직접 겪고 당했음에 도 불구하고 너무나 쉽게 6·25전쟁을 잊어버리 고 있다. 그 당시 상황을 되새겨보면서 대한민국 의 정체성을 다잡아야 할 시점이다. 40년을 군인으로 복무한 필자부터 회한(悔恨)의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군(軍) 스스로 6·25전쟁을 너무 경시(輕視)했다. 학교에서부터 6·25 전쟁사보다 세계전쟁사를 더 많이 연구하 고, 실무에서도 더 자주 세계전쟁사가 회자(膾炙)되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식으로 우 리 스스로 6·25 전쟁사를 소홀히 다룬 것은 아 닌지. 한때는 남한의 북침설, 미국의 남침 유도 설 등의 논란에 현혹되기도 했다. 전략 및 작전 환경, 싸우는 방법 등을 고려하면 우리는 당연 히 6·25 전쟁사에 더 정통해야 한다. 한반도에 서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필승(必勝)을 위해서 6·25전쟁의 교훈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 문이다. 위정자와 국민의 의식도 개선되어야 한다. 제 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들은 전쟁 영웅에게 최고 의 예우(禮遇)를 바친다. 2년 전 6·25전쟁의 영웅 백선엽 장군이 별세했을 때 우리 정부와 집권 여 당은 애도(哀悼) 논평 한 줄 내지 않았다. 당시 대 통령은 조문도 하지 않았다. ‘친일몰이’에 여념 이 없었던 집권 세력은 그가 일제강점기 간도특 설대에 배치됐다는 이유만으로 ‘친일반역자’로 몰았다. 오히려 미 백악관과 국무부, 그리고 역 대 주한미군 사령관들이 애도 성명을 냈다. 우리 정부가 당연하게 해야 할 일을 미국 정부와 국민 이 대신한 것이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군인을 기리지 않는 국가는 존립할 수 없다. 서울 광화문 앞에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최근까지 1950년 북한군의 서울 점령 당시 전쟁 발발 원인을 ‘북침(北侵·남쪽이 북쪽을 침범함)’ 으로 선전했던 7월 10일 자 해방일보 1면을 전 체 맥락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전시했다.

편 향·왜곡·오류 논란을 빚을 수 있는 ‘6·25 전쟁은 북침’이라고 선전한 북한 신문을 버젓이 서울 한복판 우리 역사관에 전시한 의도는 무엇일까? 지 금은 철거했다니 다행이지만 우리 모두 부끄럽 게 생각해야 한다. 한반도는 지금도 휴전 상태에서 총성 없는 전 쟁을 계속하고 있다. 미·중 간의 패권 경쟁으로 동북아의 세력균형은 더욱 불안정해지고, 북한 의 핵 위협으로 남북 간의 불신과 대립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6·25전쟁 72주년을 보내면서 그동 안 밝혀진 사료(史料)를 통해 ‘6·25전쟁의 발발 주체와 원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認識)들을 재조 명하고자 한다. 국가의 미래를 짊어진 후배들에 게 진실을 인지(認知)시키고, 국가 정체성 확립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6·25전쟁은 김일성의 한반도 공산화 야욕에서 발원(發源) 조선 공산당은 1925년에 창당되어 일제하에 서 지하화됐다가 해방과 동시에 재건되었다. 소 련 공산주의 세력과 중국 공산당과 함께 활동했 던 한인(韓人) 공산주의 세력이 해방과 함께 북한 으로 모여들었다. 1946년 8월 28일 북한을 점령 한 소련군은 자기 군에 소속되어 활동했던 김일 성을 내세워 이 세력들을 통합하여 ‘북조선노동 당’을 만들었다. 이어서 1949년 6월 3일에는 남 한 지역에서 활동하던 ‘남조선노동당’을 흡수하 여 ‘조선노동당’을 창당하였다. 북한은 조선노동당을 중심으로 1차적으로는 남한의 정치 혼란을 가중시켰다. 대한민국 정부 가 수립된 후에는 ‘남조선해방’을 목표로 하는 무장투쟁에 노력을 집중하였다. 정치인 암살, 위 조지폐 제작 유통, 파업 유도, 선거 방해 등의 비 민주적 폭력투쟁을 벌이면서 대한민국 건국 자 체를 방해했다. 남·북한 분계선이던 38도선 경 계 지역에서는 북한군 침투 및 기습공격 등 총 874회의 군사 충돌을 벌여 긴장을 조성하고, 남 한 각지에서 대구 10월 폭동(1946), 제주 43사 건(1948), 여순반란사건(1948) 등의 게릴라전을 광범위하게 전개했다. 1948년 9월 9일 북한 정권 수립 후에 김일 성은 소련과 중국의 공산화 혁명 성공에 고무 되어 무력으로 남조선을 해방하기로 결심하고, 먼저 군사력 건설에 착수하였다. 이것이 바로 6·25전쟁의 발원점이다. 김일성은 1949년 12 월에는 소련을 방문하여 스탈린에게 남침계획 을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그 당 시에는 스탈린의 전략구상이 미완성(未完成)이 었음으로 김일성의 남침계획은 불허되었다. 단 이승만 군대가 북침할 경우에 한하여 반격을 허락하였다. 6·25전쟁은 스탈린 대전략의 산물로 입증(立證)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1939-1945)에서 연합 군이 승리함으로써 일제 치하에서 벗어나게 되 었다. 일본군 무장해제를 명분으로 미·소가 북위 38도선을 기준으로 분할 점령함으로써 한반도 는 양분되었고, 미·중·소의 세력 경쟁 속에서 해 방 5년 만에 다시 전쟁의 수렁으로 빠졌다. 국제 관계에서는 ‘영원한 적(敵)도 영원한 친구’도 없 다. 오직 국가이익(National Interest)만이 있을뿐이다. 6·25전쟁 발발의 주체와 원인도 결국 국 가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찾아야 한다. 도대체 누가, 왜, 무엇을 위해 전쟁을 일으켰는 가? 70여 년 동안 전쟁 발발의 주체와 원인에 관 한 다양한 가설과 주장들이 국내외 학계에서 제 기되었다. 주체에 대해서는 북한의 남침설과 남 한의 북침설, 그리고 미국의 남침 유도설 등이 있었다. 원인에 관해서는 일제의 식민 통치와 해 방 공간에서 발생한 좌우 대립이 주요인이라는 내적 기원론과 외세에 의한 분단과 소련의 역할 을 강조하는 외적 기원론이 대립하였다. 1990년대에 들어서 새로운 역사 자료가 발굴 되고, 관련 비밀문서들이 공개되면서 그동안 다 양한 추론성의 가설과 주장들이 사실로 입증되 거나 근거 없는 것으로 폐기되었다. 대표적으로 내적 기원론에 입각하여 제기되었던 남한의 북 침설과 미국의 남침 유도설이 설득력을 잃었다. 한반도 내의 좌우 갈등에 기인한 것이 아니었다. 6·25전쟁은 스탈린의 세계 전략의 일환으로서 스탈린의 직접 지시에 따라 김일성이 중국의 동 의를 받아 일으킨 전쟁이었다. 2005년 소련의 문서보관소에서 발견된 스탈 린의 비밀전문(체코 대통령에게 보낸 스탈린의 편지)이 공개되면서 6·25전쟁은 ‘스탈린이 한반 도에서 미국과 중국이 싸우도록 만들기 위해 김 일성에게 사주(使嗾)한 것’ 즉 전쟁 발발의 주체 가 소련의 스탈린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6·25전쟁의 최대 미스터리였던 ‘소련의 유엔 안 보리 거부권 행사 포기’도 단순한 실수가 아니 고, 스탈린의 의도된 전략과 지시에 의한 것임이 이 전문을 통해 입증되었다. * 체코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비밀전문)의 일부 내용 ··· 미국이 프리핸드(free hand, 한국 파병)를 마음대로 하게 함으로써 한국전쟁에 중국을 끌어들여 미·중이 한반도에서 싸우게 되면, 미국이 가까운 장래에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수 없게 되고 이는 유럽에서 사회주의를 강화하는 시간을 주게 되어, 세계의 세력균형이 우리 소련에게 유리하게 되기 때문이다.
 
··· 1950년 6월 27일 유엔이 6·25전쟁 개입을 결 의하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소련이 불참한 이유는 미·중을 전쟁에 끌어들이기 위한 스탈린 의 책략이었다. 스탈린은 주적인 미국과 차적인 중국을 동시에 제압하는 방법으로 김일성이 가 져온 남침계획을 승인한 것이다. 한반도에서 미 국과 중국의 대결을 유도하여 힘을 소진하게 하 고, 미·중 간 상호 협력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결론적으로 6·25전쟁은 ‘스탈린의 김일성 남침계획 승인 및 지시, 중국 의 소극적인 사후 동의’ 아래 김일성이 도발한 것이 명백하다. 6·25전쟁에 대한 스탈린의 치밀한 책략 미국은 국공내전 때 장개석 정부를 지원하여 중국의 공산화를 막아 보려 했으나 실패했다. 한 반도에서도 미·소 협약에 근거하여 1949년 6월 500여 명의 군사고문단을 남겨둔 채 주한미군을 모두 철수시켰다. 여론의 비판에 몰리던 트루먼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하기 위한 유화제스처로 1950년 1월 12일 ‘애치슨 선언’을 하 였다. 모택동이 스탈린을 상대로 ‘중·소 동맹조 약’ 체결을 위한 제1차 회담 후 협상이 난항에 빠 졌을 때 바로 추파를 보낸 것이다. 미국의 방어선에서 한국과 타이완을 제외한다 는 ‘애치슨 선언’이 스탈린을 자극한 것은 사실 이다. 미·중 관계 정상화를 막기 위해서 1950년 1월 초에 스탈린은 동아시아에 대한 자신의 구 상을 수정하였 다. 모택동과의 2개월간의 줄다 리기 협상을 끝 내고 1950년 2 월 14일 ‘중·소 우호동맹상호원 조조약’을 체결 하였다. 70일 동 안 모스크바에 머문 모택동이 빈손으로 귀국 할 경우 중국 공산당의 상처와 양국 관계의 균열 은 불가피해지고, 중국이 미국 쪽으로 갈 가능성 도 있었기 때문에 스탈린은 만주를 포기하고 조 약을 서두른 것이다.

나아가 미국의 위협에 공동 대처하기 위하여 중·소동맹 조약에 “일본 혹은 일본과 연합하는 국가가 침략행위를 할 경우 중·소는 이를 공동의 적으로 대처한다”는 규정을 포함하였다. 중국을 한반도 전쟁에 군사적으로 연루시키기 위해 자 동군사개입 조항을 추가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조항은 모택동에게 6·25전쟁 당시 미국이 전 쟁을 중국으로까지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 신을 갖게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과 서방의 협력을 자극함으로써 미국이 6·25전쟁 발발 시 신속한 개입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당시 소련은 미국과 맞서 제3차 세계대전을 치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소련의 군대 또는 미·소 대립지역인 유 럽이 직접 관련 되지 않는 지역 에서 미·중을 대 립하게 하는 전 략구상이 필요 했다. 한반도가 갑자기 가장 매 력적인 곳으로 떠올랐다. 소련 을 대신하여 중 국이 군사적 행동을 취하도록 허용할 수 있는 지역이면서 미국을 끌어들일 수 있는 지역이었 기 때문이다. 이 점이 스탈린의 6·25전쟁 구상 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고, 결국 유엔 안보리 회의에 소련이 불참한 이유도 미국군을 개입시 키기 위한 책략이었다. 1950년 1월 17일 김일성은 평양에서 열린 한 연회장에서 소련 대사관 직원에게 “다시 모스크 바를 방문해 남조선 인민을 해방하기 위한 인민군의 공격계획에 관해 스탈린의 승인을 받고 싶 다”는 말을 건넸다. 스탈린이 모스크바에서 모택 동과 중대한 회담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중 국이 소련 진영에서 이탈하게 될 것에 대해 초조 해하는 스탈린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스탈린 은 김일성의 방문을 허락했고, 김일성의 남침을 이용해 한반도를 국제전쟁터로 만들어 미국과 중국군을 끌어들여 서로 싸우게 한다는 대전략 을 결심하였다. 1950년 1월 30일 스탈린은 북한주재 소련대 사(전문)를 통해 김일성의 남침계획을 승인하고, 원조 제공 의사를 김일성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타이완 해방을 위해 경제적·군사적 지원을 요청한 모택동의 요구는 거부하였다. 여 기에는 스탈린의 치밀한 의도와 책략이 숨어 있 었다. 북한이 남한을 적화통일하는 것은 소련에 게 이익이 되지만 통일된 중국은 큰 부담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소련의 단순한 군사 원조만을 요구했고, 중국은 경제적·군사적 원조 와 함께 공군과 특수부대 지원을 요구했다. 미국 과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요 구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1950년 미·중·소 간의 거대한 체스 게임에 김 일성의 남침계획은 스탈린이 처한 딜레마를 해 결해 줄 수 있는 매력적인 대안이었다. 한반도 전쟁에 중국을 정치적·군사적으로 연루시키는 것이다. 스탈린의 관심은 공산주의 태두(泰斗)로 서 다른 공산국들에 대한 자신의 지배 및 통제권 을 확고히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스탈린으로서 는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협력관계를 맺 는 것을 막는 한편, 중국이 소련의 안보와 이해 에 반하는 독자적인 정책을 취할 수 없도록 중국 을 자국의 종주권 체제에 철저히 종속시키는 전 략이 절실했다. 1950년 4월 모스크바에서 김일성을 마주한 스탈린은 “소련의 핵무장과 중·소동맹조약 덕분 에 북한이 남침한다 해도 미국은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통일을 향한 조선인들의 제안에 동의한다.”고 했다. 그러나 스탈린이 진심으로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 같지는 않았다. 미국과의 직접 대치를 두려워하고, 김 일성에게 군사무기는 지원하겠지만 병력은 절 대 보낼 수 없다는 점을 시종 언급한 데에서도 알 수 있었다. 스탈린은 모택동을 찾아가 전쟁 계획을 설명하고 반드시 동의를 받으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그가 반대하면 남침은 불가하 다고 했다. 중국을 한반도 전쟁에 개입시키려는 책략이다. 1950년 5월 13일 김일성은 베이징을 비밀리 에 방문, 모택동에게 스탈린이 남침을 승인했다 는 것과 조건을 전달했다. 놀라서 확인하는 모택 동에게 스탈린은 “조선인들이 통일을 이루는 것 에 동의하고, 최종적으로는 중국 동지와 조선 동 지가 함께 해결해야 하며, 중국 동지가 동의하 지 않는다면 문제해결을 다음 논의 때까지 보류 해야 한다”고 알렸다. 모택동은 내키지 않는 적 극적 동의가 불가피했다. 소련과 경제발전 및 국 가안보에 필수적인 동맹조약을 맺은 직후였기에자신을 불신하고 있는 스탈린에게 충성심을 보 여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1950년 5월 29일까지 소련은 북한에 약속한 무기와 장비들을 인도하고 독·소전쟁의 영웅인 바실리예프 장군을 북한에 파견해 전쟁계획 수 립을 지도하고 준비하도록 했다. 6월 16일 공격 개시 준비를 완료한 후 6월 25일 새벽에 남한 침 공을 개시하기로 했다. 타이완 해방전쟁에 집중 하고 있던 중국의 지도자들은 북한의 남침 공격 개시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6월 25일 베이 징은 조용했고, 모택동은 한국전쟁이 개시된 것 을 해외뉴스를 통해 알게 되었다. 현재 대한민국은 최대의 안보위기에 봉착해 있다. 6·25전쟁 전후의 안보 상황보다 더 위협 적이다. 미·소 경쟁이 미·중 경쟁으로, 소련이 러 시아로 바뀐 역할 변경과 북한의 핵 보유, 대한 민국의 선진국 진입 등 등장 주체와 상황이 일 부 변화했을 뿐이다. 대결 구도가 6·25전쟁 전 후와 거의 흡사하다. 중국이 소련을 대신하여 ‘어떤 대전략으로 북한을 사주할 것인가?’ 우리 는 철저하게 감시하고 경계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 연합방위태세 를 확고하게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관계에 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잊혀진 6·25전쟁’을 다시한번 소환해서 그때의 교훈을 새기면서 국가방위를 위한 의지와 태세를 점검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