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박사
(사)21세기안보전략연구원원장
(사)남북장애인교류협회 회장
본지 편집위원장
seokseung333@hanmail.net



이번 호에서는 종전과 달리 ‘북한에서는 지금’ 대신에 필자가 최근 방문(8.13-21)한 캄보디아와 관 련된 사항을 특별 기행(紀行)으로 엮어 이 국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讀者)여러분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동남아지역에 산재해 있 는 국가들은 우리나라와 경도 및 위도가 다르기 때문에 기후나 풍토 등에서 큰 차이가 난다. 이 들 국가 가운데서도 필자가 얼마 전 방문한 캄보 디아는 지금은 고인(故人)이 된 노로돔 시아누크 (Norodom Sihanouk : 1922-2012) 국왕(國王) 이 한동안 통치했던 국가로서 이른바 킬링필드 (Killing Field)로 악명(惡名)이 높은 국가이자 시 아누크국왕이 말년(末年)에 김일성과 돈독한 관 계를 유지한, 적어도 동남아지역 국가 가운데 북 한과 가장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친북(親北) 국가이다. 필자는 그동안 북한을 비롯한 중국과 러시아, 독일과 일본, 미국 등 세계 여러 국가를 방문한 적이 있지만, 동남아지역국가 가운데 북한과 가 장 가까운 이 나라를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155 마일의 휴전선을 마주하는 가운데 “쥐새끼 한 마 리 얼씬 하지 못할 정도”의 긴장과 대립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의 분단현실을 감안, 언젠가 는 꼭 한 번 방문하리라 마음을 먹었었다. 그러던 차 이번에 다행스럽게도, 행정안전부 가 후원하는 공익활동사업을 수행하는 나눔코리 아에서 ‘통일안보특강 강사’로 위촉받아 8박 9일 간의 일정에 동행(同行)할 수 있었다. 일요일 새 벽부터 시작된 캄보디아 일정에는 총 62명의 인 원이 참가하였는데, 우리 연구원에서는 최영철 이사(한일 CMC 대표)이 참가했다.


특히 일행 중 대다수는 부산에서 전세버스 2대로 상경한 (사) 빛을 나누는 사람들(‘빛나사’, 대표 : 박상애)의 성원들이었는데, 이 단체에서는 초·중·고등학생 들로 이루어진 학생합창단과 현직 부산시립교향 악단원과 퇴직자들로 구성된 ‘빛나사’ 오케스트 라 챔버팀 20여명이 참가하였다. 피서(避暑)를 위해 많은 인파가 몰린 인천공 항에서 Sky Angkor Airlines편으로 오전 9시 15분에 출발한 우리 일행은 캄보디아의 프놈펜 (Phnom Penh) 공항에 12시 15분경에 도착하 였다. 시차(時差)가 2시간 정도이니 편도 5시간 정도가 소요되었으며, 항공요금은 한화(韓貨)로 80만원 정도였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캄보디아 특유의 다습(多濕)한 공기에 30도를 훨씬 넘는 고온(高溫) 탓인 지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의 폭염 속에서 우리 일 행은 대기하고 있던 2대의 전세버스에 승차하 여 늦은 점심으로 재(在) 캄보디아한인회에서 마 련해 준 ‘김밥’으로 요기를 채웠다. 숙소인 Ban Ban Hotel에서 여장을 푼 우리 일행은 잠시 휴 식을 취한 후 이 호텔 4층의 연회장에서 각자 소 개를 한 후 정명규 한인회장으로부터 캄보디아 체류기간 중 주의할 사항을 청취하였다. 그에 따르면, 캄보디아에는 1995년부터 ‘한인 회’가 결성되어 현재 12,000여명의 교민이 체류 하고 있는데, 이 중 일부는 국내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도피(逃避)해 온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 국가의 치안상태가 다른 동남아국가에 비하여 비록 양호하기는 하나 최근 외국인 관광객을 대 상으로 한 숙소침입 절도, 소매치기, 오토바이를 이용한 날치기 등이 급증하고 있다고 하면서 핸 드폰이나 핸드백, 지갑, 여권 등의 관리에 각별 히 주의할 것을 당부하였다. 또 한 고액(高額)의 미화(美貨) 사용 시 가짜돈과의 환(換)치기, 마 사지업소와 술 집 등에 출입할 경우 마약(痲藥) 흡입행위를 경 계하는 등 가능하면 개별행동을 삼갈 것을 부탁 하였다.
 

이후 필자는 미리 준비해 간 P/P로 “대 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 캄보디아 개황”을 강의하였다. 캄보디아는 불과 30여년 사이에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은 나라로, 캄보디아(Kingdom of Cambodia : 1953-1970 & 1993- ), 크메 르(Khmer Republic : 1970-1975), 캄푸치아 (Kampuchea : 1975-1993) 등과 같이 대외용 국호를 자주 바꾸었다. 이 중 ‘크메르공화국시 대’인 1969년부터 1973년 베트남전쟁 기잔 중 에는 미군이 54만톤의 어마어마한 폭탄(이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일본에 투하하였던 16만톤의 3배가 넘는 엄청난 양)을 캄보디아에 퍼부어 수많은 인명이 살상(殺傷)되었고, 이른바 ‘민주캄푸치아시대’라 일컬어지는 1975년부터 1978년 기간에는 군벌(軍閥)인 ‘폴 포트’가 이끄 는 크메르 루즈(Khmer Rouge : 붉은 크메르)라 는 무장공산주의단체에 의해 인구 700만명 중 1/3에 해당하는 200여만명에 가까운 인민들이 강제노역에 동원되거나 학살당하였다. 캄보디아의 정 체(政體)는 입헌 군주제이며, 정 부형태는 의원 내각제, 수도 는 프놈펜(인구 228만명), 면적 은 181,035㎢ (우리나라의 1.8 배)이 나라의 인구는 1,640만명(2021, IMF)이다. 종족은 크메 르족(97%), 소수민족(베트남, 중국, 참족, 고산족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언어는 크메르어(90% 이상)와 불어·영어·중국어가 통용되고 있고, 종 교는 불교가 95%로 되어 있다. 1인당 GDP는 $1,654, GDP 성장률은 2.2%이며, 환율은 $1 당 4,200리엘이다. 우리나라와는 1970년 5월에 외교관계를 수립 하였으나, 1975년 4월 공산회에 따라 대사관이 철수하였으며, 1997년 10월 외교관계를 재개 (再開)하였으며, 교역량은 $9.66억(음료와 화물 자동차·편직물 등 수출 $6.24억, 제어용케이블· 신발·의류 등 수입 $3.42억)이다. 한편 북한과 캄보디아는 앞에서도 잠시 언급 한 바와 같이 동남아국가 가운데 가장 친(親)하 다고 할 정도로 양국관계가 매우 돈독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양국은 1964년 4월 공식적으로 수교하였으나, 1975년 ‘크메르 루즈’의 집권으 로 한동안 관계가 단절되었으며, 1991년 11월 외교관계를 재수립하였다. 이들 두 국가의 관계 가 매우 긴밀하게 된 것은 아마도 그 발단이 공 식수교 이듬해인 1965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렸 던 ‘비동맹회의’에서 시아누크국왕이 처음 만난 김일성에 대해 매우 호의적 반응을 나타내면서 북한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준 것이었으 며, 이후 시아누크가 미국의 사주(使嗾)를 받은 ‘론놀 장군’에 의해 모스크바 및 중국으로 축출 되면서부터 둘의 관계는 매우 긴밀하게 된 것으 로 보인다. 당시 미국은 북베트남에게 병참수송 로(일명 ‘호치민 루트’)를 제공한 시아누크를 매 우 못마땅하게 여겼으며, 그는 축출된 처량한 신 세에서 김일성의 특별배려로 ‘의형제관계’까지 맺게 되었다. 당시 김일성은 시아누크를 위해 평양시내에 주석궁을 본딴 별장식 궁전(일명 ‘장수원’)을 지 어 기거(寄居)하게 해 주는 등 특별한 대우를 해 주었고, 이에 감명을 받은 시아누크는 훗날 캄보 디아로 돌아가서 프놈펜시내에 ‘김일성대원수거 리’를 명명(命名)하는 등 보답을 한 것으로 알려 져 있으며, 2012년에는 김일성의 100돌 생일에 즈음하여 ‘국제김일성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이튿날인 8월 15일, 우리 일행은 미국 시민권 자인 조호중 목사가 선교하는 지역으로 가서 현 지에서 구입한 쌀 1,300kg(포당 5kg 포장)과 한 국에서 준비해 간 학용품·의류 등을 전달하고, 프놈펜왕립대학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기 념행사에 참가하였다. 대강당을 가득 메운 500 여명의 청중들에게는 한인회에서 마련한 마스크 와 태극기·기념품(단팥빵과 소보레빵 등)이 지급 되었고 재캄보디아 한국대사와 관련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였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가운데 ‘빛 나사 시니어 오케스트라’의 연주 및 살풀이춤 공 연이 있었다. 8월 16일에는 International Glory School를 방문하여 이곳 학생들에게 미술교육 및 책걸상 수리 등 봉사를 하였고, 친선축구경기도 재미있 게 진행하였다. 대부분의 동남국가에서 그러하 듯 오후 3시가 가까워지자 갑자기 먹구름이 몰 려오더니 30분 가량 세찬 소나기가 퍼부었다. 현 지에서는 이를 ‘스콜’이라 부른다는 설명을 듣고 사시사철 계절의 구분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지금이 비록 건기(乾期)라고는 하나 다습 (多濕)한 기후 때문인지 좀처럼 더위를 식히기 어 려운 캄보디아의 뜨겁고 후덥지근한 열기(熱氣) 역시 캄보디아 체류기간 내내 우리 일행을 힘들 게 하였다. 특히 명색(名色)이 수도(首都)라는 프놈펜 시 내 곳곳에 널부러져 있는 생수통과 비닐 등 각종 오물(汚物)은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어지러 웠으며, 하수도조차 제대로 없어 스콜이 온 후의 거리에 차 넘치는 물은 발목까지 차오를 정도로 범람하여 우리의 1960년대를 재현(再現)해 주는 것처럼 보였다. 더욱이 우리 일행이 방문하였던 마을에는 도로가 제대로 포장되어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닭과 돼지 등이 웃통을 벗어던지고 대낮부터 술에 취해 고성방가(高聲放歌)를 하는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어 마치 저 아프리카 의 오지(奧地)에 온 것과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 었다.